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대신 가짜가 신검 받았다" 제보장 6년간 번역도 안해
PEI주 성공 사업가로 정착했는데... 15년만에 추방 위기
법원 "14년 수사는 절차 남용"... 결국 무혐의 판정
이민난민 위원회가 14년 전 접수된 익명 제보로 시작된 중국 출신 투자이민자 수사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한 장의 편지가 15년 동안 한 여성의 삶을 뒤흔든 사연이 밝혀졌다.
2009년 8월, 캐나다 홍콩영사관에 도착한 익명의 제보장은 한 투자이민자의 신원을 문제 삼았다. 제보자는 당시 수감 중이던 남편 대신 다른 사람이 이민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제보장은 6년 동안 번역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수 로씨는 2007년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행을 선택했다. 20만 달러를 투자하고 아들과 함께 입국한 그는 중국어-영어 신문사를 창업해 현지인들을 고용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국제여성의날을 맞아 PEI주 여성 리더십 상을 수상할 만큼 모범적인 이민자로 평가받던 그의 삶은 2015년 11월 갑작스러운 체포와 함께 급변했다. 캐나다 국경관리청 요원들이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하던 그를 체포한 것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로씨의 전 남편은 2007년 11월 저작권 침해 혐의로 체포돼 4년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3월 로씨 가족의 이민 신체검사가 진행됐으나, 결국 로씨와 아들만 캐나다에 정착했고 이후 이혼했다.
캐나다 정부는 제보 내용 확인과 전 남편의 법정 기록 확보에 시간이 필요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지연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민난민위원회는 "14년 2개월 11일이란 수사 기간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민난민위원회 줄리아 휴이스 심판관은 판결문에서 "단순한 사건임에도 수년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그동안 피고인은 캐나다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로씨는 15년간의 불안한 삶을 마무리 짓게 됐다. 이민법률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민자들의 기본권 보호와 정부 수사의 적절한 시한 설정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