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안과 밖 강연 시리즈: 2017 계승과 변화를 거듭해온 인류 지성사에 대한 성찰 | 뉴턴, 근대과학의 정초 (4)
정병훈 교수는 인류사의 빛나는 장면 가운데 하나인 “17세기의 과학혁명이 ‘뉴턴의 종합’에 의해서 완결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임을 밝히면서 이전까지는 분리되어 “긴밀한 연관성을 알 수 없던 주제들이 단일한 과학적 구조 속으로” 통합된 것, 뉴턴 물리학이 앞선 “여러 과학자들의 개념, 법칙, 원리 등을” 한데 묶어 “하나의 물리학 체계를 산출”했다는 점, 이뿐만 아니라 “수학적 사고와 입자적 사고”를 통합한 데에 그 종합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뉴턴이 보편중력에 대한 논증을 위해서 “현상으로부터 개별적인(특수한) 명제를 추론하는 과정”과 “귀납에 의해 그것을 일반화하는 과정”, 두 가지를 거쳤음에 주목하며 그로 인해 뉴턴의 실험철학이 이후 자연과학의 중요한 방법론적 모델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열린연단 강연 (패러다임 13강) – 정병훈 경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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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 소개
정병훈 (경상대 철학과 교수) 2015~2016 경상대학교 총장 직무대리 2013~2014 경상대학교 교학 부총장 2011~2014 경상대학교 교무처장 2007~2009 한국과학철학회 회장 네이버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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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근대과학의 정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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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으로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제시하는 힘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뉴턴이 제시하는 힘의 개념은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물질의 내적인 힘, 외적으로 가해진 힘, 그리고 구심력(centripetal force)이 그것이다. 힘(vis)라는 용어는 『프린키피아』의 「정의 Ⅲ」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물질의 내재적인 힘(vis insita) 혹은 물질의 고유한 힘(innate force)은 물체가 정지 상태에 있든지 혹은 직선상을 등속으로 운동하든지 간에 그 현재의 상태를 유지시키는 힘(power)이다.”(주74) 여기서 뉴턴이 말하는 내재적인 힘은 비활동적인 힘으로서 관성력(vis inertia)을 의미한다. 그것은 물체가 그 자신의 정지 또는 운동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다. 뉴턴에 의하면 관성력은 물질에 내재하는 불활성의 힘(force of inactivity)으로서, 외부의 힘이 가해져서 그것의 조건을 변화시키려 하는 경우에 물체가 발휘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관성력은 뉴턴이 물질의 보편적 성질이라고 부르는 것에 속한다. 뉴턴은 관성력과 저항력 및 충격력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관성력은 물체가 그것의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해진 힘에 저항하는 한 저항력이 되고, 물체가 다른 물체에 가해진 힘에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물체의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할 때는 충격력이다.”(주75)
그러므로 관성력은 물체가 정지해 있을 경우에는 저항력이고, 운동하는 경우에는 충격력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외양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뉴턴에 있어 운동과 정지는 오직 상대적으로 구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턴의 「정의 Ⅲ」을 데카르트의 자연의 제1법칙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유사성이 발견된다. 그것들 사이에서 차이 나는 점은 물질과 공간을 동일시하는 데카르트에게 있어서는 관성력이 공간적 연장에 비례하는 데 반해, 뉴턴에 있어서는 그것이 물체가 갖는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뉴턴에 있어서 질량 또는 물질의 양은 밀도와 부피의 곱이다. 질량이라는 개념이 그의 개념체계에 있어서 기본적인 개념이 되면서, 모멘트 혹은 운동량의 정의, 운동량의 변화로서의 힘의 정의가 어렵지 않게 제시될 수 있었다. 뉴턴이 두 번째 종류의 힘으로 제시하는 것은 『프린키피아』의 「정의 Ⅳ」에 등장하는 “가해진 힘”(impressed force)이다. “가해진 힘은 정지해 있거나 직선상을 등속운동하거나 간에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하나의 물체에 가해진 작용이다.”(주76) 그것은 물체의 관성운동에 대해서 가속도의 운동을 일으키는 힘이다. 정지 상태 혹은 등속운동 상태의 변화로서의 가해진 힘은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그것은 단지 작용일 뿐이고 그 성격상 일시적인 것이다. 둘째, 작용이 끝나면 물체 안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관성력이 물체의 보편적인 힘으로서 물체에 고유한 것이고 그 이상 환원할 수 없는 것인 데 반해, 가해진 힘은 “충격, 압력, 혹은 구심력”과 같이 그것과는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다. 구심력 혹은 중심적 힘은 궁극적으로 환원 불가능한 개념적 장치의 요소로서 하나의 물체에 작용하는 가해진 힘에 의해서 자신을 나타내고, 모멘트의 변화에 의해서 측정되는 요소이다.(주77) 운동의 제1법칙은 관성의 원리로서의 힘에 관한 질적인 정의라고 해석된다. 반면에 운동의 제2법칙은 운동량의 변화가 물체에 가해진 힘에 비례함을 말해준다.
「정의 Ⅴ」에서 뉴턴은 마지막 유형의 힘의 개념에 대해서 말하는데 그것이 구심력이다. “구심력은 물체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거나 혹은 그 밖의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서 어느 중심이 되는 한 점을 향하도록 하는 힘을 말한다.”(주78) 뉴턴은 구심력을 다른 어떤 힘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뉴턴은 구심력이 행성이 궤도에 대한 접선 방향으로의 등속운동에서 벗어나서 타원궤도 상의 운동을 유지하도록 작용하는 힘으로서 전 우주의 운동을 해명하기 위한 열쇠가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중력은 바로 이러한 구심력의 한 종류이다. 이어서 「정의 Ⅵ」, 「정의 Ⅶ」, 「정의 Ⅷ」에서는 구심력의 절대적 양, 가속적 양, 그리고 운동적인 양이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양들을 뉴턴은 절대력, 가속력, 그리고 운동력이라고 부른다. 절대력, 가속력, 그리고 운동력은 일치한다. 가속력은 중심으로부터 퍼져나와 그 주위를 점하는 물체들을 움직이도록 모든 주위에 깔린다. 절대력의 강도는 가속력과 운동력에 의해 확인된다. 그런데 앞서의 힘의 두 개념들과는 달리 구심력으로서의 중력은 여러 가지 난점을 함의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관성력이 수동적인 원리인 데 비해서, 중력은 활동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충돌의 경우에서처럼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단순히 관성력의 결과라면, 이는 그 물체가 활동적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없다. 그런데 중력의 경우에는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한 물체가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이므로 관성운동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물질이 중력을 산출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불활적(不活的, inert)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은 물질이 불활적이라는 당시 기계론자들의 근본적인 전제와 어긋나는 것이 된다.
