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시, 향수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나의 ‘고향’.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젓는 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읽으면 아직도 울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 자리를 잡고 일하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대학에 입학하여 고향을 떠나 홀로 자취생활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공부하고, 또 먹고 사는 일에 젖어 잊고 있다가도 힘들 때마다 내 마음을 툭툭 두드리는 그 곳이 바로 ‘고향’입니다.
처음 대학에 합격하여 부모님을 떠나 타지에 새 보금자리를 잡았을 땐 집을 떠나온 그 자체가 너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혼자서 지낸다는 것이 두려운 것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을 테지요. 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부모님 품이 그립기도 하고 문득 고향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모든 일들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세상에 내 편이 하나 없다고 느껴질 때면 고향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봄이 오면 자운영 장다리 꽃피고 탱자꽃 바람에 흩날리는 그런 고향 다시는 없으리.
– 이시영 시, 고향생각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부터는 몸과 마음이 힘들다 보니 고향에 관한 생각이 문득 문득 더 자주 찾아오게 됩니다. 사람들과 일에 치이다 보면 아무런 걱정이 없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안개 걷히면 고향 보이리. 가지는 못해도 먼 하늘에 가는 듯 눈 감아 길을 내어서 산길 들길 물길 내어서 그리움에 밀리어 가보는 고향 저 안개 걷히면 고향 보이리.
-김형영 시, 고향생각
내가 힘들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아무런 말없이 나를 그대로 받아주는 곳, 부모님 품처럼 따뜻하고 익숙한 곳. 고향. 세월을 불문하고 많은 시인들도 고향에 관한 그리움을 노래해왔습니다. 음악 역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은 곡들이 많은데요.
다음은 1923년, 작곡가 현제명이 미국에 유학하고 있을 때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만든 ‘고향생각’이라는 가곡의 가사입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 하늘 쳐다보니 별 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라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가건만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현제명 작사, 고향생각
옛날부터 지금까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문학과 음악, 예술작품이 많은 이유는 우리의 삶에서 고향이 차지하는 힘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겠죠.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짓기도 하지만 그만큼 살아가면서 고향을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