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7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7 소부생겸경잠적笑浮生兼慶岑寂뜬 인생을 웃고 겸해서 잠적岑寂한 것을 경하慶賀한다
자소영생박自笑營生簿 내 스스로 생계 박함을 웃어대니
이무장자풍而無長者風 장자의 풍도가 없음이로다.
객지종무어客至從無語 손이 와도 따라서 말이 없으며
빈래임고궁貧來任固窮 가난 와도 궁한 대로 맡겨 두노라.
제시료견적題詩聊遣寂 시를 지어 그런대로 적막함을 달래고
척필욕마공擲筆欲摩空 붓 던져서 허공을 만져 보려 하지만
로거장심재老去壯心在 늙어 가도 젊은 마음 아직 있어서
흔령송원풍欣聆松院風 흔연히 송원松院에 부는 바람 듣는다.
소부생겸경잠적笑浮生兼慶岑寂
뜬구름 인생을 웃거니와 고독마저 기껍다네.
살아온 삶이 박복하여 저절로 웃음이 나오니
어른이 갖춰야 할 기품이 없어서라네.
손님이 와도 시종일관 말이 없고
가난에 절어 궁하면 궁한 대로 산다네.
시나 끄적거리며 그냥저냥 적적하게 사니
붓이나 내던져 하늘을 어루만지려네.
늙어가도 마음만은 장정처럼 팔팔하여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흔쾌히 맞는다네.
►잠적岑寂 고독하고 적막함
►‘문서 부, 잠박 박/얇을 박簿’ (대나무 죽竹)+(넓을 부溥)
►장자長者 윗사람, 어른
►‘귀 울 료(요)/애오라지 료(요)聊’ 그럭저럭
►흔령欣聆 기꺼이 듣다
‘기쁠 흔欣’ 기쁘다.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받들다
‘들을 령(영)聆’ 듣다. 깨닫다. 쫓다. 따르다
덧없는 삶 웃어넘기고 한적한 삶이 다행하다
나의 삶이 박복함을 스스로 비웃으니
장자의 풍도가 없어서라.
손님이 와도 그와 말도 없고
가난이 와도 궁한 대로 맡겨두노라.
시를 지으며 그런대로 적막하게 살며
붓을 던져 허공을 만져보련다.
늙어가도 젊은 마음은 여전해
흔연히 솔 가득한 집에 부는 바람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