라이프니츠를 비롯한 대륙의 합리론자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물체가 아무런 매개물 없이 수백만 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뉴턴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물질과 연장(延長)을 동일시하는 데카르트의 원리를 받아들여서 진공이 불가능하며, 물체들이 직접 접촉할 때에만 힘이 작용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소위 힘의 ‘원격 작용’(action at a distance)을 문제 삼았다. 만일 그러한 작용이 물질의 어떤 성질에 의한 것이라고 뉴턴이 주장한다면, 그것은 스콜라주의적인 ‘신비한 성질’에 호소하는 일이 된다고 그들은 비판한다. 경험론자들도 문제를 제기하였다. 라이프니츠가 중력이라는 힘의 본성과 원인을 문제 삼았다면, 버클리는 아예 중력이라는 힘의 실재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버클리에 있어서 중력이라는 힘이 접촉 작용인가 아니면 원격 작용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접촉 작용이 원격 작용보다 더 합리적인 동시에, 잘 이해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편견 때문이라고 버클리는 생각하였다. 그에 의하면 두 개념은 똑같이 논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난점에 봉착한다. 그것은 두 입장 모두 힘을 운동의 원인으로서 인과적 힘(causal power)을 가진 실재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버클리에 의하면 그 두 개념은 모두 지각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경험적인 관계를 기술하기 위한 도구적 구성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중력의 원인은 물질의 내부에서, 즉 물질이 가진 성질에서 찾아져야 하는가? 아니면 물질의 외부에서 발견되어야 하는가? 중력은 물체의 본질적 성질이거나 아니면 그것은 물질 외부에서 발견되는 어떤 역학적 원인에 의해서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뉴턴은 중력이 물질에 본질적이라는 것도 인정하기도 어려웠고, 그것의 역학적 원인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중력의 원인의 문제는 뉴턴을 계속적으로 괴롭히는 문제가 되고 만다. 중력의 본성에 관한 특수한 이론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실험적 혹은 관찰적 자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뉴턴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중력이 떨어진 거리에서의 작용인가 혹은 에테르 입자와 보통의 물질들 사이의 연속적인 작용에 의해서 생기는 것인가 하는 문제와는 독립적으로 중력을 다루었다. 이런 문제에 봉착하여 뉴턴은 자신이 중력의 실재와 그 작용 방식을 확립하였으며, 따라서 행성의 운동, 조수의 간만 등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그는 그 힘들의 물리적 원인이나 위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것들에 대한 수학적 개념만을 제시하려고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이론을 인력의 원인에 관한 특정한 가설과 결합시킴으로써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뉴턴의 인력 개념은 수학적으로 정의되며, 이것은 실재에 관한 뉴턴의 수학적 견해의 본질적인 차원을 형성한다.
5. 시간, 공간, 질량, 운동의 개념: 뉴턴은 『프린키피아』의 앞부분에 있는 “정의”와 “운동의 법칙” 사이의 「일반주석」에서 운동, 공간, 장소, 시간에 관한 그의 견해를 설명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그의 힘 개념과 중력 이론에 대한 운동학적 기초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의 철학 체계와 신학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먼저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양들이 감각적 물체에 대한 관계를 통해서 인식되지만, 상대적이고, 현상적이며, 통상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양 그 자체로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구분될 필요가 있음을 밝힌다. 이 개념들은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시간은 스스로, 자신의 본성에 따라, 어떤 외적인 것과 관계없이, 한결같이 흐른다. 다른 이름으로 지속이라고 부른다. 상대적이고, 현상적이고, 통상적인 시간은 운동을 수단으로 한 감각적이고 외적인 지속의 척도이다. 절대적이고, 참되고, 수학적인 공간은 그 본성에 있어서 어떤 외적인 것과의 관계없이, 유사하고, 움직이지 않도록 유지된다. 상대적인 공간은 절대적인 공간의 어떤 움직일 수 있는 차원 혹은 척도이다. 장소는 물체가 점유하는 공간이며, 그것은 공간이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에 따라서 절대적인 장소이거나 상대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절대운동은 하나의 절대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물체가 이동하는 것이다. 상대운동은 하나의 상대적인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주79)
이러한 규정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뉴턴의 생각이 분명히 드러난다. 첫째, 공간은 물체로부터 구분되며, 물체의 존재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둘째, 주어진 물체가 운동하는가, 운동의 참된 양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사실의 문제이다. 셋째, 물체의 참다운 운동은 다른 물체에 상대적인 운동이 아니며, 그것을 통해서 정의될 수 없다. 뉴턴은 유명한 “양동이 실험”을 통해서 참되고, 절대적인 운동의 존재에 대한 경험적인 증거를 제시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개념들에 대한 정의를 토대로 뉴턴은 운동의 세 가지 법칙을 제안한다. “법칙 Ⅰ. 모든 물체는 가해진 힘에 의해서 그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정지 상태 혹은 직선상의 균일한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법칙 Ⅱ. 운동의 변화는 가해진 힘에 비례하며, 그 힘이 가해지는 직선 방향으로 움직인다. 법칙 Ⅲ. 모든 작용은 같은 크기의 반작용을 갖는다. 두 물체에서 서로 미치는 상호 작용은 방향에서 항상 반대이고, 크기는 같다.”(주80)
뉴턴은 이 세 가지 운동법칙을 일종의 공리(axiom)로 여긴다. 공리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고, 그 수학적 원리는 물체가 어떻게 절대공간과 절대시간 속에서 운동하는가를 기술한다. 뉴턴은 그의 역학이 경험적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 역학의 공리들을 경험적 사건들과 연관시켰다. 뉴턴의 공간과 운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카르트의 견해가 매우 긴요하다. 데카르트에게 공간은 물체와 동일하다. 물체의 본질이 연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 공간이 존재할 수 없다.(주81) 뉴턴은 공간을 물체와 구별한다. 또한 시간은 세계 가운데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사건과도 무관하게 지속된다. 이것이 그가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을 말하는 이유이다. 뉴턴은 그 실재들이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측정하는 것들(상대공간과 상대시간)과 구분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데카르트의 생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데카르트는 시간과 공간이 실재하는 것임을 부정하였다. 그가 보기에 세계는 필연적으로 물질적으로 충만한 우주(plenum)이다. 따라서 빈 공간은 개념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공간은 플레넘을 구성하는 물체들의 각기 다른 배열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추상물에 불과하다.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간의 흐름은 어떤 발생과 변화 없이는 생각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은 세계 가운데서의 변화에 대한 측정에 불과하다.
