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의 기능과 역할, 새롭게 모색하다
이명원 해운대구의회 의장 ·부산구군의장협의회 회장을 만나다
<해운대라이프>에서 6월 구청장 면담에 이어 지난 6일 해운대구의회를 방문하여 이명원 해운대구의회 의장을 만나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시간 여 동안 해운대구 의회의 역할과 향후 의정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장이 펼쳐졌다.

● 의정 활동 1년에 대한 자체 평가는?
지금까지 의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대민 활동을 통한 조례 제·개정, 예산심의 등을 했다고 본다. 8대 의회는 집행부와의 관계도 견제와 감시를 넘어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데 노력해 온 한 해였다.
의회 내에서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있어 항상 충돌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야 치열한 토론을 통하여 집행부의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노력했다.
● 정보력이 약한 의회가 단체장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방분권을 강화하게 되면 기초의회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인사권의 독립을 기초단체 단위에서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광역단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발표된 점은 아쉽다.
거기다가 현 정부 지방분권의 방향은 광역 중심의 분권계획이라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 관계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기초단체는 광역단체에 더욱 의존하고 예속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 앞으로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고 위원 수도 대폭 늘어난다는데 구의회의 역할과 위상에 변화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단기간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역효과가 예상된다. 위상 정립 과정에서 구의회와의 마찰도 우려되고, 무엇보다 의사결정을 왜곡하게 되는 기구로 전락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점진적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부산시 구군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주요한 역할은?
부산시 구군의장 협의회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투명한 협의회 운영, 기초의원들의 역량 강화 및 제도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별 의회의 우수 사례 발표를 통하여 선진의회 벤치마킹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초의원 의정봉사상 시상을 통하여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일부 단체장이 의회를 무력화하는 사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기초의회 운영을 파행시키는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전국의장단 협의회와 공동 대처하여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고, 앞으로도 기초의회를 무시하거나 민주주의 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공동 대처할 계획이다.
● 해운대구 의회에서 의원연구모임 조례를 제정했는데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연구 모임은 온라인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공부하는 연구모임과 마을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모임의 두 개가 있다. 18명의 의원이 최소 1인 1개 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모임 결과 보고를 통해 작은 것부터 구정 접목을 이루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에는 용역을 통해 의회 선진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할 계획이다.
● 의원들이 소소한 지역 행사까지 많이 참석함으로써 정책개발과 연구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구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최일선에 있다고 하는 것처럼 주민이 있는 곳에 참석하여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의원들의 기본적인 역할이면서 의무이기도 하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원 해결을 위한 의정 활동으로 연계된다. 정책보좌관이 없이 혼자서 다 해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개발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모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 구의원 경력이 거의 10년인데 긍정적인 것과 아쉬운 것은?
초선과 재선 때보다는 3선이 되면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구정을 조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의욕에 가득 찬 후배 의원들에게 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나 거시적인 방향의 의정 활동을 조언할 수 있다.
한편 타 지역의 몰지각한 의원들로 인해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의혹의 시선을 받을 때는 일일이 만나서 설명할 수도 없고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

● 해운대구 발전을 위해 의회의 역할에 대해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의회의 역할을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로 한정 짓지 않고 선도적으로 구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원 각자가 SNS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외되어 있는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들과 주민들의 민원을 찾아다니는 현장 의원이 된다면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 구청의 과밀화로 재송동으로 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전하는 데는 이론이 없겠지만, 이전하고 남은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청사 이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므로 구청사 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단계라고 본다.
● 해운대의 동서 간의 격차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해소 방안은?
현재 반송과 반여 2,3동 등 상대적 소외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은 국비 확보 등을 통해 시동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누적된 것을 한 번에 해소할 수는 없을 거라고 본다. 집행부와 의회, 주민의 3자가 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나 재생 방안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면담에 임해준 이명원 의장과 도움을 준 의회 사무국 직원에게 감사드린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