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이 뒤집어진다 | ▲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변에 들어선 롯데월드타워(가운데)와 롯데월드몰(오른쪽) 전경. 송파대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월드(왼쪽)와 마주 보고 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8번 출구로 나가자 거대한 빌딩이 위용을 뽐냈다. 국내 최고층인 높이 555m, 123층으로 지어지는 롯데월드타워다. 롯데월드타워 앞, 보석상자를 연상케 하는 외벽장식이 붙은 명품백화점(에비뉴엘)을 필두로 한 롯데월드몰도 올림픽로 연변 500m에 거대한 군락을 이뤘다. 서울올림픽(1988년) 기념동상이 늘어선 왕복 8차선 올림픽로 아래 지하철 8호선도 출구 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존의 10·11번 출구를 쇼핑몰의 새 동선(動線)에 맞춰 이전하는 작업이다.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잠실역 1·2번 출구 일대는 7500여명의 출근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1·2번 출구로 솟아나온 출근행렬들이 향하는 곳은 잠실역 사거리에 들어서는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 롯데월드타워는 총 투자비만 약 3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단일 공사현장이다. 하루 공사현장 종사자만 7500여명. 이들에게 돌아가는 하루 일당만 9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000억원 이상의 돈이 잠실역 사거리에 풀리고 있는 셈이다. 창출되는 경제유발 효과도 막대하다. 롯데물산 측이 추산하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생산유발 효과 및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약 7조원. 한국은행의 2008년 산업연관표 중 건설건축 유발계수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또 400만명에 달하는 공사 연(延)인원과 완공 후 도소매, 식음료 및 숙박업 등으로 인한 상시 고용인구 2만명 등 막대한 경제유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 선정 일자리창출 우수지자체로 선정된 충남 천안시가 지난해 창출한 일자리는 1만835개. 롯데월드타워의 연간 일자리창출 규모(2만명)가 중소도시를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하나의 도시가 탄생한 것과 같다.
- ▲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는 현장 관계자들. photo 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를 위시한 잠실 제2롯데월드는 현재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과 이어진 에비뉴엘(명품관)은 공사가 막바지다. 지하철 8호선 잠실역과 연결된 쇼핑몰동과 롯데시네마(영화관), 롯데마트(할인점), 롯데하이마트(가전) 등이 입점할 엔터테인먼트동(엔터동)도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저층부 3개동(에비뉴엘, 쇼핑몰, 엔터동) 공사는 거의 끝난 상태로, 6성급 롯데호텔이 입주할 123층 롯데월드타워도 2010년 11월 송파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뒤 착공에 들어가 66층, 280m까지 올라갔다. 롯데물산 측에 따르면, 오는 2016년 말까지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가 순차적으로 완공되면 기존의 롯데월드(백화점, 호텔, 마트,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와 함께 연간 1억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인구를 지하로 흡수할 잠실역 사거리 지하광장 공사도 거의 마무리했다. 송파대로 아래 국내 최초로 들어설 지하 버스환승센터도 2015년 6월까지 완공 예정이다. 잠실역 사거리가 초대형 프로젝트로 꿈틀거리기는 정확히 30년 만이다. 잠실은 조선 초만 해도 누에고치를 치던 왕실의 ‘뽕밭(蠶室)’이었다. 이후 대홍수로 인해 신천강이 생겨 한강 흐름이 바뀌며 여의도와 같은 하중도(河中島)로 변했다. 잠실은 1985년 롯데그룹이 서울올림픽(1988년)을 앞두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시설인 롯데월드를 건설하면서 일변했다. 한강의 본류(송파강)였던 석촌호수 일대를 대단위 상업시설로 바꾼 것.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지어진 롯데월드는 당시만 해도 실내외 테마파크(롯데월드어드벤처·매직아일랜드), 아이스링크, 백화점, 호텔, 쇼핑몰, 스포츠센터를 단일 공간 내에 갖춘 국내 유일무이한 초대형 단일건물이었다.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를 쓴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에 따르면, 당초 이 부지를 개발하려던 사람은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아닌 신선호(67) 율산그룹 회장이다. 후일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를 개발하는 신선호 회장은 박정희 정권 말 해당부지를 서울시로부터 불하받아 현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 자리에 60층짜 리 빌딩 2동을 세우고 주위를 30~40층 빌딩들로 포진시키려고 구상했다. 소위 신선호의 ‘석촌호수 프로젝트’다. 하지만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불하받은 지 얼마 안 돼 호남 기업인 율산그룹이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석연치 않게 도산하며 무산됐다. 결국 해당 부지는 건설 재벌인 ㈜한양에 잠시 넘어갔다가, 1984년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수중에 들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자(外資)를 유치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 백화점 등 초대형 복합시설을 만들어낼 사람은 재일동포 출신의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뿐이란 전두환 정권 차원의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 ▲ 1985년 착공 당시 롯데월드의 신문광고.