시간과 공간의 존재론적 지위에 관한 문제는 운동의 진정한 본질과 관련되어 있다. 뉴턴은 물체의 진정한 운동은 절대공간 속에서의 운동을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공간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어떤 물체의 진정한 운동 상태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데카르트 역시 운동에 관해서 한 물체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는 작용으로서의 ‘일상의’(vulgar) 운동 개념과 ‘고유한’(proper) 운동 개념을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고유한 운동은 물질 혹은 물체가 그것과 접촉하고 있고, 정지해 있는 어떤 물체들의 주변에서 다른 것들의 주변으로 옮겨지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뉴턴은 이러한 운동 개념은 데카르트 자신이 『철학원리』에서 설정한 두 가지 자연의 법칙에서 표현된 운동의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주82) 데카르트에 의하면, “자연의 제1법칙은 각각의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한 항상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따라서 일단 움직여진 것은 항상 운동을 유지하고자 한다. (……) 제2법칙은 모든 운동은 그 자체로서는 직선운동이다. 그 때문에 원운동을 하는 것은 항상 자신이 그리는 원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주83) 최근의 뉴턴의 주석가들은 시간, 공간, 운동 등의 문제를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취급하였던 데카르트와 달리, 뉴턴은 이 문제들을 경험적인 문제로 취급하였다고 주장한다.(주84)
6.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립과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
1.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기존의 패러다임의 붕괴를 가져오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또 이미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승리를 확고히 하여, 패러다임의 교체를 의미하는 과학혁명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 책은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러면 뉴턴의 실험철학이 패러다임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인가? 나는 뉴턴의 실험철학이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들을 적어도 몇 가지 확보하고 있음을 지적하겠다. 첫째, 뉴턴의 실험철학은 패러다임에서 중핵적인 부분인 이론과 법칙을 갖고 있다. 뉴턴의 실험철학은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미적분으로 구성된 수학, 힘과 질량 개념을 토대로 한 세 가지 운동 법칙, 그리고 보편 자연법칙인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뉴턴의 이론을 구성하는 수학과 역학, 그리고 중력 물리학이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뉴턴이 종합한 요소들은 실제로 아주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 미적분과 같은 수학이 없었더라면 운동의 법칙은 경험 현상을 기술하기는커녕 정식화되거나 표현될 수도 없었다.”(주85) “뉴턴 이론의 수학적인 부분은 언어 또는 개념 틀의 요소로서, 이론의 나머지 부분은 그 안에서 정식화된다.”(주86) “뉴턴 역학과 중력 물리학 사이에도 유사한 관계가 성립한다. 뉴턴 역학이 없었더라면 만유인력의 법칙은 경험 현상을 설명하기는커녕, 경험적 의미조차 가지지 않을 것이다.”(주87) 그러므로 역학은 언어나 개념 틀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그 안에서만 중력이 경험적인 의미를 지닌다.
둘째,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로 뉴턴의 실험철학은 분석과 종합이라는 강력한 귀납적 방법을 가지고 있다. 17세기가 진행되면서 케플러, 보일, 호이헌스, 데카르트 등 새로운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지식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반성하는 사람들은 자연 현상의 탐구에서 가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있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역학이 가설에 호소하지 않고도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방법론적 경향을 일소하였다. 뉴턴의 실험적 방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그의 방법은 1) 현상으로부터 개별적인(특수한) 명제를 추론하는 과정과 2) 귀납에 의해 그것을 일반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두 과정은 뉴턴의 『프린키피아』 제3권에 담긴 보편중력에 대한 논증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그 논증은 추리 규칙들이 적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가설 없는 과학’은 이후 18세기 자연과학들의 중요한 방법론적 모델이 되었다. 셋째, 뉴턴의 실험철학은 당시의 기계철학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공하였다. “뉴턴은 다른 기계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은 운동하는 물질적 입자의 체계라고 보았다.”(주88) 뉴턴은 그것과는 다른 인력과 반발력이라는 힘을 추가함으로써, 입자와 입자로 구성된 물체가 다른 입자와 물체에 대해서 떨어진 거리에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뉴턴이 만유인력에 의해서 우주 체계를 구성하고자 했을 때, 호이헌스와 라이프니츠 등 대륙의 데카르트 기계론 신봉자들이 이를 문제 삼았다. 따라서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담긴 자연철학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의 일차적 주제는 행성들이 곡선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정한 힘이 필요한가 혹은 행성에 대한 힘이 과연 거리의 제곱에 따라서 감소하는가 하는 경험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력이라는 힘의 본성과 원인, 나아가 힘의 실재성에 관한 형이상학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뉴턴은 중력의 문제를 경험과학의 문제로 파악했다. 뉴턴에 있어서 형이상학의 문제는 경험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했다. 이러한 입장은 형이상학을 경험과학의 토대로 여기는 기계론의 입장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뉴턴의 실험철학은 이러한 경험과학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개념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힘’, ‘인력’, ‘중력’, ‘운동’, ‘시간’, ‘공간’ 등으로 구성된 개념적인 틀을 기반으로 역학의 체계와 물리학적 법칙이 성립한다. 앞서 보았듯이, 힘의 개념은 뉴턴이 보편중력의 법칙을 확립함으로써 지상의 역학과 천상의 역학을 종합하는 수학적 연역을 전개하기 위한 공리적 기초를 이룬다. 이러한 뉴턴의 개념 체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의 패러다임의 개념 체계 사이에는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그 개념 체계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의 개념 체계와도 양립하기 어렵다. 다섯째, 뉴턴은 추리 규칙을 통해서 자연과학이 추구해야 할 ‘원인’ 개념을 규정하고, 자연과학이 추구해야 할 설명의 방식, 그리고 지식의 개념을 제시한다. 뉴턴이 추구한 원인은 ‘진실되고 충분한 원인’으로서,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과 다를 뿐 아니라, 기계론자들이 추구한 작용인과도 다르다.(주89) 오히려 그것은 수학적으로 표현되는 형상인에 가깝다. 자연과학이 추구해야 할 설명은 이제 목적론적 설명일 수 없다. 그것은 또한 가설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귀추적인 설명도 아니다. 뉴턴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연역-법칙적 설명모델(D-N 모델)을 확립하였다. 뉴턴의 실험철학은 과학적 지식이 증명 가능성과 확실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계론적인 지식 개념을 포기하였다. 반면에 귀납적 지식이 자연의 본성이 허용하는 가장 좋은 논증이며, 우리는 높은 개연성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뉴턴 실험철학은 자연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과학적 탐구를 구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철학적 탐구마저도 뉴턴의 실험철학을 모방하고자 하는 경향을 낳았다. 당시 사람들이 ‘뉴턴적’(Newtonian) 학문을 추구한다고 할 때, ‘뉴턴적’이란 그들의 물리학과 그것의 기초가 되는 형이상학이 뉴턴적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추구하는 학문의 목표와 방법이 뉴턴적이라는 것이다. “18세기 지성사의 지도자들을 고무한 것은 뉴턴의 광학 혹은 역학이 아니라, 뉴턴의 귀납주의와 실험주의—한마디로 그의 독특한 종류의 경험주의—였다.”(주90) 그런데 뉴턴의 새로운 실험적 방법이란 자연 현상의 인과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때 원인이란 개념의 의미도 아리스토텔레스나 데카르트의 방법이 기초하는 원인의 개념과는 구별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과관계, 인과적 판단, 귀납적 추론의 방법에 대한 분석은 마땅히 선행되어야 할 과제였다.
