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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없는 방어에 한국교회 비판 직면
갱신기회 놓친 교회
매년 한국 교회는 갱신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올 한해 한국 교회는 교황 방한부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역사의식 문제, 애기봉 등탑 설치까지 변화를 요청하는 시대의 요구와 갱신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일련의 사건을 교회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도를 넘는 방어와 상대 공격에 급급했다.
8월 교황 방한을 앞두고 한국 교회는 교황 방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국 곳곳에서 벌였다. 그리고 교황이 소형차를 이용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인기를 얻을 동안, 교회는 그저 ‘반대’만을 외쳤다. 교황에게 열광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교회를 되돌아보며 갱신하려는 모습은 부족했다. 결국 사회는 한국 교회에 더욱 실망했다.
이러한 한계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 발언 파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교회 내의 강연을 그대로 보도한 언 론사가 문제라고 해도,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은 교계에서도 도를 넘은 것으로 비판받았다. 문제는 일부 교계 단체와 인사들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문창극 총리 후보에 대한 비판은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올 한 해 한국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문창극 장로의 발언, 애기봉 점등식 논란 등 일련의 사건들을 갱신 기회를 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렵게 붙잡은 정상화 기회 주목받다
한기총·감리회 ‘변화’
최근 한국 교회에 가장 고민거리를 안겨준 곳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일 것이다. 올 해 이 두 단체에 큰 변화가 일었다.
한기총은 한국 교회에 큰 폐해를 안긴 홍재철 대표회장이 물러나고 이영훈 목사가 신임 대표회장에 올랐다.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에 나서면서, 수명이 다한 한기총을 되살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에서는 한기총이 새롭게 될 기회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9월 대표회장에 오른 이영훈 목사는 일단 ‘홍재철의 한기총’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단해제를 비판한 신학교수들에게 제기한 소송을 중단시켰고, 논란이 있었던 애기봉 점등식을 취소했다. 이단 해제에 대해 재검증 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일방적인 한기총과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한기총 지도부는 여전히 홍재철 전 대표회장 지지파가 건재한 상황. 이영훈 대표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도력을 강화할지가 관심이다.
감독회장 선거파동으로 극심한 혼란에 놓였던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전용재 감독회장을 선출하고, 8년 만에 총회를 개최하며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도 감독회장 선거에 얽힌 법정소송이 남아 있어서 완전한 정상화는 더 지켜봐야 한다. 기감은 8년 만에 총회를 개최하고, 본부 총무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개혁특위를 구성해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내년 한기총과 기감이 변화를 넘어 진정한 갱신을 이룰지 주목받고 있다.
‘종교인 과세’ 입장정리, 깊어지는 고민
교회 ‘공공성’ 고민
종교인 과세, 목회자 윤리성, 목회세습 등.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올해도 이어졌다. 사회는 과세에 반대하는 교회를 비판했고, 전병욱 목사를 필두로 목회자의 윤리성 문제를 지적했고, 목회세습으로 인한 교회의 사유화 때문에 걱정했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작년에 이어 2014년도 한국 사회와 교회의 최대 이슈였다. 교회 내에서조차 공공성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식도 많아졌다. 지난 2월 예장통합 교단을 비롯해 55개 교단에서 종교인 과세를 반대했는데, 9월 총회 이후 예장통합이 ‘찬성’으로 돌아섰고 기하성 이영훈 목사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교계 개혁 단체들은 물론 기독 학자들도 종교인 과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지면, 교회가 국가 권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 입장도 강고하다.
올해 유독 목회자들의 실형선고도 많았다.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장종현 한영훈 정삼지 등 지도자급 인사들이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종교인 과세, 목회자 윤리, 목회세습 등. 사회는 이들 사안들을 공공성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교회가 공공성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 고민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영적 영향력 확대’ 인프라 구축 힘쓰다
부산교계 연합사역
부산교계는 올 한해 ‘2014해운대성령대집회 525회개의날’와 현재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를 열었다. 2007년 어웨이크닝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연합집회에 새로운 장을 연 부산교계는 이후 크고 작은 연합집회를 이어왔다.
