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목명 |
매출액 |
영업이익 |
순이익 |
매출액 영업 이익률 |
부채 비율 | |||
2010년 1분기 |
증감율 |
2010년 1분기 |
증감율 |
2010년 1분기 |
증감율 | |||
현대자동차 |
8,418,242 |
39.56 |
702,710 |
357.01 |
1,127,203 |
401.02 |
8.35 |
56.70 |
기아자동차 |
4,860,730 |
38.78 |
309,838 |
248.60 |
398,568 |
309.29 |
6.37 |
121.23 |
현대모비스 |
3,256,180 |
47.50 |
406,073 |
23.30 |
541,595 |
|
12.47 |
42.78 |
글로비스 |
1,256,228 |
118.46 |
51,367 |
59.87 |
57,476 |
88.48 |
4.09 |
110.18 |
현대제철 |
2,017,279 |
8.79 |
132,015 |
37.64 |
254,475 |
393.94 |
6.54 |
139.83 |
비앤지스틸 |
182,864 |
62.19 |
8,520 |
243.15 |
11,389 |
흑자전환 |
4.66 |
151.15 |
현대하이스코 |
1,223,519 |
34.40 |
58,645 |
흑자전환 |
41,641 |
흑자전환 |
4.79 |
145.52 |
출처: 한국거래소, 2010년 12월 결산법인 1분기 영업실적, 2010년 5월 19일 재구성
이러한 영업실적의 급등으로 인해 현대차그룹 핵심계열사의 현금성자산 또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월 2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 상장법인 560개사의 현금성자산을 분서하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말 현재 현금성자산의 총액은 67조 8917억원(1사 평균 1212억원)으로 이는 전년 말 대비 2조 5716억원(3.94%)가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2010년 1분기 말 현재 현금성자산 보유액 10대 상위사에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현재 6조 6216억원, 현대제철은 1조8272억원, 기아차는 1조 7853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익의 급상승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고용인력의 변동추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실적 대비 고용인수의 상대적 비교치는 분명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12월 말 당기순이익 1억당 고용된 노동자수가 3.54명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그 수는 1.79명으로 1/2에 그치고 있다. 이와 달리 고용되어 있는 소속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2006년 말 2800만원에서 2009년 말 현재 5600만원으로 두 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차그룹이 영업실적의 지속적인 호조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을 회피하고 필요노동력을 비정규직이나 외주화를 통해 대체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아래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1인당 매출액과 매출액 1억당 고용계수에 대한 변동추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규모와 범위를 아우르는 고속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인당 매출액은 2000년 3억 9300만원에서 2008년 7억 5300만원으로 약 2배가 늘어난 반면, 고용계수는 오히려 반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한편 세간의 평가와 달리 현대차그룹의 급속성장의 결과로 얻어진 과실에 대해 그룹 소속 피고용인들, 즉 종업원들 조차 충분하게 보상받고 있지 못하다.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의 1인당 부가가치 총액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지난 2001년을 기준으로 1인당 부가가치액은 7610만원이었으나, 2007년의 경우 1인당 부가가치액은 2억 770만원에 이르게 된다. 한편 1인당 인건비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1인당 부가가치액의 증가세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 결과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이 1인당 부가가치액과 1인당 인건비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현대자동차 상장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은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인 국내투자는 계속 회파하고 있는 반면, 무분별한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현지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지난 2000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반면, 국내 산업입지의 역량강화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생산적 투자는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약 2600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보완투자와 IT투자를 제외하고 순수 설비투자(공장신증설)는 고작 연 평균 1000억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투자회피성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조 5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면, 순이익 대비 투자비율은 고작 10%에 불과한 형편이다.
<표 2> 지난 10년간 현대자동차의 국내 생산투자의 변동추이(단위: 억원)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설비투자총액 |
2088 |
2907 |
1664 |
3380 |
3037 |
2341 |
2117 |
4260 |
2504 |
1773 |
공장신증설 |
595 |
1898 |
944 |
2642 |
2136 |
733 |
523 |
2880 |
901 |
942 |
출처: 현대자동차 각년도 감사보고서 내용을 자체 재구성
이하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불공정거래의 대표적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 사내하청을 통한 불법파견, 국내소비자에 대한 가격차별화 등을 중심으로 그 실태와 문제점, 더 나아가 이러한 불공정거래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대안 및 실천과제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Ⅲ. 현대차그룹의 불공정거래의 유형별 문제점과 대안모색
1. 상품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의 조작
1.1 재벌대기업 내부거래의 원인과 영향
매년 5월 말 자산규모 5조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한 현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소위 ‘특수관계인’이라고 불리는 계열회사와 대주주 관련 회사와의 거래(이하 내부거래) 현황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공정거래위가 공시의무를 부여할 정도로 내부거래행위는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 폐해 또한 심각하다. 법제도적으로 그 부당성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상품 및 용역의 내부거래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이렇게 재벌이 내부거래를 스스럼없이 하는 이유는 불법적 행위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한 경영권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벌 일가가 대주주인 법인을 신설하거나, 타 법인을 인수한 후 계열사의 용역이나 물량을 몰아주거나, 수급가격을 조작한다. 이러한 상품 및 용역의 내부거래는 해당 계열사의 거래비용을 낮추거나 초과이익을 유발시킴으로써 시장가격기능을 왜곡시킨다. 또한 내부거래를 통해 해당 계열사에게 수급물품을 몰아줌으로써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익증가를 유발시킨다. 즉 단기간 내에 해당 계열사는 급격한 매출신장과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비상장상태에 있는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러고 난 후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위해 상장을 하고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여 자본초과이득을 얻게 된다. 이러한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과 주식매각을 통해 지배구조의 장악과 경영권승계에 필수적인 지분확보를 위한 종자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벌의 지배주주간, 혹은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거래는 공정거래의 기초가 되는 시장정상가격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재벌 일가 외의 수많은 이해관계자(소액주주, 소비자, 노동자, 협력업체, 경쟁업체 등)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특정 계열사에 대해 특혜성 물량몰아주기를 행하고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실현시켜줌으로써,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해당 계열사의 주주와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줄어들도록 만든다. 또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가격전가가 이루어지거나, 특정상품의 독점적 공급가격이 결정됨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특정 계열사의 수요독점으로 인해 협력업체가 이윤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동일업종 경쟁업체의 경우 시장진입을 못하거나 더 큰 비용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한마디로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산업사회의 공정한 거래행위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금속노조는 부당 내부거래의 대표적인 재벌인 현대차그룹의 각 년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들의 내부거래 실태와 문제점을 지난 6월에 조사하게 되었다.
1.2 현대차그룹 부당내부거래의 현황과 실태
1) 현대차그룹의 상품 내부거래의 변동추이와 특성
현대차그룹의 내부거래의 ‘불공정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현대차그룹이 분리되기 전 현대그룹(회장 정주영) 시절 동일계열사의 내부매출비중은 총 매출액 대비 25.3%(1999년), 25.5%(2000년)에 이르렀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독립그룹으로 분리되고 난 이후 2001년 32.1%, 2002년 36.6%, 2003년 44.4%, 2004년 45.1%, 2005년 49.3%로 증가하였다. 특히 자동차전문그룹을 선언하고 난 후 강도높게 추진한 수직계열화전략에 의해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비중은 짧은 기간내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내부거래비중의 빠른 증가추세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독립적인 부품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신규설립하고 난 후, 발주물량의 몰아주기와 높은 단가설정을 통해 계열사들의 급성장을 촉진시켰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신규계열사는 해당 부품영역에서 중견기업으로서 위상을 빠르게 갖출 수 있었다. 이는 다시 현대차그룹의 독자적인 부품조달체계와 수직적 계열화에서 비어있는 사업부문을 채워주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둘째, 이러한 내부거래비중의 급증현상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하는 기존 독립부품업체들의 발전경로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동일부품을 계열회사에도 발주함으로써, 독립업체를 불공정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할 뿐만 아니라, 부당한 단가인하압력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이 내부거래의 증가추세는 재벌대기업의 중심기업인 완성차업체가 하청업체와의 분업네트워크를 통한 협력관계 보다는 수직적 계열사의 강화를 통한 배타적 분업구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계열사와 협력업체에 대해 차별화된 거래관계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 중소협력업체들이 부품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재벌계열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편 내부거래비중의 확대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의 수익률 차이를 초래하고, 부품업체간 경영실적의 격차가 해당업체가 현대차그룹에 속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을 보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물량몰아주기방식의 내부거래확대전략은 사업영역과 부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적용되었다. 엠시트, IHL, 파티아, 아이아 등 2000년대 초중반에 설립된 자동차 관련 계열사 대부분이 처음부터 내부거래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총매출액 대비 내부매출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가 15개 이르며, 80%이상인 경우가 10개이다. 이러한 과도한 내부거래비중은 2009년 현재에도 변화가 거의 없다.
이상과 같이 현대차그룹 산하 핵심계열사의 내부거래비중이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래의 표를 보면 잘 확인할 수 있다.
