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
임준연
아이 셋 중 하나는 12명, 나머지 둘은 24명이 학생수의 전부인 작은 학교에 다닌다. 큰애는 중학교, 작은 둘은 초등학생이다.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학부모나 교사, 학생이 모두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열패감으로 작용할 뿐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기에 ‘학교 살리기’를 해보자고 머리를 모으지만, 구호에 그치고 만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정책’을 펴야 하는데 이는 아이디어 내는 일과는 또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펴서 학교가 위기를 벗어나는 곳이 있다. 지속가능성을 보려면 10년은 돌아봐야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자료는 아직 보지 못했다. 제주, 화순, 제천, 옥천, 함평 등 전국각지에서 사례를 만들고 있다. 학교를 특성화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어깨동무한 희귀한 사례로는 장승초등학교가 대표적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사례로 10명 이하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 100명 넘는 학교로 안정화를 구축한 곳이다. 전주의 학부모 일부가 인근 마을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고 지역에 정착하고, 졸업생들은 부귀중학교로 진학해 지역 계층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곳의 학부모 또한 다른 지역 학부모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학교 내의 행사나 교육프로그램, 학생 방과 후나 캠프 등에 참여도가 월등히 높다. 이런 적극성은 학교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을과 지역으로 그 영향력이 미치게 마련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이들은 지역 봉사나 예술 활동, 커뮤니티와 소모임, 학습포럼, 마을만들기 등에서 활약 중이며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다른 방식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 학교도 있다. 정천 조림초는 과거 거주지 대부분이 수몰된 정천면의 유일한 학교다. 90년대 수몰 이후 다수 주민이 이주하고 남은 주민 중 학부모는 많지 않았다. 당연히 학교 학생 수는 더 적었다. 민선 4기, 정치적 결정으로 ‘아토피 안심 학교’에 선정되고 대대적인 학교 보수작업에 더해 인근지역‘거주지 지원’정책을 더했다. 덕분에 수도권과 전주 등에서 다수의 학부모가 학생들을 데리고 문을 두드렸고, 그들 중 다수는 완만하게 지역에 정착 중이다.
작년엔 주거 임대정책을 갱신해 12가구의 임대주택을 지원했고, 학생 15명과 인구 45명의 증가라는 지역 영향력을 미쳤다. 학교와 지역이 소멸에서 벗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중심지 활성화 사업이 더해 지역 청소년과 중장년층이 교류하는 공간의 활성화까지 꿈꾸고 있다.
교육청이 학교에만 지원하는 교육예산이 할 수 없는 일은 지자체가 해야 한다. 위 두 사례로 보듯 의지가 있는 주민의 모임을 지원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머리 맞대고 모색해야 하는 것이 지자체가 할 일이다. 지역이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의 경우 더하다. 고령화는 심해질 것이고 농촌의 인구밀도는 더 낮아지고 행정 집행은 비효율적으로 될 것이다. 이를 막는 노력은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집행력이 요구되는 때다. 위기에 그 노력은 쉽게 결실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지자체가 검토에 시간을 들이는 동안 선점할 수 있는 홍보 효과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에 사례가 있는 진안군은 그 사람과 시스템을 발판 삼아 확산하면 된다. 주천면, 마령면, 안천면이 좋아지지 않고는 진안읍만 좋을 수 없다. 학교가 사라지고 지역이 무너지면 진안군 전체의 위상과 자존감은 회복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이탈이 가속화되고 황무지처럼 마을 없는 지역이 되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면지역의 학교를 살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역이 무너지면 수도권이 살아남을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