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직장(우신고)에 와서야 테니스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자질이 부족함에도 운 좋게 학로 형님의 도움으로 명문 스카이 클럽에 가입한 것이 나름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주변 회원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좀 더 잘 치고 싶어 난생 처음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허나 역시 테니스는 만만치 않더군요.
언제부턴가 운동 감각이 미천한 몸치 수준에서 남들만큼 볼을 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 좌절감도 느끼곤 했지요.
왠지 다른 무언가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목표가 필요했습니다.
그저 묵묵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그러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만큼 성취감도 크리라 기대하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랜 벼름 끝에 감히 '가을의 전설, 춘천국제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나름 꾸준히 준비했습니다.
허나 마지막 관문이었을까요?
10월 초에 발목을 다치는 순간 '앗' 비명 대신 날아가 버린 '춘마'를 떠올렸습니다.
설상가상 감기 기운까지 있어 의사 선생님을 비롯한 주위 분들이 무리라고 만류했지만,
춘마 전날 김명수 원장님께 간청을 했습니다.
정말 뛰고 싶다고...... 뛰어야 한다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침을 발목에 꽂고 약침을 네 통이나 맞았습니다.
오후엔 대타로 부득이 굽네치킨배 게임도 어거지로 치르었지요.
밤새 찜질로 다소 부기가 줄은 말목을 이끌고 이래저래 마땅치 않아 하는 아내와 함께 약속의 땅, 춘천으로 갔습니다.
할일도 없는지 무려 2만 842명의 지독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더군요.
기록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발을 하는 데에만 30분 가량이 걸렸습니다.
의암 호반과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다고 느낀 건 잠깐이었고 끊임없는 포기의 유혹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마의 37k부터는 다친 왼쪽 발목 대신 상대적으로 무리를 한 오른쪽 발이 마비되는 듯 고통스러웠지만,
드디어 약속의 땅 춘천에서 42.195 '가을의 전설'을 이루었습니다.
마라톤을 준비하고 연습할 때부터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박성남 고문님과 완주를 당신의 일처럼 뿌듯해 하며 축하해 주신 학로 형님, 그리고 다친 발목을 걱정하며 성심성의껏 치료해 주신 김명수 원장님과 격려해 주신 많은 회원님들의 정성이 밑거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루두루 모두 감사드리며,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성적 3:54:21, 2901등/20,842명(13.9%) 겨우 3등급
첫댓글 앞으로의 인생 마라톤은 걱정이 없으시겠습니다. ㅎㅎㅎ 대단하십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그 어렵다던 마라톤을 그것도 완주로 또한 4시간안에 뛰다니 인간이길 포기하셨구랴!!!!!!!!!!!!! 들리는 말엔 30km를 지나면 그건 인간이 할 수 없는 신의 경지인 체온이 저체온으로 바뀌고 그저 정신력으로만 뛴다고 하던데/// 추카추카 합니다. 테니스보다 더 멋진 감동의 드라마를 썼네요?????????????
말이 필요없겠네요~~ 대단한 일 해낸 박포헌선생이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