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4.24.금.
유리한테서 편지가 왔다.
언제나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옛날엔 편지를 받으면 흥분해서 내용을 음미할 줄도 모르고 곧바로 답장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썼는데 오늘은 답장을 받고 일단 덮어두었다가 쓸 에너지가 모여지자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썼다.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는다.
골치아픈 생각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조용한 세상이 좋다.고독이 좋다.
수근거림,히덕거림.............
유순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야 한다.
1998.4.25.토.
이제 난 자유인이 아냐!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거리일 뿐이야!
빨리 탈출하고 싶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근면한 사람만이 성공한다.
성실한 사람이 되자.
부지런한 사람이 되자.
이제 주님이 오실 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그 때까지 좌우간 최선을 다하자.
말만 또 번드르하게 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봄 아닌가?
이렇게 집안에서 생활할 바에야 차라리 시골서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 동화되어서 살고싶다.
자연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와 유토피아적 환상을 불어넣는지 모른다.
빨리 목이 낳아서 시골에 가고싶다.
1998.4.26.일.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루에 원고지 200장 정도 3시간 연속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됬으면 좋겠다.
정신병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다.
옛날엔 독한 마음으로 꼭 뭘 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이젠 아무런 마음도 야망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로 이사가면 좋겠다고 아빠께 말씀드렸다.
엄마도 내가 모르는 사이 아버지께 이사하자고 하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