2. 뉴턴의 자연철학은 데카르트의 기계철학과의 오랜 대립과 갈등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유럽에서 보편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한 대결을 통해서 데카르트와 뉴턴은 각각 다른 입장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고 말았다. 뉴턴은 진보적이고 성공적인 근대 과학의 이상의 상징으로 떠올랐는데, 이때의 근대 과학이란 엄격하게 실험적인 성격의 것으로서 경험적이고 관찰적인 데이터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표현에 기초하는 것이었다.(주91) 반면에 데카르트는 경험, 정확성, 측정을 무시하고 그것을 물질의 구조와 행동에 대한 증명할 수 없는 가설로 대치하는 형이상학에 과학을 종속시키는 진부한 시도를 상징하는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간단히 말하면 뉴턴은 진리를 표상하는 데 비해, 데카르트는 주관적 오류를 표상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주92) 당시 처음으로 두 전문 집단으로 나누어진 철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의 상상력에 미친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영향은 너무나 지대한 것이어서 그의 업적이 자연과학, 나아가 모든 학문의 패러다임이 되는 것은 당연하였다. 또한 『프린키피아』와 『광학』의 여러 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뉴턴의 방법에 관한 진술도 그에 상응하는 권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과학 방법론의 긴 역사에서 18세기는 뉴턴의 세기라고 간주될 수 있다. 이제 뉴턴의 역학은 자연에 대한 탐구의 모델이 되었고, 그 후 200년 동안, 적어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과학을 위한 틀을 제공하였다. 『프린키피아』가 그 시대에 영향을 준 것은 과학에 관한 철학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과학 그 자체에 대해서였다. 뉴턴주의 추론 및 설명 방식은 점점 더 많은 자연 현상으로 확대되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뉴턴주의에 의해서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여겨졌다. 과학자들은 뉴턴의 과학을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제 그것과 세계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그것이 제공하는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정상과학을 전개했다. 18세기, 19세기에 걸쳐서 화학, 광학, 열역학, 전자기학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오일러(L. Euler), 달랑베르(d'Alembert), 라그랑제(Lagrange), 라플라스(Laplas) 등 과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들이 뉴턴의 업적을 모델로 과학적 업적을 이루어냈다.
3. 한편 데카르트적 기계론과 뉴턴의 실험철학의 대결, 데카르트주의자들과 뉴턴주의자들의 논쟁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1) 인과 개념의 문제 뉴턴의 실험철학은 새로운 원인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기계철학에서의 원인의 개념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데카르트에 있어서 원인의 개념에는 작용인, 형이상학적 일반원리, 제1원리 등이 포함되며, 그것은 가설적인 성격의 원인이었다. 또한 데카르트에 있어서 인과적 설명은 그러한 제1원인으로부터 개별적인 현상들을 연역적으로 도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뉴턴은 「규칙 Ⅰ」에서 우리는 자연계의 사물의 현상을 설명하기에 “진실하고도 충분한” 원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이외의 것을 자연계의 원인이라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달의 궤도운동, 지구상의 물체의 낙하운동, 바다의 조수 현상 등의 원인으로 중력이라는 힘을 제시하고 그것의 수학적 속성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중력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추구하지 않았다. 즉 원인에 대한 수학적인 설명은 그 원인의 기원과 본성 등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뉴턴은 행성들에 작용하는 힘이 어떤 종류의 것인가를 묻지 않았다. 그가 물은 것은 그 힘의 수학적 속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뉴턴이 말하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하고도 진실한 원인’이란 무엇인가? ‘원인’, ‘인과관계’의 개념이 근세 철학의 주된 논의 대상이 된 것은 뉴턴 과학에 있어서의 새로운 ‘원인’ 개념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원인의 개념과 인과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로크, 버클리를 거쳐서 흄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2) 지식 개념의 변화 전통적으로 지식이란 불가회의성, 확실성, 명증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데카르트 과학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 역시 확실성에 대한 추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도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뉴턴은 자연에 관한 이해가 절대적이고 확실한 지식의 지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당시 사람들의 관념에서 벗어났다. 뉴턴에게 있어 선험적인 확실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 의하면 “실험과 관찰로부터 귀납에 의해 논증하는 것은 일반적 결론에 대한 증명이 되지는 못하지만, 사물들의 본성이 허용하는 최선의 논증 방식이며, 그 귀납이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가에 따라서 보다 강해진다.” 뉴턴의 이 언명은 귀납적 방법을 통해서 얻어지는 자연에 관한 지식이 증명적 지식이 될 수 없고, 다만 경험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근대 철학자들은 이러한 지식 개념의 변화를 인식론적으로 정당화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로크는 전통적 지식의 개념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지만, 지식과 판단을 구분하였다. 그는 지식이 관념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참되고 불가오류적인 직관에 기초하는 것인 데 비해, 물리적 세계에 대한 앎은 지식의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판단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로크는 우리가 물리적 세계에 관해서 상당히 높은 정도의 개연성과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흄은 지식과 개연적 지식의 차이를 개연성의 차이, 믿음의 정도의 차이로 완화했다. 흄에서 이른바 확률적 지식이 지식의 범주 안에 포함되기에 이른다. 한편 칸트는 뉴턴 과학의 명제들을 선천적 종합판단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인식의 가능 근거를 탐구하였다. 그는 우리의 경험적 인식의 가능성에 대한 초월적 분석(transcendental analysis)을 통해서 뉴턴 과학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초의 과학철학을 시도한 것이다.
3) 개연적 추리에 대한 관심 뉴턴이 자신의 실험철학의 방법이 귀납이라고 말한 이후에 철학자들은 귀납적 방법을 경험적 사실의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추리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흄이 개연적 추리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뉴턴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흄 자신도 모든 경험과학이 연역보다는 개연적 추리를 사용하는 귀납적 방법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였다. 뉴턴의 말대로 귀납에 의한 논증이 증명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만약 개연적 추리에 있어서 관념들 사이의 관계가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그 추론이 확실하지 않다면, 개연적 추리에서 관념들과 추론들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물음이 포함된다. 첫 번째 물음은 어떻게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가질 수 있는 감각 인상을 넘어서는 추리를 할 수 있는가, 또 그러한 추리의 심적 기초는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물음은 어떤 개연적 추리가 다른 것보다 강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인가 하는 것이다. 즉 어떤 개연적 추리가 다른 것보다 낫다고 판단할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떻게 우리는 실험적 과학에 의해 제시된 개연적 추리의 결론이 종교적 사변이나 광기에 의해서 제시된 것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흄은 증명적 추리가 사실에 관한 지식을 산출할 수 없으며, 귀납적 추론이 증명적 추리가 가질 수 있는 논리적 필연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하여 흄은 뉴턴의 귀납적, 개연적 추리의 방법이 과학에 관한 합리주의적 모델을 대신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흄이 제기한 귀납적 추리를 정당화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철학의 스캔들로 남았다.
