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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 호 ( 2011년 9 월 19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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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당신은 저의 부처이십니다.
손녀 아이가 백일을 맞았다. 건강하고 잘 웃어서 백일 날 모인 형제 가족들이 모두 좋아한다. 첫 증손주를 보신 아버지 어머니는 옹알이를 하며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며칠 내내 곁에서 떼어놓을 줄을 모르신다.
요즈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손주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혹은, "손주는 아들딸보다 더 귀엽다면서요? 정말 그래요?"라고 묻는다.
30년 전 우리가 자식을 갖고 부모가 된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눈앞에 드러났을 때, 길가에 핀 작은 들꽃도 환히 빛나 보였다. 담장에 드리운 넝쿨 사이의 작은 애호박도 대단해 보였다. 세상이 달라져 보였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후, 아들 내외는 북경에서 살림을 한다. 지난 늦여름이다.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 오더니 정월에 집에와 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4월, 산통이 왔다. 정말 너무나도 긴 산고 끝에 손녀가 태어났다.
나는 기도했다. '보살님, 이 땅에 잘 오셨습니다. 제가 잘 받들겠습니다.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큰 보살이 되소서.' 고맙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가족의 역사에 손녀가 있었다. 손녀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슴 가득 뜨거움이 솟아올랐다.
엊그제 손녀의 여권이 나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젓하게 찍힌 여권 사진에 온가족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여름이 가고, 아이는 부모를 따라 북경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아직 비행기를 못 탈 거라고 우겨보지만, 백일이 되면 괜찮다는 의사의 말을 더 신뢰한다.
저녁이면 아이를 안고 동네를 돌며 하던 자랑도 못하게 됐다. 옹알이도 꺄룩대는 웃음소리도 들을 수가 없게 됐다. 벌써 여름이 가다니. 무슨 시간이 이리도 빠르담.
항상 그렇지만, 하느님은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나는 기도한다. '보살님, 지금처럼 사소서. 그 웃음소리처럼 사소서. 즐거움은 크고 괴로움은 작으소서. 당신은 바로 저의 부처님이십니다.'
<살며 사랑하며> 김형균 출판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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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아 왔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오
새 생명의 탄생은 축복인데 하물며 손주를 보는 일은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귀여운 아기의 웃음이 너무 귀엽군요. 좋은글 볼 수 있게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