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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한라산에 간다... 9년도 더 지났으니..
2년전 제주도에 업무차 갈 일이 있어 간 김에 한라산 등반도 계획을 했다가
마침 하루종일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이번에 그 아쉬움을 해소하게 되었다...
그것도 쉽게 갈 수 없는 코스로...
새로운 산행지에 나설때마다 기대가 크지만
이번 한라산행은 정말 기대가 컸다..
마침 날씨도 안성마춤으로 맑게 개었고
육지와 달리 미세먼지도 없을 터...
초반 석굴암을 지나면서 북벽으로 향하는 오름길이 희미한 탓에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큰두레왓에 오르니
광활하게 펼쳐지는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초반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과의 싸움이 진행을 어렵게 하기도 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야생화와의 만남이 뜻밖의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북벽의 오름길은 뜻하지 않은 위험요소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렵사리 올라선 능선에서 바라보는 백록담은 또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백록담을 끼고 돌아가는 능선에서는
언듯 천지를 바라보며 돌아가던 백두산 북파길이 오버랩이 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우리나라 최남단 한라 백록담에서 최북단 백두 천지를 생각해 본다..
한라산의 실제 정상에서 잠시 감회에 젖어보고
남벽초소 방향으로 서둘러 내려선다...
남벽초소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벽의 위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정신을 못차리고 돈네코로 한동안 내려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어리목코스로 하산한다..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 윗세오름대피소에 도착하고 한동안 쉼을 한 후
다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차츰차츰 고도를 낮추며
어리목통제소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멋진 제주 한라산 산행을 마친다...
24일 저녁 대구공항에서...
제주공항에 도착 숙소로 간다...
베트남참전위령탑
석굴암 입구이기도 한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석굴암까지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석굴암...
밖에서 보기에는 조그만 암자 같았는데 법당이 의외로 컸다...
석굴암에서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등로로 진입....
초반부터 산죽과의 싸움이 큰두레왓에 오를 때까지 이어진다...
물이 한 방울도 없는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쁜 꽃.. 큰앵초를 만난다..
빽빽히 자란 산죽사이를 제대로 등로를 찾아가는게 이상할 터....
그래서 당초 예정했던 족은두레왓은 빙 두른 탓에 지나쳐 버렸다...
금강송도 보이고....
산죽이 너무 우거져 길 찾기에 애로는 있지만
완만한 오름탓에 크게 힘든 줄은 모르고 오른다...
큰두레왓이 가까워 지면서 처음으로 하늘이 열리고...
누렇게 익은 듯한 산죽사이로 붉은 산철쭉이 드문드문...
산죽이 멀리서보면 마치 가을철 잘 깎은 잔디밭을 연상케하지만
산죽속에는 작은 바위돌이 제멋대로 깔려있어 발을 헛 딛을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눈 길을 가듯 갑자기 발이 쑥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쨋든 거칠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은 그 어디와도 비길 데없다...
아래에 보이는 봉우리가 본의아니게 우회해 버린 "족은두레왓"이다....
족은드레'는 작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 고유어이다.
족은두레왓, 금봉(金峰), 소두리봉(小斗里峰) 등 여러 별칭이 있다.
서쪽 비탈면은 어리목 등산로의 출발점인 어리목 광장에 접해 있고,
남쪽 비탈면은 급경사를 이루면서 동쪽에 위치한 아흔아홉골까지 뻗어 있다.
막바지 산죽에다가 고사목까지 뚫고 나가면 넓은 평원이 펼쳐지는 "큰두레왓"이다..
드디어 산행시작 3시간 30분 가량 소요하고
한라산이 보이는 큰두레왓에 도착...
한라산 북벽의 모습....
큰두레왓
'두레', 또는 '두리'는 '둥글다'의 의미를 지닌 고어이고, '왓'은 '밭'의 제주어이다.
오름의 형체가 경사가 완만한 둥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두레왓'이라 부른다.
제법 넓게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큰두레왓....
장구목과 한라산...
한라에서 민대가리동산으로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능선
다시 또 고난의 길로...
산죽과 고사목이 우거진 곳에서도 낚시제비꽃이 보이고...
요것도 낚시제비꽃인것 같다...
삼각봉 오름길의 고사목...
삼각봉을 오르며...
장구목능선과 북벽이 펼쳐진다...
빽빽하게 자라는 시로미속에서 꽃을 피우는 노랑무늬붓꽃....
"시로미"는 까마귀의 열매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것도 역시 제주도에서만 주로 자란다...
이곳에서 뜻밖에 노랑무늬붓꽃을 만날 줄은 몰랐다..
노랑무늬붓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꽃인데
2009년 백두대간길 투구봉에서 배재가는 길에 처음 본 후
별로 보지 못하다가 5년 전 팔공산 비로봉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본 후
이번에 다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각시붓꽃...
꽃을 봐서는 미나리아재비 같은데 맞는가 모르겠다...
흰그늘용담..
꽃이 아주 낮이 익은데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알고보니 처음보는 꽃인데 왜 낯이 익을까...
아마도 구슬붕이와 같은 용담과라 낯설지가 않았나 보다..
어쨋든 꽃도 아담하니 이쁘지만
한라산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야생화를 발견한 기쁨이 더 크다..
제주 산악인들이 매킨리 원정대 주 무대였던 장구목에 고상돈 케른을 만들어 그를 기리고 있다.
고상돈 케른인 돌탑
산악인 고상돈은 제주도가 고향이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2년 뒤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봉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다가 빙벽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설앵초
처음 들머리 숲속에서 큰앵초를 보았기에
당연히 큰앵초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치다가 일행 한 분이 잎이 다르다고 하기에
다시 보니 잎 뿐만 아니라 꽃도 약간 다르다..
그래서 그냥 앵초거니 생각했더니 나중에 보니 설앵초였다.
앵초와 큰앵초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설앵초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삼각봉과 큰두레왓...
이곳엔 아직도 진달래가...
왕관바위...
장구목과 왕관릉...
키 작은 산죽밭이 마치 잘 깍은 잔디밭처럼 보인다..
잘 가꾸어 놓은 분재같다...
1860봉에 도착...
바람이 장난아니게 블어 제주가 삼다도임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군데군데 작은 오름들이 보이고..
어리목 방면...
한라의 북벽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앙증맞은 설앵초 가족...
1860봉엔 산불발견과 출입을 감시하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장구목과 탐라계곡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보고 또 봐도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다...
저 만치 앞서가는 대원들...
설마.. 저 북벽을 그냥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