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실장 “도민 공론화 메시지 전달…대통령 면담 원한다”
김동현 평론가 “참된 민주주의 청와대·강정·성산 달라선 안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전재홍 씨는 부동산업자다. 토지가 많이 거래돼야 수익이 오르는 직업이지만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 동종 업계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그런 전씨가 6일 밤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공론화 특위 구성! 기본계획 철회!’ 제1차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었다.
전씨는 “제주도에 정착한지 만24년째다. 약속이 있어 제주시로 왔다. 촛불집회를 하는 것을 알고도 안오는 것은 미안한 마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제2공항 반대와 거리가 먼 일을 한다. 제 직업은 부동산업자다. 토지가 많이 거래돼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그래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말아야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를 많이 했다. 우리 업계에서는 저를 이단아, 사탄 취급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만약 제가 제주 토박이였다면 개발을 원했을 수도 있다. 본인도 인간인지라 개발이 돼야 수익이 난다. 그런데 서울이 개발되면서 보행거리가 없어지고, 인파에 치이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원치 않는다. 제주도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으로 남길 바란다. 업계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더라도 반대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지난 1일부터 ‘제주2공항백지화 서울농성장’에서 제2공항 강행저지를 위해 단식 활동을 하고 있는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과 전화통화도 진행했다.
전씨는 박 실장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내가 굶어죽어도 괜찮으니까 힘내라. 힘들면 저라도 올라가 투쟁하겠다"고 응원했다.
박찬식 실장은 전화통화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전날까지 100배를 했다. 단식을 시작한지 일주일 됐는데 아직은 견딜만하다. 단식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와대와 제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 도지사에게 도민의 공론화 마음을 대신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 두개의 공항 건설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하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 위성곤 의원이 천막에 다녀다 갔지만 '검토하겠다, 논의하겠다'는 이야기만 해 실망했다. 앞으로 어떤 가치와 비전과 세력을 대표하고 대변할지 분명히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도의회가 공론화를 한다고 뒤로 빠져서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제주도민의 대표이기를 포기한 그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도민들이 제2공항 문제로 연관된 미래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의견도 팽팽히 나오고 있는데 이런 숙의과정을 거치고 하나로 모아야할 도지사가 이를 외면하고 독선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다를 바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강정 해군기지를 결정해 제주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나. 똑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주에 두개의 공항은 필요없다. 실정을 알면 두개의 공항을 짓겠다고 말 못할 것이다. 공군기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멈춰야 하고, 공군기지를 위한 것이라면 분명히 이야기 해야한다. 제주도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한번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시사평론가는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보류된 당일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과 생방송으로 TV토론을 나눴다. 김 의장에게 ‘공론화 특위가 중요한 사안이고, 제주의 미래와 결정짓는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반대하는 의원들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어떻게 의장이 개개인 의원 결정에 관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절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 정치가 실종된지 오래다. 제주국회의원들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입장이 아닌 역할을 하라고 하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원 지사는 마음이 떠난 것 같다. 마지막 보류인 도의회도 심사보류로 기대를 저버렸다.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뭔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지난해 10월 국제관함식에서 문 대통령은 선택된 주민과 만나 말을 나눴다. 강동균 회장과 문정현 신부는 아스팔트 땅에서 고함을 쳤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청와대가 다르고, 강정이 다르고, 성산이 달라선 안된다. 우리의 결정을 스스로 하게 해달라는 것은 차가운 거리에서 온 국민이 촛불을 든 의미”고 말했다.
이어 “입만 열면 촛불 정부라고 하는데 광화문에서만 기억하지 말고 제주라는 섬에서 작지만 큰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참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