김봉렬 교수의 글과 고 관조 스님의 사진으로 만나보는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제2권. 1권에 이어 10년만에 펴낸 이 책은 다음 책을 내겠노라는 약속을 관조 스님의 7주기에 맞춰 실현한 것으로 관조 스님에게 저자가 바치는 오마주이다. 저자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이번 책은 1권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찰 건축을 대상으로 삼았다. 전작에 실리지 않았던 절집과 금강산 보덕암, 만폭동의 사암들까지 모두 21곳을 소개한다.
보이는 것을 설명하고 숨겨진 의미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대상들이 저자에게 던지는 물음들에 스스로 답하며 적어내려간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유의 깊이와 솔직한 문장들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건축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뛰어난 사찰 건축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냈다. 미황사, 법주사, 선운사와 함께 영주 성혈사 나한전, 청양 장곡사 등 사찰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되짚으며 참다운 가치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준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AA graduate school에서 수학했다.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한국역사학회, ICOMOS 한국위원회 등 관련 단체 활동 및 비평과 강연 활동도 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1, 2, 3』, 『서원건축』,『불교건축』,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등이 있다. 20대에 집필한 최초의 저서 『한국의 건축』은 일본에서 일어판으로 출간되었고, 『The Secret Spirits of Korean Architecture』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권’으로 선정되어 영국에서 영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실무활동도 겸하여 ‘개포동교회’, ‘사계절출판사’, ‘현대중공업 영빈관’,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 등을 설계했다.
* 관조 스님(1943~2006) 사진
머리 고백 _ 김봉렬 관조의 혜안으로 현현한 자연대장경 _ 승원
Ⅰ.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여는 곳 서산 개심사 말을 접고 마음을 여는 곳 하동 쌍계사 천년 인연의 수레바퀴 금강산 보덕암 백척간두에서 진리를 구하다 남해 용문사 차나 한 잔 하고 가게나
Ⅱ. 고려 사원에서 조선 절집으로 춘천 청평사 고려 정원의 숨은 그림 찾기 청양 장곡사 신라에서 조선으로 시간 여행 보은 법주사 팔상전 전쟁은 어떻게 건축을 바꾸는가 고창 선운사와 참당암 장애는 무애다 여수 흥국사 수륙고혼이여, 법왕문에서 해탈하시오
Ⅲ. 믿음으로 지은 부처의 세계 경주 탑골 부처바위 바위에 새겨진 가람의 장엄 강진 무위사 회벽에 그린 극락의 세계 영주 성혈사 나한전 창살에 새긴 소박한 연화장 세계 순천 송광사 영가각 윤회의 때를 씻는 곳
Ⅳ. 건축이 사라지면 가람이 나타난다 경주 골굴사 다시 부활하는 석굴사원의 꿈 합천 영암사지 황매산 속의 매너리즘 충주 미륵대원 폐허에서 최초의 힘을 만나다 화순 운주사 비밀은 밝혀도 비밀이다
Ⅴ. 부처는 산이요, 가람은 자연이다 문경 봉암사 자연은 최고의 설법장 만폭동의 사암들 선경 속에 별이 된 건축들 문경 사불암 부처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창녕 관룡사 바위는 극락이며 절집은 우주 해남 미황사 달마는 산이 되었고 게와 거북으로 태어났다
이 책은 사찰에 찾아가는 길을 일러주는 답사 안내서도, 불교건축 역사책도 아니다. 건축적 장면들에 숨어 있는 지형적, 교리적, 일상적 의미를 되돌아보고 가람의 참다운 가치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실용적인 여행서는 아니지만 직접 발을 옮겨 떠나기 전, 혹은 호기 있게 떠난 여정에서 숲속의 공기와 산사의 고요를 온전히 맛보고, 건축과 역사와 옛 사람의 지혜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동행이 된다.
글은 1999년부터 2년 동안 격주간 <현대불교> 신문에 연재하여 호응을 받았던 50여 편의 글 중에서 29편을 엄선한 것이다. 거기에 관조 스님이 찍은 아름다운 컬러 사진이 곁들여졌다. 사진이 많고 편집이 시원시원하여 부담없이 책장이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깁봉렬, 관조스님
김봉렬 :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AA 건축대학원을 수료하였다. 2002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겸 교학처장, 서울시 문화재위원, 월간 이상건축 편집주간이다. 지은책에 『한국의 건축』, 『서원건축』, 『법주사』, 『화엄사』, 『시대를 담는 그릇』, 『앎과 삶의 공간』, 『이 땅에 새겨진 정신』 등이 있다.