<표 3> 현대차그룹 산하 핵심계열사 내부거래의 비중 변동추이 (단위: %)
계열사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2008년 |
2009년(1) |
2009년(2) |
현대제철 |
3.1 |
6.8 |
3.2 |
2.4 |
4.1 |
10.1 |
10.7 |
9.4 |
기아자동차 |
36.2 |
38.5 |
59.9 |
53.3 |
48.0 |
45.9 |
42.3 |
2.1 |
BNG 스틸 |
1.8 |
6.0 |
6.7 |
12.4 |
20.9 |
19.0 |
22.2 |
20.3 |
현대자동차 |
29.7 |
32.3 |
36.4 |
37.7 |
42.5 |
37.5 |
32.9 |
6.5 |
현대모비스 |
40.6 |
61.8 |
69.8 |
72.7 |
79.6 |
77.6 |
78.3 |
49.1 |
현대하이스코 |
24.4 |
20.7 |
20.5 |
19.6 |
21.8 |
28.7 |
29.4 |
16.2 |
다이모스 |
89.6 |
100.0 |
88.4 |
86.7 |
89.3 |
100.0 |
97.0 |
84.4 |
위스코 |
59.0 |
69.4 |
62.4 |
63.5 |
59.3 |
83.9 |
65.9 |
65.5 |
현대위아 |
68.8 |
67.2 |
67.7 |
70.3 |
74.3 |
72.0 |
81.5 |
70.5 |
케피코 |
94.0 |
93.6 |
96.0 |
95.3 |
94.7 |
95.0 |
94.9 |
81.3 |
현대파워텍 |
99.2 |
97.9 |
43.6 |
100.0 |
100.0 |
100.0 |
100.0 |
96.3 |
글로비스 |
93.6 |
92.0 |
86.7 |
80.6 |
85.3 |
85.3 |
83.4 |
49.5 |
오토에버시스템즈 |
75.7 |
79.2 |
90.4 |
97.6 |
99.0 |
87.2 |
86.7 |
79.7 |
현대엠코 |
100.0 |
80.3 |
98.4 |
98.8 |
83.8 |
73.8 |
66.8 | |
현대로템 |
3.2 |
3.9 |
25.7 |
28.8 |
21.3 |
19.4 | ||
엠시트 |
100.0 |
95.1 |
99.4 |
100.0 |
100.0 |
99.9 | ||
IHL |
91.3 |
84.2 |
72.5 |
74.2 |
74.2 | |||
메티아 |
41.9 |
49.9 |
50.5 |
34.5 |
49.4 |
49.4 | ||
이노션 |
43.8 |
46.4 |
45.5 | |||||
삼우 |
54.1 |
82.1 |
82.1 | |||||
파텍스 |
92.3 |
94.8 |
94.6 | |||||
아이아 |
91.2 |
91.4 |
91.4 | |||||
앰엔소프트 |
16.5 |
23.2 |
23.2 |
주: 2009년(1)은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기준/ 2009년(2)는 공정거래위의 신고대상 국내 계열사기준
출처: 송원근/이상호, 2005, 212쪽과 금융감독원, 각년도 전자공시자료 참고.
2) 현대차그룹 계열사간 상품 내부거래의 현황과 실태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들을 기준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간 상품 및 용역의 내부거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정점으로 하여 자회사, 지분법투자회사, 지분법피투자회사, 대주주관련회사를 아울려 종횡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기업인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부거래 현황은 다음과 같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내부매출액은 10조 4839억원(32.9%), 기아차의 내부매출액은 7조 7834억원(42.3%)에 이른다. 또한 이 기준에 따르면, 현대차의 내부매입액은 8조 4억원(25.1%), 기아차의 내부매입액은 7조 2765억원(39.5%)에 이른다. 즉 해외법인과 해외공장에 공급되는 완성차와 부품 및 용역의 판매액을 고려한다면 내부매출액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내부매출과 매입에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전문그룹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계열사가 많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대형부품을 생산하는 핵심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우 높다.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현대모비스의 경우 총 매출액이 10조 6330억원이고 내부매출액은 8조3254억원이기 때문에 내부거래비중은 78.3%에 이르고, 위아는 총매출액이 3조 1182억원이고 내부매출액이 2조 5422억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81.5%, 현대파워텍은 총 매출액이 1조 3049억원이고 내부매출액이 1조 3000억원으로 100.0%, 다이모스는 총매출액이 약 9098억원이고 내부매출액이 8882억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97.0%, 위스코는 총 매출액이 3034억원이고 내부매출액이 2000억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65.9%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을 그룹 내부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현대차그룹의 핵심부품계열사들의 총 매출 대비 내부매출의 비중변동추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의 엔진 및 모듈공급업체는 물론, 1~2차 부품계열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내부매입비율과 아주 높은 내부매출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들 부품계열사들이 자동차생산의 모듈화와 외주화과정을 통해 기존에 완성차에 직납하던 비계열사 부품하청업체로부터 단순부품을 대부분 공급받는 반면, 자신이 생산한 완성부품의 경우 대부분 완성차업체나 동일계열사인 핵심부품업체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들은 핵심부품을 생산하여 완성차에 공급하면서 정상가격 이상의 단가결정을 통해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들 부품계열사들은 기존에 완성차에 직납을 하던 비계열사 부품하청업체들의 단순부품을 공급받으면서 더 강한 단가인하를 강요하여 추가적인 차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몽구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산업 비관련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비중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일정하게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자동차의 연관생산이 지닌 특성을 고려할 때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자동차와 직접적인 생산관련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계열사, 특히 재벌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회사기회유용’와 ‘지원성거래’에 의한 물량몰아주기에 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이번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를 기준으로 이들 계열사에서 재벌 일가가 소유한 지분율(친족 합계 기준)과 내부거래(총매출 대비 내부매출)의 비중을 비교하여 나타내면 아래<표>와 같다.
<표 4> 대주주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대주주 지분율
구 분 |
글로비스 |
현대엠코 |
위스코 |
이노션 |
삼우 |
오토에버시스템즈 |
내부거래 비중 |
83.4% |
73.8% |
65.9% |
46.4% |
82.1% |
86.7% |
대주주 지분율 |
52.17% |
35.06% |
57.87% |
100% |
50% |
30.1% |
주: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에 속하는 종속회사(자회사/지분법투자회사/지분법피투자회사/대주주 관련 회사 포함)기준
이와 같이 정몽구회장을 비롯한 재벌일가가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들의 경우 자동차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정몽구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들이 이들 비상장계열사들에게 매출을 몰아주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수익성 또한 동종업체에 비해 훨씬 좋다. 결국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해당업체들의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경제개혁센터는 지난 2009년 6월 발표한 ‘회사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우 회사기회를 유용하여 대주주의 부가 증식된 전형적인 위법사례로 글로비스, 위스코, 본텍, 오토에버시스템즈, 현대커머셜 등을 지적하고 있다.
1.3 현대차그룹 부당내부거래의 문제점
1)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을 조작을 통한 초과이익 실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한 부당 내부거래를 이용하여 초과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동종업계 경쟁업체와의 영업이익률의 비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현대차그룹의 핵심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타 업체와 비교하여 월등하게 높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의 두배 이상이며, 외국의 대형 부품사와 비교해도 그 수익성은 아주 높은 편이다. 최근 들어 사실상 제조업부문에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핵심모듈 및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대형업체인 만도나 한라공조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현재 4% 정도이고 외국계 부품대형업체인 TRW와 발레오만도가 각각 0.6%, 1.8%에 불과한 반면,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현재 13.4%에 이른다. 특히 이러한 높은 영업이익률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유지되고 있다. 2006년 10.0%, 2007년 9.7%, 2008년 12.7%를 기록하고 있다.
