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님의 수필( 은퇴이민 2기 91. 고마운 사람들(1))

[GRAY_JSUN]

은퇴이민 2기  91. 고마운 사람들 (1)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이 곳에서 우리는 모임이 있거나 한가롭게 만날 때는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

내가 먼저 허리 수술을 시작해서 3개월을 지나고 , 그 때부터 남편이 위암 수술을 해서 다시 4개월을 한국에서 지냈다.

7개월의 긴 투병 끝에 다시 돌아온 이곳!

맑은 하늘도 감사하고, 싱그럽고 푸른 공기도 감사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겨울 날씨도 더 없이 감사하다.

온 사방 전화를 걸어 우리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알렸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안부를 물어 왔던 친구에게서도 전화가 이어진다.

도착 다음 날 저녁, 뜻밖에 맨 먼저 신부님이 찾아오셨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나눔을 실천하는 성자같은 분이다.

현지인보다 더 까맣게 탄 얼굴에 유독 하얗게 보이는 이를 내놓고, 언제 보아도 늘 웃는 얼굴이다.

너무나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에, 행여 우리가 손님 맞을 준비라도 할까봐  폐 끼치지 않으려고  밤에 불쑥 예고도 없이 오신 것이다.

그 분을 가까이 겪어온 우리는 그걸 안다.

커피 한 잔마저도 사양하면서, 우리가 건강하게 돌아와 준 것만 기뻐하며 감사한다. 

작은 일에도 그토록 감사하고 열악함 속에서도 늘 기쁘게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신부님,

손수 키운 파파야 두 덩어리를 슬그머니 놓고 가신 그 분으로부터 우리에게도 잔잔한 평안함이 전해진다.

삶 속에 그 분을 닮고 싶다.

다음 날, 우리는 또 다른 귀한 손님을 맞았다.

심 돈보스꼬 박사님,  우리 아들 나이와 엇비슷한 젊은 분이다.

그는 전에도 내 허리가 심하게 아플 때 마닐라 한의원까지 나를 태워주며 봉사해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위에는 찹쌀이 좋다며 손수 만들었다는 찰떡이다.

나는 아직 이 나라에서 쑥을 본 적이 없는데 그는 따가이따이 쪽에서 쑥을 찾아서 집 앞에 심었다고 한다. 그 쑥으로 손수 찰떡을 만들었다.

견과류를 부숴서 함께 넣고 만든 찰떡은 예쁘기도 하거니와 맛도 짱이다.

찰떡과 함께 손수 만들었다는 과자도 먹기가 아까울 만큼 예쁘다. 건포도로 눈을 박고 마카로니로 입을 만든 얼굴 모양의 과자다

예쁜 바구니에 포장을 해서 뜻밖에 우리 집을 방문한 젊은 교수님 때문에 또 한 번 우리는 suprise다.

세 번째 방문은 폴 할머니,

한 번밖에 와 본적 없는 우리 집을 운전기사를 데리고 물어불어 찾아오셨다.

로스바뇨스 살 때 이웃이었던 폴 할머니는 작년에 여기서 할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때 우리가 조문을 했던 게 고마웠다며 그예 찾아오셨다.

손자인 폴이 이젠 AUP 대학의 졸업반이라고 한다.

그 좋은 솜씨로 닭 가슴살을 참기름과 양념으로 무쳐서 한 통을 들고 오셨다. 위암 수술 후엔 단백질을 잘 보충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타국에서, 이렇게 가슴 따뜻한 이웃들이 가까이 있다니!  보잘 것 없는 우리의 귀환을 이렇듯 반겨주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다니!

[GRAY_JSUN]

참 좋은 친구들 이네요.
친구들이 좋은 것은 좋은 친구를 둔 분들이
좋은 분이기 때문 입니다.

[이종열]

오는 정이 많다는것은
가는정이 많았다는 증거이겠지요
아름다운 모양세가
사람됨됨이를 높여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