4) 과학과 형이상학의 구분 중력은 기계적인가, 혹은 어떤 물질에서 유래하는가? 만일 그것이 비-기계적이라면, 그것은 신비한 성질인가? 만일 그것이 기계적이라면 물질의 내재적 성질에서 오는가 아니면 물질의 외부에서 오는가? 그것은 자연 가운데 존재하는 물질적 대상인가 아니면 현상을 구하기 위한 도구적 구성물인가? 중력의 원인과 그 본성에 관한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시도하면서 18세기의 철학자들은 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하였다. 중력의 원인에 대한 논의에서 라이프니츠 등의 철학자들은 과학적 정식화로서의 중력의 원리와 형이상학적 실재로서의 중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였다. 나아가 방법론적 원리와 형이상학적 원리를 일관성 있게 구분하지 못하였다. 뉴턴 자신도 중력의 궁극적 성질이나 원인을 실험철학의 영역에서 축출했지만, 그것을 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뉴턴 역시 물리학과 형이상학 사이의 구분을 짓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주93) 여기서 과학과 형이상학을 구분 짓는 문제가 제기된다. 과학적 원리와 형이상학적인 원리는 어떻게 다른가? 이 문제는 영국 경험론자인 버클리와 흄, 그리고 칸트에 의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버클리는 중력의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자연과학이 하는 일과 형이상학이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중력의 원인에 대한 물음이 중력 개념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변이나 중력 현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버클리에 의하면 중력에 관한 문제는 과학에서 추구될 인과관계, 과학적 명제들의 의미, 과학적 설명에서 사용되는 이론적 개념들의 용법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만 해결을 볼 수 있다. 뉴턴의 힘 개념에 대한 버클리의 도구주의적 해석은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제시된 것이다. 그의 도구주의적 입장에서는 하나의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은 여럿 있을 수 있으며, 그것들의 진리성은 자연과의 대조에 의해서 판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설명을 위해 동원되는 ‘힘’, ‘인력’, ‘중력’ 등은 개념적 도식의 구성물에 불과하며, 형이상학적 인과관계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버클리의 도구주의적 입장은 오시안더와 벨라르미노를 거쳐서 전해지는 ‘현상을 구하려는 전통’(주94)에 속하는 것이었다.
5) 정신과학의 추구 뉴턴의 궁극적 승리는 기하학에 기초한 데카르트의 정교한 연역 체계에 대한 뉴턴의 실험적 방법의 우월성을 입증해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과학에 있어서의 실험적 방법에 대한 압도적인 인정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철학적 탐구의 모델을 수학으로부터 뉴턴적인 역학으로 대치하려는 시도를 가져왔다. 뉴턴 자신이 그러한 작업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만일 자연철학이 그 모든 부분에서 이 방법을 추구함으로써 훨씬 완벽해질 수 있다면, 같은 식으로 정신 철학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주95) 고전적 경험론은 실험적 방법을 다른 주제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뉴턴의 새로운 과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외적 세계에 관한 사실들보다도 더욱 간절히 질서가 요구되었던 정신적 주제(moral subjects)에 과학의 방법과 원리를 적용해보고자 했던 것은 자연스럽고도 거의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 정신의 중요한 능력과 작용에 관한 적절한 설명 없이는 물질적 세계에 관한 새로운 설명이 다른 주제들, 즉 도덕적 행위, 미학적 원리, 역사, 사회, 정치생활의 법칙, 정념과 상상력의 “내적 작용” 등 인류의 주된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과 적절히 관련지어질 수 없었다. 이제 자연과학에 상응할 만한 정신과학이 창조되어야 했다.
흄의 철학은 그러한 길을 택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흄은 정신과학의 뉴턴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흄이 실험적 방법을 다른 주제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의 인식론적, 형이상학적 기초를 먼저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주96) 특히 뉴턴의 새로운 실험적 방법은 자연 현상의 인과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때의 원인이란 개념도 아리스토텔레스나 데카르트의 방법이 기초하는 원인의 개념과는 구별되기 때문에, 신념, 인과관계, 인과적 판단, 귀납적 추론의 방법에 대한 분석은 마땅히 선행되어야 할 과제였다. 이러한 과제를 중심으로 18세기의 철학자들, 특히 로크와 버클리의 철학은 자연과 정신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들은 적어도 원인의 개념, 방법의 문제에 관련해서 흄이 다루는 문제들에 대한 기초를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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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1 쿤은 패러다임을 “어느 일정한 시기에 전문가 집단에게 모범이 되는 문제와 풀이를 제공하는 보편적으로 인식된 과학적 성취”라고 규정한다. Kuhn(2013), p. 55. 주2 Westfall(1988), p. 16. 주3 McMullin(2001), p. 289. 주4 이 글에서는 18세기의 맥락에서 뉴턴의 과학 이론이나 과학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때, 뉴턴의 과학을 뉴턴의 ‘자연철학’으로 지칭하고, 뉴턴의 실험적 방법을 강조할 때는 코츠(Roger Cotes)의 용법에 따라서 뉴턴의 ‘실험철학’이라고 지칭하겠다. ‘과학’ 혹은 ‘과학자’란 용어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19세기 중엽에 들어서서 윌리엄 휴월(W. Whewell) 등의 제안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17~18세기에 과학과 철학이 아직 분화되기 이전의 상태를 지칭하는 ‘자연철학’이 당시의 자연 탐구를 의미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주5 쿤은 과학의 역사에는 ‘과학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어떤 탐구 영역의 문제들을 푸는 능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지배적인 이론이 등장하였을 때, 쿤은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패러다임이 확립되는 것은 곧 그 분야의 과학이 성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은 정상과학을 지배한다.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문제들에 대한 퍼즐풀이 활동이다. 그런데 패러다임으로부터 유도되지 않는 현상인 변칙 사례들이 누적되면, 패러다임은 위기에 봉착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이전 패러다임이 해결하지 못하는 변칙 사례들을 깔끔히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후보가 등장하면, 기존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쟁이 시작된다. 쿤은 그것들 사이의 경쟁이 한편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승리로 종료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과학혁명이라고 지칭한다. ‘패러다임 1 → 정상과학 1 → 변칙 사례 누적 → 위기 → 패러다임 2 → 정상과학 2’로의 진행이 과학혁명의 구조이다. 쿤(2013) 참조. 주6 웨스트폴도 “뉴턴의 위대함을 그가 홀로 선 것이 아니었으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호이헌스 등 많은 사람 이후에 왔다는 사실과 연관되지 않은 것으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한다. Westfall(1988), p. 5. 주7 Westfall(1988), p. 4.