<표 5> 자동차 핵심부품사 영업이익률 비교
구 분 |
현대모비스 |
한라공조 |
만도 |
TRW |
발레오만도 |
영업이익률 |
13.4% |
4.7% |
4.5% |
0.6% |
1.8% |
출처: 각 기업 2009년 감사보고서 참고
이러한 높은 수익성의 비밀열쇠는 무엇인가?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은 크게 모듈사업과 부품사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부품사업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예를 들어 2007년 부품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약 20%에 이르고 모듈부문의 경우 약 4.5%를 기록하고 있다. 부품사업 중 A/S용 부품사업의 수익성이 더 좋다. 그런데 이 사업도 원래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하던 사업을 양수받은 것이다. 즉 현대모비스가 부품사업을 통해서 기존 완성차업체가 이룬 수익성 보다 더 높은 초과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식은 다양하다. 부품공급측면에서 볼 때, 정비업체에 대한 부품의 독점공급을 통해 정비서비스가격을 높이고 이는 다시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는 방식을 이용하거나, 부품수요측면에서 볼 때, 기존에 하청업체가 완성차업체게 직납하던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납품받으면서 이루어지는 부품단가의 인하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하청업체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받아서 완성차와 산하 계열사는 물론, 정비업체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자동차관련 계열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동차 비관련 계열사 또한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내부거래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이 정상적인 수익률 보다 얼마나 많은 초과이익을 얻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글로비스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3,7%, 2008년 4.2%, 2009년 현재 4.55%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물류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한편 광고회사이고 정몽구의 딸이 최대주주인 이노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노션은 창업한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이익률은 업계최고 회사인 제일기획보다 더 높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정도이지만, 나머지 거래도 방계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표 6> 광고회사 영업이익률 비교
구 분 |
이노션 |
제일기획 | ||
2009 |
2008 |
2009 |
2008 | |
영업이익률 |
11.56% |
15.41% |
8.78% |
5.78% |
출처: 각 기업 2008/2009년 감사보고서
이와 같이 부당 내부거래는 물량몰아주기를 통한 규모의 경제실현 뿐만 아니라, 비계열 하청협력업체의 부품공급가격의 단가인하, 정비부품의 가격조작을 통한 소비자에 대한 비용전가, 모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과 모듈의 정상초과수익 등을 통해 해당 계열사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월등한 영업이익을 달성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물량몰아주기가 단순한 사업유지차원이 아니라 이익의 조작과 유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2) 경영권승계를 위한 종잣돈 확보의 수단으로 악용
그렇다면 불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왜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의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재 7.6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서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정몽구회장 재벌 일가의 경영권승계를 위해 필요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지주회사화)계획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8월 현대제철은 보유중인 현대차지분 5.84%를 팔고 이를 현대모비스가 이를 모두 사들였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지분을 14.95%에서 20.78%로 높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해야 한다. 정의선기아차사장은 현대차 부회장과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매입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되어 있으며,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의 경영권승계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재 현대차는 현대차(36.23%)->기아차(16.83%)-> 현대모비스(20.78%)로 연결되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이러한 순환출자고리를 끊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 약 2조억원을 처리해야 한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경영권승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지배구조의 재편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약 3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 밖에 인수할 재벌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여 비상장계열사인 건설회사 엠코와 합병을 추진하고 난 후 주식상장을 통해 엠코의 주주가치를 높이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엠코의 대주주인 글로비스는 엄청난 자본초과이득을 얻게 되고 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 또한 주식매각을 통해 엄청난 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자금으로 지주회사가 될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3)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당한 부의 증식
이러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대차그룹이 택한 방식이 바로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물량몰아주기이다. 이는 총수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계열사에게 사업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지원하는 내부거래의 한 방식이다. 이러한 물량몰아주기를 통해 해당업체의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급등시키고 이를 증시에 상장시킨 후 일부 주식을 비싼 값에 매각하여 막대한 초과자본이득을 챙기는 수법이다. 이 때 얻은 이익금은 경영권승계를 위해 필수적인 핵심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사용되는 종잣돈 구실을 한다.
바로 이러한 문제로 공정위는 지난 2007년 현대차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게 물류업무를 몰아준 것을 적발하고 이에 대해 96억원의 과징금을 물리었다.
하지만 이는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사건 수사의 ‘설거지’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였다. 당시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약 3조 1660억원에 이르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글로비스에게 물류물량을 몰아주었고, 이를 통해 글로비스는 매출과 순이익을 약 10배 이상 높이게 된다. 이와 동시에 정회장 부자는 2005년 말 글로비스를 상장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 약 40%의 매각을 통해 엄청난 자본이득을 취하게 된다. 2006년 9월 말 경제개혁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에 취득한 정회장 부자의 자본이득은 약 1조 567억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매각당시 주가가 약 3만원 정도 불과하던 것이 2010년 6월 24일 현재 주가가 13만 5천원인 점을 고려할 때, 정회장 부자의 실제 자본이득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기회를 유용한 물량몰아주기방식에 의한 자본초과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는 단지 글로비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산하 비상장계열사들이 대부분 이러한 부당한 내부거래를 행하고 있지만, 위법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사례만을 조사한 2009년 9월 경제개혁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현대차그룹 특수관계자의 부 증가액은 순자산가치로 1조 2102억원(시장상대가치 기준 1조 2511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현대차그룹 재벌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가 회사기회유용을 통해 증식한 부의 증가액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글로비스가 약 1조 1050억원이고 다른 4개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1조 2102억원에 이른다.
2. 중소하청업체의 착취에 기반하고 있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2.1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으로서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
한국경제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가 부각된지는 이미 상당히 오래되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의 정착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미 2007년 11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산하 부품업체에 대한 부당한 하도급대금지급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고, 수급사업자에 대한 법위반 사실을 통보하면서 16억9천만원의 과징금 부과(현대차)와 46억원의 지급명령(기아차)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듯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거래를 통한 영세업체들에 대한 착취는 최근 몇 년간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지난 7월 19일 정부차원의 ‘대중소기업간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7월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기업간 협력관계 선진화 추진계획’ 논의, 7월 23일 공정위, 중소기업청, 전경련 등의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확립조사단’ 구성, 7월 29일 이명박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원하청 하도급거래 등을 포함하는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다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는 물론, 핵심모듈업체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그리고 1차 밴더에 속하는 10여개의 주요 부품계열사들이 1, 2차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단가인하, 과당경쟁을 조장하는 복사발주, 임률강제 및 인하 등을 자행하고 있다.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수많은 부품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원하청 하도급거래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이 문제가 완성차업체로 대표되는 재벌대기업과 종속적 기업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부품업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인하, 부당한 거래조건, 무분별한 발주처 변동과 같은 원청업체의 횡포로 인해 수많은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직간접적으로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자체를 왜곡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를 재생산하는 내외적 원인과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정책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2.2 원하청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실태와 문제점
1) 수급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에 기인하는 계열과 비계열부문부문의 격차
과연 그렇다면 원하청 기업간의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는 왜 지속되고 있는가? 그 원인은 완성차업체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력과 부품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조장하는 두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와 부품시장의 수급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은 정몽구회장을 중심으로 한 재벌일가의 전횡적 경영지배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그룹 선언 이후 다양한 형태의 인수합병과 법인신설을 통해 구축한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연관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결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는 부품사들에서도 현대자동차계열 부품사와 그렇지 못한 비계열부품사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계열 부품업체는 지난 10년간 매출액은 3배 이상 상승하였으며, 비계열 부품업체의 매출액은 2008년까지 약 2배정도 상승하면서 상승폭이 현대차 계열 부품사보다 적다. 현대차 계열 부품업체는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상승, 순이익은 10배 이상 상승, 영업이익률은 약 2% 상승, 순이익률은 약 6% 상승한 반면, 비계열 부품업체는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은 약 1.5배 상승, 순이익은 약 2배 상승, 영역이익률은 약 2.5% 감소, 순이익률은 약 1% 감소하였다. 즉 현대차 계열의 매출액,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순이익 및 순이익률은 가파른 상승을 보였으나 비계열 부품사의 경우 매출액, 영엽이익 및 순이익은 소폭 상승하였으나, 영업이익률 및 순이익률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독점적 완성차업체가 계열사와 협력업체에 대해 차별화된 거래관계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 중소협력업체들이 부품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재벌계열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편 내부거래비중의 확대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의 수익률 차이를 초래하고, 부품업체간 격차가 현대차그룹에 속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산업의 수급시장에서 관철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시장지배력과 부품조달체계를 통한 산업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경영의사결정의 방향과 내용이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와 부품업체들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단가인하와 재료비인상에 노출되어 있는 비계열하청업체
현대차그룹의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통해 비계열 부품업체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는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들에 주요 부품들을 납품하고 있는 1차 하청업체들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참고로 하여 단가인하와 원가절감으로 대표되는 불공정하도급거래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를 추정하고자 한다.
먼저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의 생산 및 손익지표를 보면 생산대수와 재료비총액의 변동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매출액은 크게 상승하였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차의 경우 2004년 이후 생산대수는 년간 평균 약 165만대를 기록하고 있고, 매출액은 지난 6년 동안 약 16.0%가 증가하고 제조원가는 동 기간 약 18.3%가 증가하였다. 반면 원자재 및 부품 등 산하 협력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재료비의 총액은 2004년 17조 6325억원에서 2009년 18조 1218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이러한 수치로 보면 매출액의 증가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큰 이익을 보고 있지만, 부품이 아닌 원자재 및 부재료 등에서 큰 비용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재료비 중 부품매입액만을 따로 계산하는 경우 지난 6년 동안 생산대수와 매출액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품업체의 납품단가는 전혀 증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04년 부품매입액은 15조 5759억원에서 2009년 15조 6257억원으로 거의 변동하지 않고 있는 반면, 동 기간 매출액은 약 16%, 당기순이익은 1.76조에서 2.96조로 무려 68.2%가 증가하였다.
