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이 약한 분이나 임산부, 노약자는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 사진제공 : EMPICS
지난 1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FA컵 경기 막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알란 스미스는 리버풀의 리세가 강하게 찬 프리킥을 온몸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단순히 공에 잘못 맞은 부상인지, 아니면 킥 이후 리세와 충돌했는 지 여부는 TV 중계 화면을 통해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부상의 정도가 심했던 것만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만큼 참담한 사고였다. 쓰러져 있는 스미스를 향해 모여든 맨체스터 동료들은 스미스의 발목 부위가 뒤틀린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감싸쥐며 절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나우두와 반 니스텔로이는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을 정도. 황급히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간 맨유 의료진은 그라운드를 떠날 줄 모른 채 응급처치에 온 힘을 기울였다. 주심마저 충격받은 스미스를 감싸안고 위로할만큼 외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나중에 외신 사진을 통해 확인된 스미스의 발목은 완전히 뒤틀려 돌아가 있었다.)
[사진1-1] 뒤틀려 바깥으로 튀어나온 스미스의 왼쪽 발목
[사진1-2] 뒤틀려 바깥으로 튀어나온 스미스의 왼쪽 발목
[사진2] 본의 아니게 부상의 빌미를 제공한 리버풀의 리세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스미스를 위로하고 있다.
고통에 신음하던 스미스는 응급처치 뒤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막판 동점을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스미스 부상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몇 분 남지 않은 추가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고 스미스 대신 출전한 박지성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경기를 접어야 했다. 결과는 0-1 맨유의 패배.
축구선수들의 부상 장면은 이들이 미디어에 고도로 노출된 환경에서 '노동'을 하는 탓에 여러 매체를 통해 전파된다. 그리고 때로는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만한 부상도 자주 발생한다. 이날 스미스가 경기장에 쓰러져 있을 때 스미스를 유독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리버풀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지브릴 시세. 그 역시 불과 16개월 전에 스미스와 비슷한 부상을 입어 반년 넘게 경기장에 나서지 못한 아픔이 있다. 2004년 10월 블랙번 로버스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팀 수비수 맥에벌리와 엉켜 쓰러지다 왼발 정강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던 시세는 이때문에 "선수 생명 위험"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지만 1년도 채 되기 전에 완치되어 복귀, 팬들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사진3] 시세의 왼발 정강이가 부러지는 장면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요즘 축구팬들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박혀 있는 다리 부상 장면은 스웨덴 국가대표이자 바르셀로나의 공격수인 헨릭 라르손 사건일 것이다. 지난 1999/2000 시즌, 당시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던 라르손은 리옹과의 UEFA컵 경기 도중 상대팀 수비수와 엉기는 과정에서 정강이가 나무젓가락처럼 (말그대로) '두동강'나는 사고를 당했다. TV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경기였던 탓에 상당히 많은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던져줬고 라르손은 "선수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선고를 받아 팬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의 비관속에서 수술과 재활기간을 거친 그는 9개월만에 소속팀에 복귀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아래 영상 참조) 매우 적나라한 이 장면은, 당시 FC Euro라는 조기축구팀에서 활동하던 필자로 하여금 몇 주간 공을 만지지 못하게 할만큼 충격적이었다.
[영상2] 라르손 부상 장면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들은 '불행 중 다행'인 경우다. 유사한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선수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익숙한 이름은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뤼크 닐리스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뽑아내 한국팬들에게 익숙한 그는 PSV아인트호벤 시절 반 니스텔로이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뛰어난 공격수.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진출 첫 시즌, 아스톤 빌라 소속으로 입스위치 타운과의 경기에 나섰다가 상대팀의 리차드 라이트 골키퍼와 충돌,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이 부상에서 완쾌하지 못한 채 은퇴하고 만다. 2000년 9월의 일이다.
[사진4] 충돌 후 경기장에 쓰러진 닐리스를 팀동료 더블린(!)이 위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전에 발생한 사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코벤트리 시티에서 뛰던 데이브 버스트는 96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맨유의 수비수 데니스 어윈과 충돌,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지금도 '역대 잉글랜드 사상 가장 끔찍한 부상'으로 꼽히는 이 사고로 버스트는 이후 10개월간 무려 17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선수 복귀에 실패했다. 버스트의 소속팀 코벤트리는 그러나 버스트의 계약기간 만료시점까지 급여를 모두 지급했고 97년 5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버스트 은퇴 경기를 열어주기도 했다.
[사진5] 버스트의 '끔찍한' 부상 장면을 전하는 현지 신문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다리 부상은 '골절'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장면. 1981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발생한 이 끔찍한 사고는 가해자가 고의적으로 상대 선수를 '담그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끔찍하다. 이는,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의 에발트 리넨의 허벅지 바깥 쪽이 상대팀 브레멘의 악명높은 수비스 노베르트 지그만이 내려찍은 스파이크에 의해 30센티미터 가량 깊게 파여 찢어진 사고인데 아래 사진을 통해 그 참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브레멘은 일종의 ‘반칙 플레이어’가 많은 팀으로 악명높았는데 이때 팀을 이끌었던 감독은 현재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로2004의 영웅’ 오토 레하겔이다. (레하겔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반칙을 주문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역시 80년대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우리의' 차범근 선수가 겔스도프의 태클에 중상을 입었던 일을 떠올리면 그 무렵의 파울은 정말 잔인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하간 피부가 손바닥 하나 정도 찢겨져나가는 이 사고는 '사진'으로 남아있는 과거 시절의 부상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6] 끔찍한 부상을 입은 에발트 리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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