관조 (觀照) : 1943년 출생으로, 1960년 부산 범어사에서 득도하고, 1977년부터 한국의 사찰과 자연을 폭넓게 사진에 담아왔다. 「서울 아시안게임 경축 사진전」(1986), 「올림픽 경축전」(1988)을 가졌고, 로스엔젤레스(1982), 토론토(1991), 시카고(1994) 등지에서의 해외전 외 다수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1978년에 「부산미전」 금상, 1979년에 「동아미전」 미술상, 1988년에 현대사진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집으로 『승가 1』(1980), 『승가 2』(1981), 『열반』(1984), 『자연』(1985), 『선(蘚) 이끼와 바위』(1987), 『수미단』(1992), 『대웅전』(1995), 『꽃문』(1996), 『생, 멸 그리고 윤회』(1997) 등이 있다.
목차/책속으로
• 목차보기
지형과 교리가 빚은 개성들 속에서_김봉렬 가람에 담긴 정신을 찾아서_관조
1. 절로 가는 길 범어사 -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은 길 화암사 - 천연요새의 성 같은 고찰 유가사 - 자연이 주연, 인공은 조연인 사찰 해인사 국사단 - 깨달음과 미망의 경계에 세운 공간 예술
2. 어우러짐: 가람과 자연의 조화 부석사 - 땅의 리듬에 맞춰오르는 계단식 석단 낙산사 홍련암 - 동해바다에 떠 있는 구도의 법당 선운사 - 여백미 사라진 자리엔 동백꽃만 고운사 - 두 가람 잇는 다리 내소사 - 자연과 한 몸을 이룬 절 마곡사 - 끊김과 이어짐의 절묘한 조화 해인사 - 변화무쌍한 공간의 멋
3. 넉넉함: 원융회통의 건축적 표현 화엄사 - 절묘한 공간 활용으로 이룬 화합의 정신 금산사 - 수평과 수직의 어우러짐 대둔사 표충사 - 불교의 포용력 상징하는 가람 속 사당 옥천사 - 살아 있는 통불교 박물관 문수사 - 민중의 얼굴을 한 보살 신원사 중악단 - 명성황후 구국혼 깃든 산신당
4. 멋스러움: 가람에 담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은해사 - 자신감 넘치는 뼈대의 아름다움 수덕사 - 섬세한 공예미 가준 고려 건물의 정수 청룡사 - 휘어진 기둥에 담긴 중용과 역동의 미학 흥국사 - 궁궐 대접받은 왕실 원찰
5. 성스러움: 아름다운 것은 성스럽다 법흥사 - 온 산이 다 부처님의 몸 통도사 - 새것 만들되 옛 질서 따르는 정신 한계사터 - 옛 절터에서 만나는 '처음 정신' 개암사 - 용과 봉황으로 가득한 정토
6. 소박함: 가람과 절제의 미학 봉정사 영산암 - 소나무 그늘에 담긴 거대한 의미 화엄사 구충암 - 모과나무로 구현한 자연주의 선암사 - 고결한 삶을 보듬는 건축적 지혜 정수사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사찰건축-어떻게 이해할 것인가?_김봉렬 조선시대 불교 건축의 구성-그 통불교적 교리_김봉렬 찾아보기
• 책속으로
홍련암 바닥의 작은 구멍을 통해 동해의 바다를 보자.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대자연의 힘 앞에 너무나 미약한 인간. 그러나 의상을 비롯하여 이 법당을 만든 스님들의 정성을 생각하노라면, 우리 또한 저절로 그들과 같은 구도자가 되고 만다. 선재동자가 53 선지식들을 찾아 다니며 진리를 구했듯이 진리에 이르는 험난한 길을 헤쳐간 선인들의 역정은 그 자체로 믿음의 모범이다.--- p.52
한국의 건축이란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놓인 마당이고, 마당과 건물이 하나로 엮어진 조합이다. 문인화의 난초 그림을 감상할 때, 난초잎의 흐드러짐이 주체가 아니라 잎줄기 사이의 여백이 주체이듯이, 한국 건축의 주체는 건물 사이의 여백이며, 여백과 건물과의 관계이다.--- p.56
경기도 안성군 서운면 청룡리에 있는 청룡사는 1265년 명본 스님이 창건하여 대장암이라 했다. (중략) 현재는 대웅전과 관음전 등 5동의 단촐한 사찰이지만 산사 치고는 웅장한 대웅전이 보물 8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중략) 섬세하게 단장된 다른 건물들과는 또 다른 미학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을 인간의 모범으로 삼았던 노자의 철학에 의하면 '크게 완성된 것은 마치 찌그러진 듯하며, 크게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이 보이며, 크게 정교한 것은 마치 서투른 듯이 보인다(大成若缺 大直若屈 大巧若拙)'고 했다. 자연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 건축이 가졌던 모습도 그런 것이었다.--- pp.14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