롯데가 롯데월드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제2롯데월드 부지까지 추가로 매입한 것은 1987년이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1~2개월씩 사업 진행 사항을 직접 챙겼다. 롯데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사업 현장을 불시에 찾아 “기념비적 건축물로 명소를 만들어라”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해외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돼야 한다” 등등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작사도방, 삼년불성(作舍道傍, 三年不成)’이란 말처럼 잠실역 사거리에 있는 제2롯데월드는 착공 전부터 뒷말이 많았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 말은 ‘길가에 집을 지으면, (훈수 두는 사람들 때문에) 삼 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인허가 때부터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으로 인해 각종 어려움을 겪었고, 에펠탑과 첨성대를 닮은 초기 디자인을 퇴짜 맞아 설계 변경도 수십 차례 단행했다. 크고작은 사고는 실제 이상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간 석촌호수 옆 해당 부지는 거대한 무허가 포장마차촌이 형성돼 밤이면 불야성을 이뤘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은 1987년 최초 부지매입 후 24년간 무려 23차례의 마스터플랜 변경을 통해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최종 설계도를 완성시켰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대지면적만 8만7182㎡(2만6373평)에 들어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였다. 건물 연면적만 81만539㎡(약 24만5618평)로, 총 3773대의 차량이 동시주차할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춘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주요 입점시설들도 국내외 통틀어 최대(最大), 최고(最高)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여개 국내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명품관 ‘에비뉴엘’은 서울 소공동 에비뉴엘 본점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 명품관으로 태어난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흡수할 롯데면세점도 태국 방콕의 킹파워면세점(1만2500㎡)을 능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들어선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들어설 아쿠아리움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능가하는 크기로 지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긴 85m에 달하는 수중터널을 갖춘 아쿠아리움에는 흰돌고래 ‘벨루가’를 포함해 약 5만5000마리의 수중생물이 들어온다. 엔터동의 5층부터 11층까지 들어설 롯데시네마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16개 상영관, 4242석)를 능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21개 상영관에 무려 4600석의 좌석을 갖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크린(가로 33m×세로 13.8m)까지 확보했다.
- ▲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롯데홀’ 예상도. photo 롯데물산
쇼핑몰동 7층부터 11층까지는 2018석을 갖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롯데홀’이 들어선다. 비엔나 뮤직페라인, 뉴욕 카네기홀, 로스앤젤레스 디즈니홀, 코펜하겐 콘서트홀 등 세계 유명 도시는 도시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을 가지고 있다.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롯데홀’은 국내 최초로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해 지어지는 공연장이다. 빈야드 스타일은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고 그 주변을 객석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도쿄 산토리홀과 베를린 필하모닉홀, 로스앤젤레스 디즈니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롯데홀 내부에는 5000여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초대형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돼 최적의 음향을 구현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핵심인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1층부터 12층까지의 포디움에는 헬스케어센터, 금융센터, 여행서비스센터 등 복합 서비스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다. 14층에서 38층까지 중층부는 프리미엄 오피스로 구성된다. 롯데물산 측은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유치를 타진 중이다. 또 42층에서 71층까지는 업무와 사교, 거주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76층부터 101층까지는 국내 최고 높이에 들어서는 236실 규모의 6성급 럭셔리 롯데호텔이 입주하게 된다. 롯데월드타워 117층(474.6m)과 119층에는 세계 최고 높이의 ‘스카이 갤러리’가 들어선다. 롯데월드타워의 최고층부에 해당하는 높이 500m 지점에는 서울 시내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초고층 전망대가 자리 잡게 된다. 롯데물산의 한 관계자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석촌호수와 한강, 잠실 아파트촌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어우러진 서울의 야경은 전 세계 여행 매니아들과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필수 여행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 측에 따르면, 2016년 말 완공 후 롯데월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외국인 방문객은 약 2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잠실관광특구’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2년 롯데월드, 석촌호수, 堧見육 방이동 먹자골목), 올림픽공원 일대를 종로, 명동, 동대문, 이태원 등과 함께 ‘5대 관광특구’로 지정했다. 중국·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롯데물산 측은 “송파구청, 상인회, 기업이 구성한 잠실관광특구활성화협의회에서 지역사회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아베와 푸틴이 배워야 할 것 [중앙SUNDAY조홍식 숭실대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 제372호 | 20140427 입력 ]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와 아베 총리의 일본이 ‘닮은꼴’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만족하지 않고 동부 지역에 지속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추가적인 영토 합병 또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노린다. 아베의 일본은 국가 주요 인사들의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를 지피며 한국 및 중국과의 역사 갈등을 강화·확산시키는 중이다.
