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대가 일시 퇴각한 우크라이나의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330명에서 340명까지 집단 학살 당한 것이 밝혀짐에 따라 세계는 지금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학살을 책임진 러시아군의 장교가 누구인지 특정이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물론이고 그의 러시아 주소와 개인 전화 번호까지 알려졌습니다. 40세인 것으로 추정이 되는 이 인물은 사진으로 보아서는 그저 평범한 얼굴의 남자일 뿐입니다. 그의 얼굴에서 어떤 잔혹함같은 면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그런 무자비한 짓을 책임지고 수행을 했는지, 참으로 인간은 겉 모양으로는 그 행위를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것을 엿볼수가 있는것 같네요. 그는 부차 지역 점령을 맡은 지휘관으로 계급은 중령입니다.
그런 그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파병되기 전에 러시아 정교회에서 주교를 통하여 예배 때 강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강복(降福)이라함은 한자어가 가르키는 것처럼 '복이 내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그러니까 예배를 집전하는 주교가 신자에게 복을 빌어주는 것입니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하느님이라고 부르니까, 개신교에서처럼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도록 기도해주는 일종의 예식이지요. 러시아 정교회같으면 십자가 성호를 그으면서 주교가 신자들에게 강복을 비는 것이지요. 아마 이런 예식일 것입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라고 말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축도라는 말을 쓰지요. 공예배가 끝날 때, 목사가 축도를 하며 예배를 마치게 되지요. 축도라함은 '축복하는 기도' 또는 '축복기도'의 줄임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가 세운 교회들의 성도들에게 서신을 보낼 때, 먼저 문안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글을 마칠 때, 작별 인사를 하지요. 사도 베드로도 그런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고린도교회에 작별 인사를 한 내용이 오늘날의 축도의 기본 원형이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고후13:13).
오늘날 한국의 많은 교회들에서 목사들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의 부분을, '이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라는 형태로 축도를 하고 있지요.
축도의 예식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성도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도우심과 돌보심으로 주일 예배를 드림으로서 그 한 주간의 삶도 지켜주실 것을 믿는 신앙의 고백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교 시간에 주어진 성경 구절과 그 말씀을 바탕으로 선포된 설교의 내용대로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것을 믿는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그래서 마땅히 하나님의 복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믿음의 확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강복을 받았다는 그 지휘관이 어떻게 그런 끔찍하고 잔혹한 학살을 명령하고 지휘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가 믿는 하나님은 도대체 어떤 하나님이냐하는 말이지요.
하나님은 절대로 불의한 분이 아니십니다. 불법을 인정하는 분도 아니십니다. 악은 그 모양이라도 인정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그가 어찌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했느냐는 것이지요. 그냥 죽인 것도 아닙니다. 강간을 하고 약탈을 하고 고문을 하고 그러면서 참혹하게 집단으로 죽인 것이지요. 그들이 침략군일지라도 그들을 대항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전투를 통해서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하는 행위도 정당하지는 않지요. 그들이 침략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명령에 의하여 움직이는 군인들이기에 그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정규군과는 교전 중에 사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간인은 죽일 대상이 아닙니다. 러시아 군대의 편에서 볼 때, 민간인은 그들의 적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지휘관은 주교로 부터 강복을 받으면서 이런 고백을 하였다고 하는군요. 2021년 11월 러시아의 하바롭스키의 어느 러시아 정교회에서 했다고 합니다.
'전능하신 주님의 축복과 함께 우리 선조들이 이룬 것과 같은 것을 해내길 소원합니다'
전능하신 주님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믿는 하나님, 혹은 예수님은, 민간인들을 그렇게 학대하고 학살하는 것을 허락하고 인정한다는 것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의 신앙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 지휘관은 자기 의에 따라서 행동한 것입니다. 그저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자기 행동의 기준에 따라서 학살을 자행한 것이지 하나님의 의와 사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악하고 불의한 살인 행위일 뿐입니다. 푸틴이 만들어 놓은 거짓되고 허황된 전쟁 명분에 무조건 충성한다는 어리석은 만행일 뿐입니다. 그의 무분별한 적개심과 악한 충성심, 그리고 명예욕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의와 공의는 악한 죄와 불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긍휼과 지비를 베푸시는 인자하심에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십니다. 그런데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것이 어찌 하나님의 의에 합당할 수가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
그 지휘관은 이 말씀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이 아닙니다. 분명히 깨닫고 세상에 자기 죄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그가 세상에서 어떤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마땅히 따라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의와 공평이 기초가 되고 인자하심이 늘 함께 하십니다.
"의와 공의가 주의 보좌의 기초라 인자함과 진실함이 주 앞에 있나이다"(시89:14).
하나님의 공의에 합당하게 행하는 사람이 정말 강복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가 깨닫기를 바랍니다.
"정의를 지키는 자들과 항상 공의를 행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1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