<표 7> 현대차 재료비와 매출액의 변동추이
(단위: 억원, 만대)
구 분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제조원가 |
211,348 |
223,325 |
229,311 |
251,194 |
254,902 |
250,108 |
재료비총액 |
176325 |
186764 |
193612 |
180633 |
185,644 |
181,218 |
부품매입액 |
155759 |
164542 |
173785 |
159669 |
160,248 |
156,257 |
생산대수 |
167 |
168 |
162 |
171 |
167.3 |
161 |
매출액 |
274,725 |
273,837 |
275,275 |
306,197 |
321,898 |
318,593 |
출처: 현대차 각 년도 감사보고서 내용을 자체 재구성
한편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1차 하청협력업체들의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납품단가, 재료비항목 등 재무제표의 주요지표를 활용하여 하청부품업체들이 불공정하도급거래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세종공업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종공업은 산타페, 투산, 그리고 아반테의 머풀러를 주로 생산하여 제품 전부를 현대차 울산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납품하는 제품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2006년 이후 머플러의 납품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동 기간 머플러의 주요 원자재 및 재료비의 상승폭은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철판은 물론, 코일과 파이프 등은 약 30~50%, 그리고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부자재의 경우 거의 2배에서 4배까지 상승하였다. 이는 지난 수년간 원자재 및 재료비의 가격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납품단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8> 주요 재료비 항목의 변동추이 (단위: 원/KG) | ||||||||
품목 |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철 판 |
SGARC 60/60 |
2753 |
2753 |
4142 |
4142 |
4142 |
4142 |
4142 |
코 일 |
SUS 409 |
1354 |
1490 |
1648 |
1549 |
1595 |
2220 |
1650 |
파이프 |
SUS 409 |
26432 |
27450 |
31194 |
25875 |
29623 |
32760 |
29664 |
|
STAC 60/60 |
11111 |
12567 |
13948 |
13489 |
13577 |
18573 |
16538 |
부재료 |
BELLOWS |
7081 |
8497 |
8112 |
8090 |
11120 |
13906 |
13351 |
|
SUPPORTER |
1060 |
1060 |
1039 |
3849 |
1039 |
4329 |
4329 |
출처: 세종공업 각 년도 사업보고서
3) 납품단가의 강제적 인하
불공정하도급거래의 문제점 중에서 부품업체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내용이 바로 납품단가의 인하이다. 공정한 납품단가의 결정은 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간 협력관계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의 매출액과 수익성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완성차업체의 일방적인 단가인하로 인해 부품업체는 수익성위기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속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인상요구가 제어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단가인하압력이 부품조달단계에 따라 2-3차 부품업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노조가 수행한 자동차 부품사 단가분석자료(금속노조, 2008b)에 따르면,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2003년 이후 매출액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매출총이익율은 감소하거나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부품납품단가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총 18개 부품업체들의 조사에 근거할 때, 2003년 이후 매년 3% 이상의 단가인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점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거나 거래선이 다원화된 유수업체나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일부 단가인하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여부와 관계없이 단가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품업체간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동일부품의 경우 계열사에게도 단가인하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계열사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내부거래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재료비의 상승폭이 지난 몇 년간 워낙 컸기 때문에 이를 일정하게 부품단가에 반영하고 있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률적이고 보편적인 단가인하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부품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완성차업체는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납품단가의 인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납품계약시 계약기간 내 매년 단가인하율을 미리 제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수의계약은 물론, 공개입찰시에도 견적서에 매년 단가인하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낙찰이 되고 난 후 해당업체와 단가에 대해 재협상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합의내용도 매년 이루어지는 원청업체의 실사 이후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초기 합의한 수준 이상으로 단가인하를 요구하고 대부분 원청의 요구대로 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도 조사대상의 75% 사업장이 부정기적인 단가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납입물량과 연동된 가단가를 계약서로 합의한 후 최종대금결제시 물량수주수준에 따라 부품단가율을 차등화하여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즉 계약상의 물량을 모두 납입한 경우는 가단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물량이 모자란 경우 가단가에 맞추어 지급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정기적 단가인하 외에, 원청의 경영사정악화를 빌미로 부정기적으로 임의적인 단가인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청업체의 파업손실과 설비고장을 이유로 추가적인 단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대상의 75.5%의 사업장에서 파업손실을 빌미로 원청이 하청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단가인하관행은 완성차업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미 많은 1차 부품업체들이 완성차업체로부터 단기인하를 요구받으면, 이를 이유로 산하 2-3차 부품업체에게 동일한 수준 이상의 단가인하를 강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원청업체의 단가인하가 관행화되면서 나타나는 비용발생과 수익성악화를 모면하기 위해서 부품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품목과 소량부품의 경우 대부분 외주화와 사내도급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이는 단가인하를 통해 발생한 추가비용 발생분을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완성차업체가 일방적으로 제조원가를 낮게 책정하여 수급기업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부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수급기업은 거래단절이 두려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품업체들은 원청업체에 항의하기보다는 자신의 하청업체인 영세 2, 3차 부품업체에 그 부담을 전가하거나 노동자들의 임금 및 각종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임률억제와 임금수준 강제
하청업체는 단가인하 등과 같은 불공정하도급거래를 빌미로 하여 소속 사업장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체계를 왜곡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임률억제와 강제현상은 완성차업체가 하청업체의 임금수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먼저 완성차업체는 해당 업종 부품업체의 전년도 평균치를 활용하고 업체의 사정을 감안하여 임률을 결정한다. 즉 임률결정에 있어 주도권은 완성차업체가 가지고 있고, 부품업체의 인건비부담이 일부 고려될 뿐이다. 또한 단가결정시 한번 정해진 임률은 해당 차종 생산이 종료될 때까지 변경되지 않고 고정되는 것이 보통이다(홍장표, 2005b, 29쪽).
또한 완성차업체와 합의하는 부품업체의 임률은 부품업체에서 실제 지급되는 임률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완성차업체는 산하 부품업체의 임률과 품목별 공수를 산정하는 독자적 방식을 가지고 이를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부품업체는 원청업체의 실사가 이루어질 때, 임률과 작업공수를 부풀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한다. 한편 부품업체의 임률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개입 때문에, 임금체계가 왜곡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임금교섭과정에서 이면계약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기본급, 통상급에 대한 인상을 자제하면서 일시금형태로 총액을 보충해주거나, 변동급 및 부가급의 인상폭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납품단가의 합리적 산정을 방해하고 부품업체의 정당한 단가인상요구를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완성차업체들은 부품단가를 결정할 때, 부품업체의 임금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임금인상의 경우 원청업체가 가지고 실사자료 및 생산품목별 임률계산서와 비교하여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임률인상 그 자체를 하청업체가 적정수익율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후 단가협상에서 인하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임률억제와 강제는 2~3차 부품업체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부품공급체계에서 최하층을 구성하는 중소영세부품업체는 한계수익율에 만족할 밖에 없고, 이는 다시 해당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수준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요구를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5) 경쟁입찰제도와 내부거래
하도급거래의 불공정성은 경쟁입찰제도 그 자체에 숨어 있다. 과거에는 부품구매에 있어 수의계약방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경쟁입찰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약 65%의 사업장이 경쟁입찰방식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입찰제도는 서구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경쟁입찰제도와 근본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부품업체가 제시한 부품단가가 최종가격이 아니다. 업체선정 이후 원청업체는 단가에 대한 협상을 재차 요구한다. 완성차업체는 입찰에서 선정된 부품업체에게 자신이 산정한 설계원가를 바탕으로 목표원가를 다시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협상을 추진한다. 이때 목표원가는 예전에 완성차업체가 타 하청업체와 수의계약 시 이용되던 단가결정식을 주로 이용하여 계산한다. 따라서 입찰에서는 부품업체만 선정된 것이고 최종단가는 사실상 완성차업체가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종적으로 부품단가가 결정되고 구매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도 완성차업체가 임의적으로 부품단가의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경쟁입찰제도의 이러한 특성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핵심부품과 고부가가치부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하고자 한다. 90년대 초반까지 친인척이 대주주인 관계사도 수직적 통합전략의 중추역할을 수행했지만, 기아차 인수 이후 진행된 부품공급체계의 재정비를 통해 계열사중심의 부품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완성차업체는 수익성이 높은 품목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영역에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 때 계열사의 신규시장진입을 계기로 완성차업체의 발주물량을 몰아주거나, 납품단가를 과당계산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의 사업확대 및 경영성과를 높여준다. 또한 기존에 부품업체들로부터 공급받던 품목 중에서 상당부분을 계열사로 이관하는 방식도 이용된다. 이러한 내부거래의 관행으로 인해 결국 1차 일반부품업체들은 완성차그룹 계열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2차 부품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6) 복사발주와 발주이원화
원하청관계의 불공정성은 부품조달방식의 변화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자동차 부품산업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90년대 이후 부품조달의 이원화를 의미하는 완성업체의 복사발주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사발주는 납품경쟁을 촉진하지만, 종속적 거래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완성차업체의 전략이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먼저 복사발주를 통해 완성차업체는 부품업체간 납품경쟁을 직접 유도하여 가격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단가인하를 강제하는 기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원청업체의 부품이원화전략으로 인해 부품생산의 규모의 경제를 제약하고 납품물량이 불안정화되면서 부품업체의 수익성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한편 복사발주는 거래선의 다각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속적 거래가 지닌 종속적 기업간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부품거래의 개방성이 분명히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품업체의 거래선을 자동차그룹별로 분류하여 보면 종속적 기업관계의 특성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나의 부품업체가 하나의 완성차업체그룹과 거래하는 비율이 여전히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원하청관계의 폐쇄성은 부품업체의 거래유형별 특성을 살펴보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도급기업의 판매유형은 주거래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와 매출액 중 주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준)전속형, 모기업 분산형, 기타형으로 분류된다. 자동차부품업체의 유형별 구성을 보면, (준)전속형과 모기업 분산형이 대부분이고 기타형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전속형이 52.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모기업 분산형 45.0%이며 기타형은 2.4%에 불과하다(홍장표, 2007, 3쪽). 