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촌댁
한평생 짧은 치마 한 번 입어 보지도 못하고 나이를 먹은 여자
늘 애먼 일에도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하고 속만 태우던 아내
올망졸망 살면서 살을 베어 아이들 넷이나 입히고 먹여준 엄마
그녀가 민낯이 가득한 뜰 안의 분꽃 같은 능촌댁(陵村宅) 이니라.
어릴 적에 내 이름은 막둥이지만 동짓날 태어났다 해서 東基가
본명이다. 남들은 나더러 金社長이라 부르고 백수가 된 후부터
내 이름은 천정에도 없고 기둥에도 없다. 어느 날 필명부에 호(井村)
하나를 매달아놓았더니 그제야 隨筆家 혹은 詩人이라고도 한다.
井村과 陵村은 백마산 흙에 눠 스물다섯 스물여덟 그 사랑으로
달빛 고요에 나란히 별을 세고 있을 것이다. 기분 좋다. 태양이
우리들을 홀로 두지 않으며 꽃들이 웃음 짓고 새들 와서 노래랑
부를 것이니 우리는 세상 모든 것들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리라.
*** (엊그제 고향에 계신 부모님 산소를 서울 근교에 옮기고자 오포읍 매산리 공원에 납골묘를 준비하면서 사후 나와 내 아내가 함께 묻힐 묫자리도 준비했습니다. 너무 성급한 게 하닌가 생각도 들지만 언제 또 이런일을 하랴 싶어서 무리를 했죠.)
첫댓글 선생님 큰일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요즘 "바람의 뿌리를 찾아서" 선생님의 수필집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글이 섬세하고 잘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평소 내가 내 무덤을 만드는 일이 마지막 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끝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아야할 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