주8 Cohen(1980), pp. 159-160. 주9 Cohen(1980), p. ⅹⅱ. 코헨은 뉴턴적 스타일이 전적으로 뉴턴에게 독창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것이 갈릴레이적인 스타일과 유사하다고 본다. 주10 역(逆)제곱(inverse square)은 어떤 힘의 크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11 Cohen & Westfall(1995), ⅹⅱ. 주12 Cohen & Westfall(1995), p. 3. 주13 뉴턴이 남긴 노트에서 로크의 『인간지성론』에 담긴 내용과 매우 가까운 글들이 발견되는 것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주14 Westfall(1980), p. 143. 주15 쿤(2013), pp. 150-151. 주16 Westfall(1988), p. 5. 주17 쿤(2013), p. 152. 주18 쿤(2013), p. 152. 주19 쿤(2013), p. 152. 주20 여기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플라톤주의의 대립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일 수학의 우월한 지위를 주장하고, 물리학에 있어서의 실제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것은 바로 플라톤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수학을 하나의 추상적 과학으로 여기고 그것이 실제적 사물을 다루는 물리학과 형이상학보다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긴다거나, 물리학이 경험 이외의 다른 기초를 필요로 하지 않고 지각에 직접적으로 기초해야 한다고 여겨서 수학은 이차적이고 하나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입장이다. 여기서 자연 탐구를 위한 두 가지 경쟁적인 방법이 성립하는데, 그중 하나는 순수하게 물리적이고 경험적인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수학적인 방법이다. 이런 구분에 의하면 갈릴레오를 비롯한 근대 과학자들은 분명히 플라톤주의자였으며, 자연 현상의 탐구에서 수학적 방법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갈릴레오는 지식의 원천으로서 감각 지각을 포기해야만 했고, 지적이고 선험적인 지식이 실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선언해야 했다.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은 수의 법칙에 종속된다. 운동은 수에 의해 지배된다. 성질에 대한 수학적 연역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갈릴레오는 성질의 개념을 포기하고 그것을 주관적이라고 선언하면서 자연의 영역으로부터 배제하게 된다. 이 수학적인 방법에 매료된 것은 그들이 플라톤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주21 Westfall(1988), p. 7. 주22 케플러는 그의 『신천문학』(Astronomia Nova)과 『우주의 조화』(Harmonice Mundi)에서 행성 운동의 세 법칙을 제안하였다. 제1법칙(타원의 법칙): 모든 행성은 태양을 두 개의 초점 가운데 하나로 가진 타원궤도를 돈다. 제2법칙(면적의 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한 선이 같은 시간에 휩쓰는 면적은 항상 같다. 제3법칙(조화의 법칙): 태양에서 행성까지의 평균 거리의 세제곱이 주기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 법칙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행성의 등속원운동 개념을 반박하였다. 주23 파이어아벤트(1987), p. 76. 주24 운동학은 물체의 운동을 거리, 시간, 속도 등 기하학화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이다. 갈릴레오는 『두 새로운 과학』에서 자유낙하의 법칙과 포물선 운동 법칙을 제시하였다. 주25 Descartes(2002). The Philosophical Works of Descartes, trans. Elizabeth S. Haldane and G. R. T. Ros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철학원리』, 원석영 역, 서울: 아카넷. 주26 인간의 신체도 기계적 체계의 일부이며 기계론적으로 움직인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구별되는 것은 정신이라는 실체를 더 가지고 있는 점에서이다. 인간의 정신은 신체와 상호 작용한다. 이것이 기계론적 입장에 서는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이다. 이와 같은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은 심적 인과라는 난제를 낳게 된다. 주27 Butterfield(1962), pp. 175-176.
주28 데카르트(2002), p. 86. 주29 데카르트(2002), p. 86. 주30 김성환(2008), p. 131. 여기서 제1법칙과 제2법칙은 “모든 물체가 외부 원인의 작용 없이는 같은 상태를 지속하려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여 직선 관성 운동 원리를 진술한다. 제3법칙은 두 물체가 충돌할 때 일어나는 운동의 변화를 규정한다. 주31 김성환(2008), p. 6. 주32 여기서 말하는 ‘분석’이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명제 분석의 테크닉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고대 희랍의 기하학자들이 사용했던 ‘분석과 종합의 방법’에 가깝다. 사실상 방법에 관한 데카르트의 진술은 이탈리아 파두아 학파의 방법론적 진술들과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파두아 학파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출간되기 이전 두 세기에 걸쳐 과학 방법에 관한 고전적인 연구와 발전을 부흥시키는 데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주3주34 『규칙』(Regulae)에서 데카르트는 직관과 연역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직관을 명료하고 주의 깊은 정신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한다. 그것은 너무나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우리가 이해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한 직관의 예로 그는 우리가 존재하고 생각한다는 사실, 삼각형이 세 직선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등에 관한 기본적인 명제를 들었다. 그에게 있어서 연역이란 직관적으로 알려진 사실들로부터의 일련의 필연적인 추론의 과정을 말한다. 그 추론의 결론의 확실성은 직관과 사고 안에서의 그것의 필연적 연결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주어진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명제적인 방법만으로 수학적인 물리학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직관의 발견물로 공리적인 명제 이외에 단순 본성(simple natures)의 개념을 추가로 도입하였다. 단순 본성이란 연장, 모양, 운동과 같은 물리적 대상의 궁극적인 성질로 그것들의 양적인 결합에 의해서 현상을 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35 데카르트주의자들에게 형이상학은 세 가지 문제를 포함한다. 첫째, 제1원리에 대한 탐구인데 그것은 자연 현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둘째, 자연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에 대한 탐구이다. 셋째, 자연에 대한 신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Janiak(2008), p. 14. 3 Flage and Bonnen(1999), p. 18. 주36 『프린키피아』 제2판의 편집자인 코츠는 그의 서문에서 자연철학에 있어서의 세 가지 방법을 구분하였다. 스콜라주의적 방법, 데카르트주의적 방법, 그리고 실험적 방법이 그것이다. 그는 뉴턴의 자연철학과, 그 이전의 스콜라주의나 데카르트주의의 자연철학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그 방법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뉴턴의 자연철학을 실험철학(experimental philosophy)이라고 지칭하였다. 이러한 명칭은 19세기에 들어서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기 이전까지, 뉴턴의 자연철학 혹은 그 방법에 입각한 자연철학을 가리키는 낱말로 널리 사용되었다. 주37 방법에 대한 논의는 지식의 개념과 범위, 인식의 본성과 구조 등 인식론적 관점과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우리의 지식의 원천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인식의 방법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방법론은 형이상학적 문제, 대상의 구조와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과도 분명히 관련되어 있다. 기계론적 관점, 입자론적 관점, 제1성질과 제2성질의 구분 등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 방법론적 입장을 결정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방법론이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뉴턴의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는 슬로건이 전형적인 경우인데, 그것은 뉴턴의 중력 이론에 대한 대륙의 데카르트주의 과학자들의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적 조처였다고 볼 수 있다. 주38 Newton(1971), p. 547. 주39 Newton(1952), p. 404. 주40 Newton(1971), pp. xⅹ-xⅹⅰ. 주41 Newton(1952), p. 404. 주42 Cohen(1980), p. 29. 주43 이 추리 규칙은 실험적 방법에 관한 뉴턴의 사고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이레(A. Koyre)에 의하면 “세 판을 거치는 동안의 텍스트와 뉴턴의 사고 발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추리 규칙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프린키피아』 제3판의 제3권에 실린 것으로서 뉴턴의 논리적 방법론적 견해를 집약한 것이다.” 주44 앤드류 모테는 『프린키피아』의 영문판—Principia - Sir Isaac Newton’s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and His system of the World(London, 1729)에서 이것을 “rules of reasoning in philosophy”(“철학에 있어서의 추리 규칙”)이라고 번역하였다. Newton(1971), pp. 398-400. 주45 Whewell 주46 그것들은 “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해당하는 원리들이다. 주47 “태양으로부터 행성까지의 선분이 같은 시간에 휩쓰는 면적의 크기는 같다.” 주48 “임의의 2개의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의 비(比)는 그것들의 태양으로부터의 평균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주49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각각의 위성들을 가진 주행성으로서 태양을 에워싸고 있다.” 주50 “항성은 정지하고 있다면, 그 다섯 개의 행성 주기와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돌든가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든가에 상관없이)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의 주기는 태양으로부터의 그것의 평균 거리의 3/2제곱이다.” 주51 “그때에 그 주행성들로부터 지구까지의 선분이 그리는 면적은 시간과 아무런 비율을 보이지 않는 데 비해서, 그 행성들로부터 태양에 이르는 선분에 의해서 그려지는 면적은 그것을 그리는 시간에 비례한다.” 주52 “이러한 명제들은 케플러에 의해서 맨 처음 밝혀졌고, 이제는 모든 천문학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Newton(1971), p. 404. 주53 명제 1, 정리 1(제3권): “목성의 위성들로 하여금 계속적으로 직선운동으로부터 벗어나서 궤도운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힘은 목성의 중심을 향해 있다. 또한 그 힘은 목성의 중심으로부터 그러한 행성까지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 명제의 첫 번째 부분은 제1권의 현상 1과 명제 2 혹은 명제 3으로부터 분명하며, 두 번째 부분은 같은 책의 현상 1과 추론 6 그리고 명제 4로부터 분명하다.”
