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면 불행한 사회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돈을 많이 가진 지주(地主)가 머슴이 사는 방은 지나다보니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방안에서 부부가 즐겁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방문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안을 들어다 보니 부부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어린 자식이 재롱을 부리고 뛰어노는 모습에 부부는 집이 떠날듯 배꼽을 움켜쥐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지주는 이들의 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장롱 깊숙히 숨겨 둔 돈자루와 금덩이를 전부 방바닥에 쌓아 놓고 웃으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지주는 세상의 행복은 돈이나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옛부터 전해지는 야담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들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재산을 갖을려고 수반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삿된 짓을 하면서 재산을 모으는데 정신이 몰입되어 있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재벌 후예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장남인 고(故) 신동학 씨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단속 경관을 매단 채 질주해 중상을 입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 씨는 '맷값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또한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자기 사옥으로 끌고 가서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2천만원을 준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주가조작으로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을 받은 LG그룹 방계 3세 구본호 씨는 자신이 대주주인 물류업체 범한판토스가 은행에서 250억원을 대출받게 한 뒤 담보 없이 이를 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코스닥 상장사인 미디어솔루션의 인수과정에서 해외투자자들이 동참하는 것처럼 꾸며 시세차익을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천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씨는 지난해 사기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앞서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자본 없이 인수하고도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폭등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으며, 형 집행 중 가석방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씨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재벌 2 - 3세들의 도덕적 해아나 치부에 몰입하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도대체 얼마나 재산을 가져야 흡족해 할지 모르겠다. 이들이 정작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재산에서 행복을 찾을려고 한다면 결국 이들의 재산은 불행에 함몰되고 말 것이다. 재벌이나 재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당신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되는가? 정말 당신들이 가진 그 많은 재산을 모으면서 하늘을 우르러 한 줌 부끄럼이 없었던가?
당신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어디에 두고 있는가? 남보다 많이 가지고도 남보다 더 많이 가질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정말 행복한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도 권력까지 거머질려는 재력가도 있다. 재산으로는 부족하여 권력까지 움켜쥐면 행복할 수 있는가? 재산과 권력을 가지는 경쟁속에서 사는 것이 가진자의 행복이라면 재산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는 불행한가?
남보다 더 많은 재산과 권력을 가지는 경쟁속에서 사는 것이 가진자의 행복이라면 그 행복이 얼마나 고단하고 가난한 것이며 힘든 인생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 재산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좁은 동네 골목까지 찾아와 눈물겨운 서민들의 삶의 텃밭까지 빼앗아 긁어 모은 재산을 죽어서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발상은 제대로 된 사람의 인품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와 이명희 형제가 벌렸던 재산 다툼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이나 부자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담흘려 돈을 벌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