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은 누가 해줘?
저자: 임사라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1990년 《월간문학》신인 작품상과 1992년 김래성문학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사랑할 때 그리고 죽을 때,『프리마돈나』와 교회 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나, 창조된 것 맞아?』,『기적인 증인, 이스라엘』이 있다. 영어와 일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단편소설 『아버지의 안경』과 『표적』이 있다.
황금도깨비상 수상작들
13회 건방진 도도군, 12회 내생각은 누가해줘?, 어처구니이야기, 11회 플루토 비밀결사대,10회 이모의 결혼식,9회영모가 사라졌다,8회 날아라,비둘기/ 야구공,7회 흐린후 차차 갬,4회 바람부는날/ 난 북치는게 좋아! 난 노래하는게 좋아!,3회 이사가는날,2회 작은개의 눈물,1회 황룡사 방가지똥
작품줄거리
“그래봤자 아빠없는 애인걸 뭐”
대학교수인 멋진 엄마와 살며, 이름처럼 활발한 나래는, 엄마가 시킨대로 아빠가 외국 연구소에 가있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아빠는 이혼후 오빠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 있다. 거짓말이 탄로날 지경에 이르자, 엄마는 재빨리 전학을 시킨다.
“식탁 네 귀퉁이가 꽉찬 느낌이 좋다.”
같은 동네 사는 남자아이 희주한테 호감을 느낀 나래는 희주의 엄마가 돌아가셨단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가까워지고 보호본능까지 생긴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가 이혼한 사실을 희주한테 털어놓으면서, 어른들까지 가까워지자 나래는 진짜 가족이 생긴 거 같아 흐믓하기만 한다.
“내 첫사랑이 한방 먹었는데”…. “하늘에 닿기만 해봐. 하느님한테 따질 작정이다.”
알고보니 희주는 좋아하는 누나가 있었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나래 엄마와 희주 아빠는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한방먹은 나래는 난 이미 아빠가 있다며 오리농장으로 아빠를 찾아간다. 그러나 거기서 만난 배다른 동생 봄이에게 새로운 애정을 느끼고, ‘운명으로 선택하진 않지만 사랑으로 선택한’ 새엄마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오빠를 보면서, 나래의 마음도 평온해진다. 오리 농장으로 엄마와 희주네가 찾아오고, 모두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다.
읽고 나서
이혼가정의 이야기가 이렇게 경쾌할 수 있을까? 씩씩하고 활발한 성격의 주인공 캐릭터가 작품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감각적이고 심플하며 아이들 심리를 잘 나타내는 문체도 그러한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아이들에게 이혼이란 재앙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며, 자연스럽게 씩씩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캐릭터, 문체, 대사, 스토리 전개 모두에서 합창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이 책의 주요한 갈등지점은 재혼과정인데, 그것이 너무 빠르게 전개된다. 아빠의 부재를 털어놓고 친구들 사이에서 괜찮았을까? 거짓말까지 하며 나래가 상처받지 않게 했던 엄마가 재혼할때의 생각은 뭐였을까? 나래의 첫사랑은 형제자매로 결론나도 정말 괜챦은건가? ….재혼을 경쾌하게 다룬 나머지, 가능한 갈등 요인들을 모두 숨기고, 긍정적 모습만 싹 도려내서 보여준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진 가족의 결합 아닌가. 실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이혼, 재혼 가족이 얼마나 많은가. 결론적으로, 이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이혼이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알려주었지만, 막상 이혼을 경험해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현실을 잘 반영해서, 가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 될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