(1860), pp. 185-186. Butts(1970), pp. 133-134에서 재인용. 주54 명제 2, 정리 2(제3권): “위성을 갖는 행성들이 계속적으로 직선운동으로부터 벗어나서 궤도운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힘은 태양을 향한다. 또한 그 힘은 태양의 중심으로부터 그 행성들까지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 명제의 첫 번째 부분은 제1권의 현상 5, 명제 2로부터 명백하며, 두 번째 부분은 같은 책의 현상 4, 보조 정리 6, 그리고 명제 4로부터 명백하다. 그러나 이 명제의 두 번째 부분은 원일점이 정지해 있다는 사실로부터 최고의 정확성을 가지고 증명될 수 있다. 왜냐하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비율로 궤도로부터의 매우 작은 이탈이 매 회전 때마다 감지되고 여러 번의 회전 후에는 매우 커지는 원일점의 운동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주55 명제 3. 정리 3(제3권): “달이 그것의 궤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지구를 향하고, 지구의 중심으로부터의 그것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 명제의 앞부분은 제1권의 현상 6, 명제 2 혹은 명제 3으로부터 명백하다. 그 뒷부분은 달의 원지점(遠地点)의 매우 느린 운동으로부터 명백하다. 달의 원지점의 운동은 매 회전 때마다 3도 3부씩 전진하는 것이므로 무시해도 상관없다.” 주56 여기서의 각 추론은 현상적인 크기(magnitude)의 값(예컨대 중심까지의 선분에 의해 그려지는 면적의 늘거나 일정하거나, 주는 비율)과 문제 된 이론적인 크기의 값(예컨대 직선운동으로부터 벗어나는 비율) 사이의 등가성을 확립하는 정리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현상적 크기의 값은 마치 온도계를 읽는 것이 온도를 측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같이 그것에 상응하는 이론적 크기의 값을 측정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등가성의 정리를 전제로 궤도운동을 하는 물체의 운동은 휘어지는 힘의 방향의 측정으로 간주되고, 그 힘이 구심력인 경우에는 운동은 거리의 영향에 따른 힘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주57 명제 2, 정리 2(제1권): “한 평면 내에 그려진 임의의 곡선 상을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그것이 움직이지 않거나 일정한 직선운동을 통해 전진하는 한 점에 이르는 반지름에 의해서 그 점을 중심으로 시간에 비례하는 면적을 그린다면, 그 점을 향하는 구심력을 받는다.” 주58 명제 3, 정리 1(제1권):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관계없이 다른 물체의 중심에 이르는 반지름에 의해 그 중심 주위에 시간에 비례하는 면적을 그리는 모든 물체는 그 다른 물체로 향하는 구심력과 다른 물체가 받는 것과 똑같은 모든 가속력이 합성된 힘의 작용을 받는다.” 주59 명제 4의 보조 정리 6(제1권): 만일 주기가 반지름의 3/2의 힘이고, 따라서 속도가 반지름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면, 구심력은 반지름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그 역도 성립한다. 주60 명제 4: “달은 지구를 향하여 끌리며,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직선의 운동에서 벗어나, 그것의 궤도를 유지한다.” 주61 달은 역제곱의 힘으로 지구 쪽으로 끌어 당겨지는 구심력에 의해서 직선운동을 계속적으로 벗어나서 궤도운동을 할 수 있다. 달 실험은 이 구심력이 어떤 종류의 힘인가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Newton(1971), pp. 408-409를 정리한 것이다. 이제 달의 지구로부터의 평균 거리를 지구 반지름의 약 60배라고 하고, 달이 1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7일 7시간 43분으로 하고, 달의 둘레가 123,240,966파리피트(paris feet)라고 하자.(이때 뉴턴은 이상화된[idealized] 자료를 사용한다.) 원심력의 작용이 멈추어서 달을 궤도상에 유지시키는 힘(구심력)에 의해서 달이 지구로 낙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달이 낙하하는 처음 1분 동안에 달은 151/12파리피트의 거리를 움직인다. 그러나 달이 지구의 표면에 도달했을 경우에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지구의 반지름의 60배이므로 달에 미치는 구심력은 그 거리의 곱에 반비례하여 낙하를 시작할 때 받던 힘의 60×60배가 된다. 따라서 이 힘에 의해서 낙하하는 물체는 1분에 60×60×151/12 파리피트를 움직인다. 그러므로 1초에 151/12파리피트를 움직인다. 한편 호이헌스의 진자 주기의 법칙에 의하면 2초의 진동 주기를 갖고, 길이가 3파리피트 81/2라인(line)인 물체가 1초간에 낙하하는 거리는 15파리피트 17/9라인이다. 따라서 같은 시간 동안 달을 그 궤도상에 유지시켜주는 힘에 의해 달이 움직여지는 거리의 측정치와 지구상에서의 낙하운동을 하게 하는 힘에 의해 무거운 물체가 낙하하는 거리의 측정치는 일치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달을 그 궤도상에 유지시켜주는 힘이 지구의 표면 가까이에서 작용할 때 그것은 지상에서의 무게를 가진 물체가 낙하할 때 관찰되는 중력과 동등하다. 그러므로 뉴턴은 “규칙 1과 규칙 2에 의해서 달을 그 궤도에 유지시키는 힘은 우리가 보통 중력이라고 부르는 힘과 같은 힘”(Newton(1971), p. 408)이라고 결론짓는다. 뉴턴에 의하면 만약 그것이 중력과 다른 힘이라면 지구로 낙하하는 물체의 경우에 두 가지의 힘(중력과 구심력)이 결합하여 속도가 두 배가 되어야 할 것인데 실제의 경험은 그와 상반된다는 것이다. 결과의 측정치가 같은 것은 그 결과에 대한 원인이 같기 때문이라고 뉴턴은 생각한다. 주62 규칙 1. 우리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진실되고 동시에 충분한 원인만을 자연계 사물의 원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주63 규칙 2. 그러므로 우리는 동일한 자연적 결과들에 대해, 될 수 있는 대로 동일한 원인들을 부여해야 한다. 주64 Newton(1971), p. 408. 주65 여기서 뉴턴의 두 가지 규칙들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규칙 1은 만약 우리가 그 힘들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두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의 원인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 우리는 그러한 일치의 상위 질서의 현상을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겨두어야 하고, 아니면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새로운 원인을 도입해야 한다. 반면에 그러한 동일시는 우리가 인정해야 할 원인의 수를 줄여준다. 그러한 동일시에 의해서 우리는 원인의 수를 줄이고 그것의 일치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규칙 2는 우리의 기본적인 현상은 지구의 표면에서 같은 구심력적 가속도를 산출하는 힘을 측정하는 한 같은 종류의 것이 된다. 동일시에서 우리는 각각의 현상에 대해서 같은 원인을 부여한다. 뉴턴은 달에 대한 힘과 지구상의 중력을 동일시함으로써 그가 구성하는 이론에 한 가지 강제 사항을 부여하게 된다. 주66 Whewell(1842), Ⅱ, p. 469. 휴얼에 있어서, “귀납의 동조는 한 부류의 사실로부터 얻어진 귀납이 다른 부류의 사실에서 얻어진 귀납과 일치할 경우에 일어난다. 이러한 동조는 그것이 일어나는 이론의 진리에 대한 테스트이다.” 귀납의 동조는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일반화를 그보다 포괄적인 이론에 통합하는 과정으로서, 그것은 가설을 과학적 이론으로 수락하는 기준의 역할을 한다. 귀납의 동조를 가져오는 가설은 별개의 종류로 보였던 데이터를 하나의 종류로 환원해주는 가치를 지닌다. 