이와 같은 사실은 자동차산업의 부품업체들은 하도급의존도가 높고 특정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직적 계열화가 발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거래선 다변화가 일부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부품업체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대를 의미하는 전속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홍장표, 2005b, 13쪽). 오히려 한국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업체가 구사하고 있는 복사발주는 내부거래의 확대를 통해 발생하는 계열사의 규모경제효과와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비경쟁의 역효과를 내부적으로 상쇄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다. 또한 독립적 협력업체의 수주증가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완성차업체의 부품의존도를 줄이고 부품업체의 가격교섭력을 제어하는 기제로 활용된다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즉 복사발주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재편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품부문의 영향력강화를 막기 위한 완성차업체의 거래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편 부품업체들은 복사발주로 인한 물량축소를 보완하기 위해서 거래선을 다각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기존 거래관계에 있는 완성차업체로부터 압력이 들어와서 새로운 거래선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1차 부품업체의 현지생산 증가와 중국 등의 저가부품공급이 늘어나면서 현지공장으로부터의 부품역수입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만들어진 부품원가의 차이가 30-40% 정도나기 때문에 앞으로 부품역수입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완성차업체의 현지판매가 줄고 현지공장에 공급하는 부품판매량이 줄면 현지진출한 부품업체로서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국내로 판매처를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엠대우와 르노삼성 등과 같이 외자완성차업체가 이미 글로벌소싱전략에 따라 저가 부품수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역수입을 반대할 논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7) 부품업체의 혁신방해와 부품산업의 퇴행화
위의 실태분석을 통해서 확인한 바와 같이 불공정하도급거래의 다양한 양상은 자동차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협력적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혁신네크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명확한 계약관계, 단가인하 압력, 과당경쟁을 조장하는 입찰방식, 복사발주와 이원화전략, 유명무실한 성과공유제도 등은 부품산업의 퇴행화를 조장하고 있다. 즉 불공정하도급거래는 원하청기업간 불평등관계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의 역량을 훼손하고 발전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다양한 부품들이 조립생산되는 소위 네트워크산업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생산방식은 각 영역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역량들이 결합되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때 비로소 산업경쟁력 또한 강화된다. 즉 완성차업체가 제대로 된 질적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품업체의 역량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우 불공정하도급거래로 인해 부품업체의 일방적 희생이 강요되고 있으며, 완성차업체의 비용전가와 이윤착취 때문에 연구개발을 비롯한 기업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부품산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독립적 중소업체들에게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단가인하를 비롯한 불공정거래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과 저단가를 무기로 부품산업에 진입하고 있는 영세부품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부터 존립 그 자체를 위협받기도 한다. 결국 해당 부품업체들은 다른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외주화, 사내도급, 재하청 등과 같은 저비용중심의 단기대응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과당경쟁의 회오리는 부품조달단계를 따라 2-3차 부품업체에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고질적인 원하청관계의 종속성은 심화되고 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산업의 발전기반은 약화되고 혁신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부품업체는 거래선의 다변화, 기업역량의 강화를 위한 투자 등과 같은 독자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 또한 완성차업체의 부품조달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 노동시장의 분단화와 노사관계의 굴절
한편 불공정하도급거래는 노동시장의 계층화라는 추세와 맞물리면서 중층적 고용관계를 재생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사관계의 산업별 재편을 가로 막고 있다. 단가인하와 복사발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의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서 부품업체들은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가 아이템의 경우 대부분 재하청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기업규모별, 하청단계별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에 사용자입장에서 볼 때, 이에 대한 유인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제품전략을 추진하기 힘든 부품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임금격차요인을 활용하던지, 아니면 기피공정/간접부서 및 저수익품목에 대한 사내도급과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 직접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관행이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들에도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완성차업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고용관계의 분화현상이 하청업체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고용관계의 중층화로 인해 동일한 비정규직간에도 소속 사업장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연관관계는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원하청 불공정거래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1순위로 회사의 경영상의 어려움과 수익성악화를 통해 임금억제와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불공정하도급거래로 인해 노동자의 연대의식은 약화되고 산업별 노사관계의 형성을 간접적으로 가로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체의 부당한 요구로 인해 부품업체 노동자들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임률결정에 대한 완성차업체의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인해 정상적인 임금교섭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금체계의 왜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부품업체 노동자들은 완성차업체의 횡포에 대해 완성차업체의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성차업체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개입 보다는 선언적인 수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데 머물렀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노동자간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노동자내부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장벽을 넘어 조직을 구성하고 교섭수준을 산업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금속노조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불공정하도급거래의 존속은 산업별 노사관계의 재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3 불공정하도급거래의 개혁과 근절을 위한 방안
1) 기존 활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
자동차산업 관련 노동조합은 불공정하도급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이는 불공정하도급거래가 부품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내외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은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불공정하도급문제가 기업간 거래관계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공정거래법이 지닌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기하였다. 납품단가의 원가연동제와 임율인상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 것은 물론, 표준계약서의 작성의무화, 공정위의 법적 제소권 부여, 어음결제의 폐지 등과 같이 공정거래법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경제계의 반대와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공정하도급문제가 단순히 원하청기업간의 부당한 거래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불공정하도급구조에 대한 불만은 원청사용자에 대한 수준을 넘어서서 완성차업체 노동조합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이미 금속노련(2005)의 보고서에서 지적되었고, 금속노조 내부 부품업체 노동자들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동적 태도는 부품업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차 부품업체 노동조합 스스로가 완성차업체의 단가인하, 부당거래, 발주처 변동에 대해서 공론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방식으로 산하 하청업체들에게 불공정거래를 강요하는 것을 눈감아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완성차업체 노동자나 부품업체 노동자 모두 불공정하도급거래로 엮인 먹이사슬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정책대안과 실천과제
이상과 같이 불공정하도급거래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원하청간 공정거래와 기업간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노동자간 갈등요인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도급거래와 관련된 법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주체적인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첫째, 불공정거래를 축소하고 상생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도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원청업체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유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상시적 감시감독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년 1회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대금결정방식, 대급지급방식,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으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감독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공정위의 조사권과 제소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정위,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 관련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공동감시단을 운영하고 이 기구에 고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② 하도급계약서의 작성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일정규모 이상 거래와 대규모 사업체의 경우 표준계약서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하도급법에서는 ‘계약서’라는 규정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일정한 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원하청관계가 계약관계가 아닌 단순 위탁생산관계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명문화된 계약서작성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음으로써, 하청업체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때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는 표준계약서의 작성을 50억 이상의 거래, 혹은 500인 이상의 사업체의 경우 의무화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계의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③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개경쟁입찰제도를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원청업체는 납품단가의 결정방식을 공개하고 물량, 사양, 납기, 대금지급방식, 재료비, 노무비 등의 단가구성항목을 공지하고 그 산정방식을 입찰고지서에 기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④ 단가인하로 대표되는 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하도급법 규정은 원청업체의 일방적 대금감액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단지 ‘부당한’ 감액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규정 또한 감액절차나 감액사유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관계로 임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도의 변경과 같은 특정한 사유 외에, 계약기간 중 단가조정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계에 기반한 상생협력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과 함께, 원하청기업간에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먼저 공정거래를 실천하고 있는 모법사업체에 대한 유인효과를 강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하도급벌점의 감점, 과징금 감면, 조사면제 등과 같은 약한 인센티브 보다는 모범업체를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자금의 지원대상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일본과 서구유럽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협력이익의 공유제도(VE/V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공업협동조합 등이 공동으로 협력지원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불공정하도급거래를 해결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업종별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불공정하도급문제는 노동조합에게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산업발전의 혁신적 경로와 관련된 문제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불공정하도급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이 문제는 부품사의 노사가 서로 공조할 수 있는 