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산 오르기로 했고, 성주사 주차장서 모이기로 했다
전날밤 네비 찍어보니 사십분 거리였다 열시에 모이기로 했으니 아홉시 출발이면 여유있게 먼저 도착해 담배한대 피우고 있으면 웃는모습의 일행들을 보며 즐거운 산행을 시작하지 싶었다
당일아침 아홉시 주차장서 출발하며 성주사 주차장 가자 했더니 네비녀가 조용하다
왜이러나 싶어 걱정 됐지만, 가다보면 잔소리 해대것지 싶어 일단 출발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고도 내비녀는 침묵중이다
해서 교통흐름의 방해를 안받는 갓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기능도 모를 이모양 저모양의 단축키를 눌러보니 약정기간이 다 됐다한다
망할년이 웬? 약정? 그딴게 언제 있었나 싶어 울컥 했지만, 침착하게 약정기간이 뭔지 알아보고 재 시도 해보려 안간힘을 썼다
침침한 눈을 도와줄 돋보기 안경도 안챙겨왔고, 시간은 촉박하니 마음도 조급해진다
뭔일이 되겠는가 일단 출발은 하자싶어 나섰는데 길찿기가 감당이 안되고 엄두가 안난다
머리속이 하얗다
시간이 많으면 도로 이정표를 보며 이리저리 헤메다 보면 결국 목적지 도착이야 하겠지만 약속시간은 지킬수 없지 싶었다
해서 일행에게 전화했다
네비가 말 안들어 일정에 차질이 있을듯 하니 오늘은 신어산 등산하자 했더니 다행히 그러자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만도 세번쩨의 신어산 등산이다
하지만 산은 산이라 즐거움이 많았다 정상 팔각정에서 도시락 먹으며 보온통에 담아간 수제 막걸리를 맛보였다
처음시도한 주정이라 내맘 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모두 맛있다 해주니 고마웠다
인사로 한 말이겠으나
찹쌀 사키로 샀다
저녁에 쿠팡을 통해 주문한 밀누룩은 담날 새벽에 문앞으로 도착했다
미안할 정도로 맘에 들었다
찹쌀을 자세히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맵쌀보다는 쌀알 크기가 작고 새하얀색이 났다
저번주는 화왕산 쌀누룩인가? 그걸로 술을 빚어 일주일만에 떴는데 내가 원하던 그 옛날 주전자 막걸리맛이 안나 실망 스러웠고, 뒤에 알아보니 쌀 누룩은 주조법이 까다롭고 예민해 초보자가 다룰 누룩이 아니라 한다
누리끼리한 밀누룩으로
담근지 이틀된 술통에서 술익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잘 빚어지면 벗들과 나눌 생각이고,
반응이 좋으면 시도때도 없이 주구장창 고운술 빚어 마시며 맨정신 없는 날들을 희죽거리며 살아갈까한다 별수 없으니...
옛날에는 길을 많이 알아서 도로망을 꿰뚧고 있는 사람을 두고 운전도사라 칭하고 나름의 예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이야 누구라도 네비 잔소리 따라 가는 길이니 운전습관만 바르다면
운전도사가 될수있다
좋은 세상이다
나를 향한 네비년의 깜찍한 도발은 맨정신으로 있을때 바로 잡았다
살짝 흐린 아침이라 동네 한바퀴 돌고 오까 한다
술익는 내집에서 출발해 술익는 내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내가 미쳐가나 보다
술 향에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