푸틴과 아베의 큰 공통점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다. 푸틴은 냉전시대 세계를 호령하던 소련의 영광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던 러시아 제국의 과거를 되살리려 한다.
아베 역시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지배했던 대동아공영권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어느 나라 리더나 민족사의 영광을 기념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그것이 현재와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두 번째 특징은 영토 에 대한 집착이다. 푸틴은 지난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크림반도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면서 주변국의 러시아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야심을 공표했다.
아베의 일본에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초등학교부터 교육하겠다고 한다. 영토는 모든 국가의 기본적 바탕이지만 러시아나 일본과 같은 대국이라면 이웃과의 작은 영토분쟁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지는 않는지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은 모두 이웃 나라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상식과 논리를 외면한다. 넓은 영토의 제국이 만들어진 것은 침략의 결과다. 그러나 20세기는 무력으로 형성한 제국을 해체하고 탈식민화를 이룩한 해방의 세기다. 21세기 들어 러시아와 일본이 다시 낡은 영토 야욕을 민족자결(크림반도)이나 국제법(독도)의 권리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왜곡과 궤변에 불과하다.
아베와 푸틴의 전략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이다. 기울어가는 국운에 대한 국민의 상실감을 민족주의적 담론과 도발로 자극해 인기를 얻어 보려는 꼼수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은 두 정치인에게 단기적인 지지기반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장기적인 국가 이익은 희생당한다. 이 전략이 초래하는 주변국과의 대립과 갈등은 미래의 적대감을 양산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사실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이제는 ‘원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집착과 궤변은 예기치 못했던 한·중 역사연합을 낳았다.
푸틴은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유럽에 대한 무기로 인식하고 악용한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3분의 1 수준인데, 푸틴은 언제든 공급 파이프의 밸브를 잠글 수 있다고 협박한다.
유럽은 2006년과 2008년에 이미 러시아의 횡포를 경험한 뒤 수입 다변화, 자체 셰일가스 개발, 유럽 통합 에너지 정책 등 장기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푸틴 덕분에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것이다.
일본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안보동맹 미국을 동원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심리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계산이지만 확실한 수는 아니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미국의 ‘실망’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의 과거지향적 고집에 대한 미국의 피곤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앞으로 미·중 간 복합적 이해가 발전하면서 일본이 배제되지 말란 법도 없다. 1979년 미국은 30년의 전통 우방 대만을 버리고 중국을 택했다.
푸틴이나 아베 모두 전후 독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독일은 1940년대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전형인 나치즘으로 멸망했고 분단되었다. 그러나 1990년 장기적 비전으로 국가 이익을 추구했던 헬무트 콜 총리의 전략으로 통일에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과거 영토의 25%를 상실했지만 통일 과정에서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독일은 침략과 수탈의 과거를 확실하게 부정하고 참회하는 것은 물론 전 국민의 역사와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불행과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통일을 우려하는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독일은 애지중지하던 도이치마르크마저 포기하면서 ‘유럽 속의 독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로가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주변국에 대한 장기적 이해와 배려를 통해 유럽의 중심으로 우뚝 선 통일 독일은 러시아나 일본은 물론 세계화 시대 모든 국가에 귀감이 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