의제인 동시에,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우호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좋은 매개고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금속사용자협의회와 자동차공업협동조합협의회로 대표되는 부품업체 사용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노동조합의 입장과 어떻게 잘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중앙교섭의 단체협약 합의만으로 불공정하도급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부품업체 사용자와 함께 완성차업체와 정부를 상대로 하도급법을 비롯한 법제도적 개선,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부의 감독강화, 기업간 협력관계에 대한 지원조치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고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이 기구는 원하청관계의 불평등한 관계를 반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참여주체들(자동차공업협회, 자동차공업협동조합, 노동조합, 산자부와 중소기업청 등)이 민주적 협치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자동차산업의 불공정하도급문제를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제조업의 공동화, 지역경제의 활성화방안과 결부시켜서 이슈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공정하도급문제는 종합적인 정책시너지효과가 발휘되어야만 해결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불공정하도급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정책적 대응은 산업정책의 대안마련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 현대차그룹의 비용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3.1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현 금속노조 미비국장)이 2008년에 제출한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에 대해 “제조업체의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온 것에 대해 대법원이 오랜 고심 끝에 이런 방식이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간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는데,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를 둘러싸고 원청회사측은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해 왔고, 상당수의 노동법학자들이나, 노동계에서는 한국의 사내하청은 도급계약을 위장한 것이며, 그 실체는 하청업체의 실체조차 인정하기 어려워 원청회사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볼 수 있거나, 아니면 불법파견(제조업에서 파견은 금지되어 있음)에 해당하여 판례에 의하더라도 2년이 경과하면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표적인 자동차회사이자, 제조업 사내하청인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곧 불법파견)이며, 따라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회사의 정규직 지위에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특히 2002년 이후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원청회사는 도급으로 위장하기 위해 하청업체의 반장, 직장 등을 이른바 ‘현장대리인(현장관리인)’으로 하여 자신들이 직접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해 왔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원청사용자는 ‘도급’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 들을 고려하면 사내 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 등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도급인 등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위장 방식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 등에서 사용해 온 사내하청 방식의 비정규직 고용은 ‘도급’의 형식을 위장하였으나, ‘일의 완성’과 그에 따른 ‘도급료의 지급’이 아니라, 노무도급 즉 인력만을 제공하고 인력투입량에 따른 도급비를 지급하여 왔으며, 이것은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 사건에만 적용되는 형태의 판결이 아니라, 종래 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하청 형태는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완성업체, 부품업체, 전자, 철강 등 최소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일하는 여타 제조업 사내하청에 모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구체적인 사건의 대상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뿐 만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노무를 이용해 왔고 또 이용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등법원 판결 이후 무려 2년 4개월간의 고심 끝에, 그리고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2년여의 고민을 더한 끝에 이와 같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불법파견 판정(2004년 9월)을 받은 1만여명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중 2년 이상 근무자가 1차 구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 2008년 기준 노동부 조사(간접고용 사내하청 노동자 실태 조사)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는 물론, 해고자, 퇴사자도 구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금속노조의 잠정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업종에서 약 5만명, 금속산업 전체로 추산할 경우 약 10만명이 이번 판결에 따른 구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2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현황과 실태
1)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의 비정규직 규모와 변동추이
한편 한국자동차산업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의 비정규직, 특히 사내하청의 규모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장과 미조직사업장을 중심으로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 말 현재 종업원 대비 사내하청 비율이 기아차가 7.89%, 현대차가 13.76%인데 비해, 현대모비스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43.69%로 전체 종업원 6,143명의 절반에 가까운 2,684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모비스는 연구직, 사무직, 판매직 등을 제외한 순수한 생산직 노동자 대비 사내하청 비율은 현대(25.26%), 기아(11.32%), 한라공조(17.73%)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인 139.93%에 이른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정규직 수가 현대자동차가 채용하고 있는 정규인원의 1/5 수준인 20%밖에 안되며, 기아자동차에 비해서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동종 부품회사인 한라공조(18.19명)와 비교했을 때도 현대모비스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비정규직(사내하청) 비율에 비해 현대모비스의 규모가 2-5배 더 많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규모는 2004년 9571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2007년 약 6600여명, 2009년 말 현재 추정치로 약 7천 9백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아래의 그림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규모는 1차 사내하청에 한정된 것이며, 약 3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2차 사내하청과 한시하청은 그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편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 중에서 현대모비스는 대표적인 ‘사내하청 공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전국 12개 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사내하청) 비율을 확인한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대비 14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2개 공장 중에서 울산수출물류, 광주, 창원, 진천 등 4개 공장을 제외한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최소 287%에서 최대 1,989%까지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울산, 이화, 아산, 서산공장 등은 정규직은 관리직이고, 사실상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현대모비스가 인수한 정규직 중심의 공장 창원(카스코), 진천(기아) 공장과 울산물류센타, 광주물류센타를 제외한 8개 공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674%에 이른다. 아래의 표는 2010년 2월 현재 현대모비스 산하 공장의 비정규직 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표 9> 현대모비스 소속 12개 공장(물류센타 포함) 비정규직 현황
정규직(조합원) |
비정규직 (사내하청) |
비율 | |
울산공장(울산 남/북구) |
215 |
1,171 |
545% |
울산수출물류(울산 남/북구) |
243 |
86 |
35% |
천안IP(천안 차암) |
60 |
172 |
287% |
천안ABS(천안 차암) |
30 |
268 |
893% |
포승(경기 평택) |
9 |
88 |
978% |
이화(경기 화성) |
16 |
310 |
1,938% |
아산(충남 아산) |
19 |
378 |
1,989% |
서산(충남 서산) |
7 |
104 |
1,486% |
광주물류센타(광주 광산) |
10 |
- |
0% |
창원(경남 창원) |
474 |
42 |
9% |
김천(경북 김천) |
13 |
65 |
500% |
진천(충북 진천) |
822 |
- |
0% |
계 |
1,918 |
2,684 |
139.9% |
출처: 현대모비스 공장 비정규직 고용 현황(2010.2.3 현재)
이와 같이 현대모비스는 여타 관련업체들을 인수, 합병한 것은 물론, 신설공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규모를 증대시켜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몇 몇 공장과 연구개발 및 사무관리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산직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2) 현대차그룹의 고용에 대한 무책임성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지난 10년간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의 신규채용은 일부 연구개발직과 사무직위주로 해옴으로써, 종업원의 수는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생산직의 필요인력은 주로 비정규직의 투입으로 대체함으로써, 정규직 생산직의 수는 노동자의 고령화추세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2002년에 24조 5600억원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31조 8600억원으로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동 기간 1조 4400억원에서 2조 9600억원으로 무려 105.5% 증가하였다. 하지만 종업원수는 4만 9900명에서 5만6천명으로 증가하였지만, 생산직의 경우 2만 9400명에서 3만 1600명으로 고작 7.5% 증가에 그치고 있다.
<표 10> 현대자동차의 경영실적과 고용현황
(단위: 천억, 천명)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
매출액 |
245.9 |
249.7 |
274.7 |
273.8 |
275.3 |
306.2 |
321.7 |
318.6 |
당기순이익 |
14.4 |
17.7 |
17.5 |
23.5 |
15.3 |
16.8 |
14.5 |
29.6 |
종업원수 |
49.9 |
51.5 |
53.2 |
54.1 |
54.7 |
55.6 |
56.0 |
56.0 |
생산직수 |
29.4 |
30.3 |
31.4 |
31.4 |
31.6 |
32.2 |
32.3 |
31.6 |
출처: 현대자동차 각 년도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참고.
이러한 고용에 대한 사회적 무책임성은 수많은 ‘비정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 간 현대모비스는 생산 및 매출확대에 따라 요구되는 필요노동력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투입하였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현대모비스의 매출액은 무려 5배, 매출총이익은 6배, 영업이익은 7배, 당기순이익은 20배가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대차그룹이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정규직만 늘리는 나쁜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3.3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비용 및 효과 분석
이번 대법원판결로 인해 2년 이상 불법파견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사용자와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판결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즉 직접고용에 대한 강제력을 지니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논리 중 비정규(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유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며,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직접고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과연 없는지를 확인해보록 하자.
한편 근속년수를 고려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생산직의 임금수준을 비교하는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아래의 표와 같다.
<표 11> 현대자동차 정규생산직과 사내하청 임금수준 비교
(단위: 원)
구분 |
정규 생산직 조합원 (평균근속 17.5년) |
정규 생산직 조합원 (근속 4.3년: A) |
비정규직(사내하청) (평균근속 4.3년: B) |
비율(B/A) |
기본급 |
1,579,901 |
1,222,023 |
1,001,520 |
82.0% |
통상급 |
1,875,823 |
1,395,665 |
1,022,951 |
73.3% |
월할상여 |
1,299,631 |
975,235 |
511,476 |
52.4% |
통상수당 |
295,922 |
173,642 |
21,431 |
12.3% |
시간외수당 |
1,163,256 |
748,217 |
607,335 |
81.2% |
월급여 |
4,338,710 |
3,119,117 |
2,141,762 |
68.7% |
* 자료 : 현대차지부<2008년 단체교섭위원 자료집>
출처: 산별임금정책연구, 2009, 55쪽
위의 표를 기준으로 현재 약 1만명으로 추산되는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계산식에 의해 정규직 전환비용을 추산할 수 있다. 근속년수 4.3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할 때, 월급여의 차이는 약 97만 7355원이기에 이를 연봉으로 추산하면, 약 1172만 8260원의 차이를 보인다. 즉 약 1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회사측의 추가인건비 부담은 매년 약 1173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측은 이러한 추가인건비가 큰 부담이 된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현재 현대차의 경영성과로 볼 때,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자동차가 매년 약 2조 5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당기순이익의 약 5%를 정규직 전환비용으로 소요하기만 한다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지금이라도 당장 가능하다.
