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이병철 등불님의 추천글입니다.
-책, "논어를 연찬하다"
전환과 통합을 위한 지혜의 서(書)/
오늘 오전, 우체국 소포편으로 남곡 선생의 책 "논어를 연찬하다"를 받았다. 지난 30일에 출간되었다는데, 벌써 오늘 도착한 것이다. 927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인데, 표지 디자인을 비롯하여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박길수 대표의 정성이 느껴진다.
내가 저자 소개보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이 책의 출간을 내가 박 대표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출판 시장에서 이런 큰 책을 편집하고 출간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레 부탁했는데, 박 대표는 그 자리에서 기꺼이 승낙했고 마침내 이렇게 멋진 책이 간행된 것이다. 평소 남곡 선생의 글과 사상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박 대표가 부담을 무릅쓰고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리라.
“이 책 '논어를 연찬하다'는 논어를 단순히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만 읽은 책이 아니다. 한 생을 통해 추구해 온 남곡 선생의 삶과 사상, 무엇보다 세상과 사람, 그리고 만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논어 연찬’이라는 이름으로 피력한 기록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특히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당부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이 격변의 시대에 굳이 2천 수백 년 전 봉건 제후국 시대에 살았던 공자의 사상을 다시 불러낸 것은, 그 속에서 오늘의 길을 여는 지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단정 짓지 않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가는 연찬의 태도, 그리고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시대정신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중도의 길이 그것이다. 논어에 담긴 이 연찬의 태도와 중도의 지향은, 공멸의 위기 앞에서도 확증편향의 양극단으로만 치닫는 미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이 글은 책 뒷표지에 실을 여러 추천글 가운데 하나로 내가 썼던 글인데, 표지 제작 과정에서 표사가 빠지는 바람에 책의 소개글로 다시 올린다.
사실 나는 공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의 대표적 저술인 '논어'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내가 공자나 '논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주제넘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남곡 선생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사적 대격변과 대전환의 시기에 선생은 세상에 대한 깊은 걱정,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뇌 속에서 그 길을 모색해 왔다. 때로는 그 고민을 나도 함께 나누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법 스님과 함께해온 지리산 연찬 또한 그러한 과정의 하나였다. 선생이 논어를 연찬의 방식으로 탐구하며 길을 찾고자 했던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논어'라는 책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남곡 선생의 논어 연찬을 통해 '논어'를 접하게 된 것이니, 이는 온전히 선생의 덕분이라 하겠다. 감사한 일이다.
남곡 선생은 해방둥이로, 이미 팔순을 넘겼다. 선생은 이 나라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세대로써,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앞장 서서 그 짐을 짊어지고 한 생을 걸어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논어를 연찬하다"는 내가 표사에서 썼듯, 단순히 기존 해석과 다른 관점으로만 논어를 읽은 책이 아니다. 한 생애에 걸친 실천과 사유, 그리고 사람과 존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논어를 새롭게 살아낸 기록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책의 제목이자 전편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연찬(硏鑽)’에 대한 이해다. 남곡 선생에게 ‘연찬’이란, 무엇이 옳다고 단정 짓지 않고, 함께 길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이다. 어느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시대정신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중도(中道)'의 지향이기도 하다.
남곡 선생은 '논어' 속에서 이 연찬의 태도와 중도의 사유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지구 생명계의 공멸이라는 위기 앞에서조차 확증편향과 분열의 미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벗어날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가 ‘전환과 통합을 위한 지혜의 서’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처럼 공자나 '논어'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이 책이 말하는 연찬의 태도―세상을 함께 이해하고, 함께 길을 찾아간다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책의 두께가 주는 부담쯤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수많은 ‘논어 주해서’ 중 하나가 아니라, 오랜 유교적 틀을 넘어 논어를 새롭게 살아 있는 책으로 만든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종종 선생께 농담 삼아 “공자님 덕분에 요즘 형이 살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선생은 “오히려 나 때문에 공자님이 빛나는 것이지”라는 말처럼 "논어를 연찬하다"라는 이 책을 통해, 공자께서도 뒤늦게 참다운 지기(知己)를 만났다고 기뻐하시지 않을까.
애쓰신 저자 남곡 선생과, 이 책의 출간을 기꺼이 감행해 준 박길수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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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익산에서 출판기념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