휴얼의 귀납 이론에 대해서는 다음의 졸고를 참고. Jeong(1991). 주67 명제 5 정리 5: “목성의 위성들이 목성에 끌어 당겨지고, 토성의 위성들이 토성에 끌어 당겨지고, 태양의 위성들이 태양에 끌어 당겨지고, 따라서 그것들의 중력에 의해서 직선운동으로부터 벗어나서 궤도운동을 유지한다. 목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이나 토성, 수성, 금성 그리고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한 달의 회전과 같은 종류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므로 규칙 2에 의해서 그것들은 같은 종류의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Newton(1971), p. 410. 주68 Newton(1971), p. 410. 주69 Newton(1971), p. 411 참조. 주70 명제 6의 추론 2: “보편적으로 지구 위에 혹은 지구 가까이 있는 모든 물체는 지구를 향해 끌어 당겨진다. 그리고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물체의 무게는 그것이 포함하는 물질의 질량과 같다. 이것은 우리의 실험이 행해질 수 있는 범위 내의 모든 물체의 성질이다. 따라서 규칙 3에 의해서 그것은 모든 물체에 대해 보편적으로 주장될 수 있는 성질이다.” 주71 규칙 3을 다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규칙 3. 물체의 성질들 중에서, 증강되거나 감소하지 않고, 우리의 실험범위 안에 있는 모든 물체들에 속한다고 확인되는 성질들은, 우리 경험 밖의 모든 물체들도 공유하는 보편적인 성질들이라고 간주되어야 한다. 주72 Newton(1971), ⅹⅶ. 주73 Newton(1971), ⅹⅷ. 주74 Newton(1971), p. 2. 주75 Newton(1971), p. 2. 주76 Newton(1971), p. 2. 주77 Jammer(1957), p. 121. 주78 Newton(1971), p. 4. 주79 Newton(1971), pp. 6-7. 주80 Newton(1971), p. 13. 주81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은 고대 입자론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데카르트는 모든 자연 현상을 운동 가운데 있는 물질 입자로 설명하였지만, 어떤 입자도 불가분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입자론에 반대해서 제시된 것이 프랑스의 유물론자인 가상디(P. Gassendi)의 원자론(atomism)이다. 가상디는 운동하는 물질 입자들에 의해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입자론에 동의하면서도, 궁극적인 입자는 영원하고 불가분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상디에 의하면, 빛은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압력이 아니고, 광대한 속도를 가지고 운동하는 원자이다. 더욱이 그것은 빈 공간을 움직인다. 데카르트의 입자론과는 달리 가상디의 원자론은 충만한 공간을 부정한다. 뉴턴은 처음부터 가상디의 원자론에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Cohen & Westfall(1995), p. 4. 주82 예를 들어 뉴턴은 데카르트가 지구의 운동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정합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의 ‘고유한’ 운동 개념은 하나의 물체 B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운동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첫째, B가 한 그룹의 주변 물체로부터 다른 그룹의 주변 물체로 옮겨진다. 둘째, B의 본래의 주변 물체의 그룹이 운동하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지구는 그것을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에 의해서 태양계의 궤도에서 움직여지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지구가 적절히 말해서 운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다. 반대로 데카르트는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법칙에 의해서 만약 지구가 정지해 있다면, 그것은 정지 상태로 있어야 하고, 따라서 태양으로부터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 주83 데카르트(2008), pp. 98-100. 주84 Stein(1970), DiSalle(2002), Janiak(2008) 참조. 주85 프리드만(2012), p. 70. 주86 프리드만(2012), p. 70. 주87 프리드만(2012), pp. 70-71. 주88 Westfall(1988), p. 13. 주89 자니악은 기계론에 대한 뉴턴의 비판을 두 가지로 집약한다. “자연에서의 인과관계들 중 어떤 것은 기계적이지 않다. 둘째, 뉴턴은 중력의 기반에 대해서 알 수 없음을 공언하지 않았다.” Janiak(2008), p. 32. 주90 Laudan(1970), p. 104. 주91 뉴턴 과학에 대한 이러한 인상을 널리 유포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인물로 프랑스의 볼테르(F. Voltaire)와 스코틀랜드의 리드(T. Reid)를 들 수 있다. 주92 Koyre(1965), pp. 53-54. 그것은 당시의 사람들이 데카르트의 과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1) 데카르트는 순수 합리물리학(rational physics)의 프로그램—“나의 물리학에는 기하학이 아닌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으로부터 시작하여, 순수하게 가상적인 물리학, 철학적 로망스를 건설하는 데 그쳤다. 2) 세계에는 미세한 물질이나 나선형의 입자, 빛을 이루는 것으로 데카르트가 보았던 둥근 형태의 제2차 요소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3) 소용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력이나 중력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4) 물질과 공간은 같은 것이 아니며, 따라서 물리학은 기하학으로 환원될 수 없다. 주93 뉴턴 자신은 자신의 이론이 갖는 신학적 함의에 대해 강한 관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의 추종자들과 반대자들로부터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받았다. 따라서 그는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에 대한 그의 논의는 잠정적인 형식을 취했고, 그의 저작의 본론을 침해하지 않는 부록 정도에서만 다루었다. 『프린키피아』의 「일반적 주석」이나 『광학』의 물음들이 그러한 예가 된다. 주94 코페르니쿠스의 친구이자 루터파 신학자인 오시안더(Andres Osiander)는 『천구의 회전에 대해서』의 서문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는 행성의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본 것이지, 행성이 실제로 태양의 주위를 도는지의 여부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썼다. 이와 같이 어떤 과학 이론의 진리성을 문제 삼지 않고, 그것을 현상에 대한 설명과 예측을 위한 도구로서 단순한 가설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을 “현상 구하기”(saving the phenomena) 전통이라고 부른다. 주95 Newton(1952), p. 405. 주96 흄은 『인성론』의 부제를 “실험적 추리의 방법을 정신적 주제에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붙였다. Hume(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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