한편 회사가 이야기하는 정규직 전환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액은 사실상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투입함으로써 얻게 된 추가이익에 해당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투입을 통해 확보한 초과수익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김성희 외(2005)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소비증대, 노동생산성증가, 부가가치확대, 내수증대라는 추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업에 임금비용부담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증대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사회적 편익도 발생시킨다. 이 보고서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노동생산성이 대략 1% 이상 개선되면 정부안과 경총 예상하고 있는 비용증가효과 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 증가효과가 나타나며, 노동생산성이 2% 상승할 경우 비용부담을 제하더라도 6조원이 넘는 사회적 순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약 350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을 100% 인상하고 부가급부 수혜율을 정규직 수준으로 조정할 경우 20.5조원의 부가가치가 증대한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볼 때,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상자의 범위와 규모에 따라 약간의 편차를 보이겠지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상당한 정도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3.4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책임확보방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작년은 물론,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영업실적에 힘입어 대규모의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몽구회장 일가는 자신의 금고에 돈만 쌓아 두고 투자부진과 일자리축소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노동자의 바램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현대차그룹은 산업기반의 부실과 고용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2010년 한국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주체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국내투자방안을 제시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의 경영성과가 단지 회장님의 ‘선견지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등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투입 등 ‘사회적 희생’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금속노조가 2010년 교섭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난 3년간 순이익 평균치 대비 2009년 순이익 증가분에 해당하는 만큼 청년노동자를 신규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화두가 되고 있는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책무를 촉구하는 정당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기업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금조성 등 사회적 출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몽구회장이 지난 2007년 항소심 공판에서 약속한 7년간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국민에게 약속한 자신의 사회공헌약속을 전혀 지키고 있지 않다. 2009년 7월 현재 정몽구회장이 기부한 금액은 글로비스 주식 900억원을 자신이 만든 ‘해비치재단’에 출연한 것 뿐이다. 정몽구회장의 사회공헌 약속대로라면, 매년 1200억원씩 2009년 말까지 3600억원을 출연해야 하는데, 작년 이후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2010년 6월 현재까지 2700억원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계획은 전무하다. 오히려 “사회봉사는 일 또는 근로활동을 뜻한다”는 황당한 해석을 통해 “정몽구회장이 사재를 출현할 의무가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현대차그룹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재벌 일가의 부도덕과 무책임을 만천하에 노출시킨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재벌인 현대차그룹은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현재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총 12조 3347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중 10%만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직간접적인 고용창출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산업 고용유발계수(10억원당 9.9명)에 근거할 때, 현금성자산 총액분의 10%(약 1조 2335억)를 재투자할 경우 약 1만 2212명의 신규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질 좋은 일자리만들기’라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내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위해 ‘금고에 돈만 쌓아두지 말고 곳간을 열어 달라’는 사회적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4. 국내외 판매가격의 차별화를 통한 소비자에 대한 비용전가
4.1 소비자가격 결정에 있어 현대차그룹의 독점적 영향력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판매가격에 대한 문제제기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현대차그룹은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완성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물론, A/S부품의 공급가격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소비자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모델이 출시되는 경우 매번 약 20% 인상된 것은 물론, 사양에 있어 별다른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상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법무법인 세광 최규호변호사에 의하면, 소나타의 경우 신차출고와 동시에 155만-220만원, 투싼의 경우 200만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니고 있는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국내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완성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가 시장가격의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면, 직영서비스센터 및 일반정비업체에서의 A/S부품에 대한 가격결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개별 부품업체로부터 현대모비스로 옮겨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모듈과 종합부품은 물론, 단품까지 사실상 현대모비스롤 통해 정비업체들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단품의 경우에도 산하 2차 부품업체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부품을 받아서 라벨만 붙여서 다시 이를 정비업체에게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 산하 핵심부품계열사들은 내부적으로 상품내부거래를 통해 거래비용과 중간관리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2차 부품업체로부터 공급받은 낮은 가격의 부품을 단순가공, 혹은 그대로 정비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상당한 중간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격을 어떻게 차별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4.2 국내외 판매가격 차별화의 실태와 문제점
1) 국내 소비자 판매가격의 인상추이
완성차의 경우 부품 및 원자재를 비롯한 재료비의 상승, 그리고 차종고급화에 따른 사양 및 옵션의 증가 등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공장도가격 상승추세는 아래의 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대차의 대표차종인 5개 모델의 공장도가격의 변화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엑센트의 경우 2000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공장도가격이 약 66.4%가 증가하고, 아벤테의 경우 동 기간 76.3%, 그랜저의 경우 34.6%, 산타페의 경우 47.8%, 소나타의 경우 무려 123.5%가 상승하였다.
<표 12> 현대자동차 주요 5개 모델 공장도가격
(단위: 천원)
연 도 모델명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엑센트(베르나) |
5,083 |
5,463 |
5,566 |
5,463 |
5,513 |
7,345 |
7,350 |
7,324 |
7,426 |
8,459 |
아반떼 |
7,095 |
7,828 |
8,314 |
8,835 |
8,901 |
8,987 |
11,652 |
11,857 |
12,130 |
12,505 |
쏘나타 |
9,511 |
10,304 |
11,430 |
10,815 |
17,802 |
18,839 |
19,454 |
19,718 |
20,486 |
21,255 |
그랜져 |
18,689 |
19,694 |
20,603 |
20,080 |
20,084 |
23,650 |
23,902 |
23,902 |
24,773 |
25,157 |
싼타페 |
|
15,556 |
17,098 |
16,423 |
17,171 |
21,517 |
21,758 |
22,458 |
23,216 |
22,996 |
주 : 최종판매가격에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육세를 제외한 순수 공장도가격
또한 소비자에 대한 최종 공급가격 또한 판매비와 관리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세금을 제외한 소비자 공급가격은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9년도 기준으로 공장도가격 대비 약 10~25% 정도 인상된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차종인 엑센트, 아반테, 쏘나타, 그랜져, 싼타페의 국내 판매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각각 62.5%, 65.2%, 109.4%, 28.7%, 43.5%가 증가하였다.
<표 13> 현대차 국내 판매가격의 연도별 변동추이
(단위 : 천원)
연 도 모델명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클릭 |
|
|
6,560 |
6,590 |
6,660 |
7,470 |
7,560 |
7,560 |
7,500 |
8,700 |
엑센트(베르나) |
6,100 |
6,400 |
6,520 |
6,400 |
6,380 |
8,500 |
8,610 |
8,580 |
8,540 |
9,910 |
아반떼 |
8,870 |
9,450 |
9,740 |
10,350 |
10,300 |
10,400 |
13,650 |
13,890 |
13,950 |
14,650 |
쏘나타 |
11,890 |
12,440 |
13,390 |
12,670 |
20,600 |
21,800 |
22,790 |
23,100 |
23,560 |
24,900 |
그랜져 |
24,300 |
24,480 |
25,610 |
24,960 |
24,390 |
28,720 |
29,710 |
29,710 |
29,730 |
31,270 |
에쿠스 |
51,820 |
51,820 |
56,150 |
59,900 |
58,320 |
48,550 |
48,870 |
48,870 |
48,080 |
86,800 |
투싼 |
|
|
|
|
20,160 |
20,910 |
23,490 |
23,490 |
23,630 |
25,000 |
싼타페 |
|
18,780 |
20,030 |
19,240 |
19,870 |
24,900 |
25,490 |
26,310 |
26,700 |
26,940 |
스타렉스 |
|
|
|
|
15,360 |
15,790 |
15,790 |
19,150 |
19,530 |
20,080 |
포터Ⅱ |
|
|
|
|
11,480 |
11,480 |
11,880 |
13,130 |
13,270 |
13,270 |
주: 국내 판매가격은 권장소비자가격에서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추정
출처: 현대차 각 년도 사업보고서
이러한 소비자 판매가격의 증가추세는 기아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래의 표는 기아차의 대표적 차종 모델들의 국내 소비자판매가격 변동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표 14> 현대차의 가격 인상률 현황
(단위 : 천원, %)
모델명 |
한국 | ||
’03년 가격 |
’09년 가격 |
인상률 | |
베르나 |
6,400 |
9,910 |
54.8 |
아반떼 |
10,350 |
14,650 |
41.5 |
쏘나타 |
12,670 |
24,900 |
96.5 |
그랜저 |
24,960 |
31,270 |
25.3 |
싼타페 |
19,240 |
26,940 |
40.0 |
자료 : 현대자동차 각 년도 사업보고서
한편 현대차는 판매모델의 교체시기 마다 국내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가격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비교 기준모델의 엔진 배기량이 증가하고, 사양이 고급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양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연평균 인상률은 너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표 15> 현대자동차 내수시장 차종별 가격 인상률
(단위 : 천원, %)
모델명 |
출시연도 기준 |
2009년 |
연평균 인상률 |
베르나(2005) |
7,907 |
8,459 |
6.9% |
아반떼(2006) |
9,561 |
10,227 |
6.9% |
쏘나타(2004) |
15,166 |
16,731 |
10.3% |
그랜저(2005) |
20,809 |
24,352 |
17.0% |
싼타페(2005) |
18,281 |
21,311 |
16.6% |
주 : 1) 괄호 안은 모델별 출시연도
2)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제외
2) 정부지원금의 수혜에도 불구하고 국내자동차가격을 인상
한편 현대차그룹은 2008년 말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자동차산업의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다양한 지원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동안 국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사회적 무책임성을 드러내었다. 실제 현대차그룹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부터 12월까지 자동차산업 지원제도(노후차량 교체에 따른 세제지원조치)에 의한 추가판매 총량이 38만 1875대였는데, 이 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만 8861대로 약 57.3%에 이르고, 기아차의 경우 7만 6480대로 약 20.0%에 이르러 현대차그룹이 노후차 지원조치로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노후차 지원조치 적용기간으로 확장하면 이러한 혜택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러한 지원조치 외에, 포스코로부터 공급받는 철강원자재의 15% 가격하락으로 인한 효과 또한 누리었다. 하지만 동일 기간 현대차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자동차판매가격을 최고 13.9%까지 인상하였는데, 이는 동 기간 물가상승률 2.3%의 6배 수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폭리는 국민의 세수감소와 동반되어 나타났다. 박선숙 국회의원(민주당)의 2009년 12월 15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노후차량 교체에 따른 세제제원 조치로 2009년도에 약 6298억원(국세 3303억원, 지방세 3195억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르노삼성과 GM대우와 달리 2008년 12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시행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조치에 대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가 노후차 처리를 위한 세제지원을 하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당한 정도의 판매가격 인하효과를 예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대표차종 국내판매가격은 5% 내지 14%까지 상승시켰다. 예를 들어 정부의 추정치에 따르면, 베르나 1.4의 경우 세제지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약 75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동일기간 현대차는 베르나 1.4의 국내 판매가격을 870만원에서 991만원으로 121만원 인상하였다. 아래의 표는 노후차 처리지원금과 개별 소비세인하 조치에 따라 정부가 추산한 자동차 판매가격의 하락예상치와 실제 판매가격 인상액을 비교하고 있다.
<표 16> 기획재정부의 추정 판매가격과 실제 판매가격
(단위: 만원)
차종 |
08.12 보도자료 |
09.4 보도자료 |
현재판매가 |
판매가 변동 | ||||
판매가A |
세금감소 |
판매가B |
세금감소 |
판매가C |
B-A |
C-B |
C-A | |
베르나 1.4 |
870 |
15.9 |
908 |
75 |
991 |
△38 |
△83 |
△121 |
아반떼 1.6 |
1,167 |
21.4 |
1,189 |
98 |
1,198 |
△22 |
△9 |
△31 |
소나타 2.0 |
1,831 |
33.5 |
1,864 |
154 |
1,960 |
△33 |
△96 |
△129 |
SM5 2.0 |
2,040 |
37.4 |
2,131 |
176 |
2,050 |
△91 |
▽81 |
△10 |
라세티1.6 |
1,276 |
23.4 |
1,333 |
110 |
1,294 |
△57 |
▽39 |
△18 |
주: 1. 현재판매가는 각 자동차사 2009년 12월14일 현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가격
2. ‘보도자료 가격’과 ‘세금감소’는 기획재정부 발표 보도자료 중 자동차 판매가와 판매가 감소분에서 인용
이와 같이 정부의 세제지원조치, 원자재가격의 인하(부품/철강), 대당 제조원가의 유지 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 소비자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하였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의 혈세로 세제 및 보조금지원 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의 일방적 인상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거래행위를 자행하였던 것이다.
3) 납득할 수 없는 국내와 미국 판매가격의 차이
국내산 자동차의 국내 및 해외 판매가격의 차이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는 환율, 관세 및 세제, 할인제도 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한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의 대표차종 대부분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판매가격 보다 약 30% 이상 낮았지만, 2004년 이후 국내 판매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2004년과 2005년 사이 그 관계가 역전되고 2007년과 2008년 사이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다가 최근 들어 국내 판매가격이약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아래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나타(기본형)의 미국 판매가격은 1999년 1만 4633달러에서 2009년 현재 1만 8244달러로 약 24.7% 증가한 것에 그친 반면, 국내 소비자판매가격은 1999년 951만 1천원에서 2009년 2125만원 5천원으로 123.5% 증가하였다. 특히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신형 소나타가 출시되면서 판매가격이 무려 700만원이나 급상승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가격상승률의 차이는 환율변동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의 그림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여 달러로 표시한 소타나(기본형)의 국내 및 미국 판매가격의 변동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판매가격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1999년 13468달러에서 2009년 17486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달러로 표시한 국내 판매가격은 1999년 7996달러에서 2003년 9074달러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4년 이후 급격히 상승하여 2007년 21221달러에 이르고 그 이후 일정하게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가격증가추이의 큰 차별성은 현대차의 대표차종인 소나타는 물론, 아반테, 산타페, 그랜저 등 대부분의 차종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반테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74.4% 급등한 반면, 미국 판매가격(미국명 엘란트라)은 고작 23.0%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국내 및 해외 판매가격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1월에 접수된 [현대기아차의 국내자동차가격의 부당한 책정]에 대한 신고에 대해 거의 3년이 다 된 2009년 11월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에 필요한 비용변동에 비해 판매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3조 2의 시장지배남용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선숙 국회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공정거래위의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공정위의 조사는 2년 10개월간 지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 기간을 2005~2007년에 한정함으로써 세제지원 조치기간 동안 발생한 일방적 가격인상(약 15%)효과를 전적으로 무시하였다. 또한 내수판매와 해외판매에 따른 지역별 영업이익율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대차그룹 전체 영업이익률로 합산하여 여타 국내 경쟁업체의 영업이익률과 단순비교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그리고 내수제품과 수출제품의 사양과 옵션이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원가의 계산에 있어 이 둘 간의 구분을 전혀 하지 않고 총매출원가(비용변동률)와 총매출액(국내판매가격변동율)을 단순비교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였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국내 판매가격변동률(7~14%)과 국내 물가지수변동률(2~2.3%)이 객관적으로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현저한’ 차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해명하고 있는 신차(소나타/투산)의 사양 업그레이드로 인한 가격인상효과 또한 지나친 가격인상 근거로 합리화되기가 힘들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출혈할인과 과당경쟁에 의한 해외영업이익의 손실과 지역별 편차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국내 판매시장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반면, 해외시장, 특히 선진국시장에서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저가할인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국내 및 해외지역간 영업이익률의 차이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국내 영업이익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유럽지역에서 계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북미의 경우도 0% 전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판매대수에서는 큰 변동이 없지만, 영업이익이 2006년 1조 984억에서 2009년 4조 9239억원으로 무려 350% 증가하였다. 하지만 유럽시장의 경우 2006년 4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물론, 2007년과 2008년 영업손실액이 각각 2200억원에서 2700억원에 이르다가 2009년에는 무려 88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북미시장 또한 2008년을 제외하고 일정하게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하는 수치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러한 상황은 기아차의 경우가 더욱 심각하다. 기아차는 2006년과 2007년 국내시장에서 조차 적자를 기록하다가 최근 들어 판매호조세에 따라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시장의 경우 거의 영업이익이 0%에 가깝고 2009년의 경우 1.14%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시장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2846억원,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2008년 잠시 영업이익이 152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서고 난 후 2009년 다시 무려 6815억원, 약 7%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시장진입이 어렵고 자동차시장의 벽이 높다고 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단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할인과 과당경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한마디로 현대차그룹이 해외시장의 영업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국내판매가격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3 국내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국내산업기반의 강화방안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판매시장은 물론, 부품시장에 대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악용하여 국내 소비자 판매가격과 A/S 부품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완성차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2003년 이후 매년 급격하게 상승하였을 뿐만 아니라, A/S부품 또한 현대모비스가 공급독점권을 쥐고 난 후 부품업체의 낮은 가격에 중간마진을 추가하여 소비자에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수급시장의 독과점적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하겠지만, 일차적으로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공정가격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단지 정가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인상요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자료제시 및 공지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같이 국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할인과 과당경쟁을 좌초하는 해외마케팅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식으로 단기성과에 의존하는 해외판매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계속 보이고 있는 유럽시장과 북미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즉 현대차그룹은 지역별 판매대수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유발비용과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해외판매법인의 행태를 시정하는 동시에, 해외판매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 브랜드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고품질-고부가가치전략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난 10년간 추진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톱 5 전략’은 해외시장의 점유률을 일정하게 신장시키는데 기여했을지는 모르지만, 자동차의 질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내산업기반의 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해외현지공장의 실질가동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너무 과도하고 급속한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유동성위기, 그리고 수익성의 악화와 맞물려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해외판매 및 해외생산으로 인한 수익성악화와 영업손실을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과 비용으로 전가하려는 기존 관행을 버리는 동시에, 과잉투자와 유발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자신의 ‘글로벌 톱 5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국면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Ⅳ.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생산, 매출, 이익측면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하였고 사상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장신화의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009년 12월 말 현재 사내유보금은 6조 8438억, 이익잉여금은 29조 786억, 현금성자산은 12조 3300억이라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매출액 1억 대비 고용계수는 물론, 1인당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에 대한 생산적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2500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성장신화가 중소기업, 노동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들의 피해와 희생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중소하청업체의 하도급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에 의한 인력거래, 국내소비자에 대한 불공정판매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한국의 대표적 기업집단인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차그룹은 편법적 주식거래를 통해 부를 증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들에게 생산물량을 몰아주고 있으며, 부품 및 원자재의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얻고 있다. 또한 원하청기업간의 종속적 하도급관계를 이용하여 단가인하, 임률억제 및 통제, 과당경쟁과 출혈납품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중소하청업체들은 수익성악화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며, 생산혁신과 품질향상을 위한 여지가 좁아지면서 부품산업의 퇴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생산확대로 인한 필요인력을 대부분 비정규직 사내하청으로 투입함으로써, 질 좋은 일자리의 고용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라는 저진로전략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크나큰 우를 범하고 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투입을 통해 단기간에 비용경쟁력은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현대차그룹이 질적 경쟁력전략인 고품질-고부가가치지향의 고진로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 비정규직의 확산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자신의 시장지위를 악용하여 국내 판매가격의 일방적 인상을 자행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시장점유률을 높이기 위해 저가경쟁과 출혈할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판매가격의 차별화와 공격적 해외마케팅전략이 현대차그룹의 성장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결국 국내소비자와 국민의 비용부담은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시 하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현대차그룹의 불공정거래가 지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유는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가 근절되고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국민들에게 고수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일부 재벌에게 초과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단가인하, 비정규직 확대, 가격 및 비용전가를 통해 중소기업간 과당경쟁, 고용관계의 악화, 소비자의 부담증가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노동자는 비용축소 압박과 인건비절감 경쟁에 시달리게 되고 고부가가치와 고품질에 대한 헌신과 기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저진로전략에 기반한 비용경쟁력의 추구로 인해 공정거래를 준수하는 좋은 기업은 퇴출되고 불공정거래의 관행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불공정거래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기해 보았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조치의 정비 및 개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 자체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지 사회공헌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사회구조 내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중소기업, 지역주민, 소비자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기업이 되기를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현대차그룹에게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