이와 같은 부산 교계의 연합효과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525회개의날’은 부산뿐 아니라 울산과 진주, 경남 일대의 교회들이 직접 참여했고, 울산과 진주 등 지역별 회개집회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역시 파급력이 컸다. 거창, 대구, 광주, 목포,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부산 교계의 트리문화축제를 벤치마킹하고, 운영 노하우를 배워갔다. 그리고 지역에서 축제를 개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 교회의 연합사역을 전국 교회가 배우고 있다.
이에 비해 분열과 진영논리, 이단 관련 갈등 등으로 올해 서울과 수도권의 교회연합 모습은 실종됐다. 그동안 대형교회와 대형집회 중심으로 연합사업을 펼쳤던 수도권 교회들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단순 행사성 집회를 뛰어넘어 지역의 영적 판도와 교회의 영향력, 나아가 교회 연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모습은 서울과 수도권 교회들이 배워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제 지역을 막론하고 집회와 행사의 틀에서 벗어나는 교회연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합의 지속성과 진정성,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고 변화를 일으키는 현실성과 운동성을 갖는 ‘성숙한’ 교회연합의 모델을 보여줄 때이다.
‘혼자서 열심’에서 ‘힘 모아 더 열심’으로
발전하는 구호사역
지난해 연말 하이옌 태풍이 필리핀을 휩쓸었다. 도로와 통신마저 끊긴 그곳으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필두로 한국교회봉사단 한국교회연합 등 교계 기관과 교단들이 달려갔다. 그리고 지금껏 태풍 피해지역을 위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 한국 교회의 재해구호사역은 각개격파식이었다.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구호물품을 들고 너도나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잊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교회의 국제구호사역은 단체의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고, 장기 프로젝트를 세워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긴급구호 활동을 마친 후,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 등은 현지 선교사들과 함께 이재민을 위한 주택재건사업 등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장합동 총회의 학교 재건사업, 기성 총회의 주택 건립사업 등 이재민을 위한 체계적인 사역을 펼쳤다.
안타깝게도 필리핀은 최근 또 태풍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한국 교회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구호사역이 필요하다.
‘성경 대신 이념’ 함께 울지 못한 교회
세월호 참사 두얼굴
10월 광화문 광장,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사이로 한국 교회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이 보였다. 한쪽은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에 나선 목회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은 “이제 그만하라”고 외치는 목회자가 있었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망언을 일삼아 유가족들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한국 교회 내 보수와 진보가 의견 충돌하는 경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도 교회가 두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많은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해서, 성경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아울러 이데올로기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취향대로 성경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더 큰 문제로 지적받았다.
국민이 애통해하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벌인 일부 목회자와 기독교인의 몰지각한 행동은 그대로 한국 교회의 위상추락으로 이어졌다.
이단·사이비 만행 공개, 경고등 켜졌다
이단·사이비 경각심
이단본색이 드러났다. 이단·사이비의 만행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가 이단·사이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한국 교회의 끊임없는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한국 사회가 이단·사이비를 향해 경고등을 켠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이다.
구원파가 무리한 개조와 화물 과적 문제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지면서, 이단·사이비 특히 구원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급증했다. 또 오대양 사건으로 대표되는 구원파의 과거행적과 사기행각이 전파를 타고 낱낱이 드러났다. 유병언 이슈가 한국 사회에 이단·사이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구원파 계열의 또 다른 교주 박옥수의 만행도 일반신문에 도배됐다. 박옥수는 가짜 암치료제 또별 사기사건으로 신도들 돈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받고 있다. 아울러 박옥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배후에 현직 국회의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신천지도 빠질 수 없다. 신천지는 지난 9월 세계평화를 운운하며 종교대통합만국회의를 서울 전역에서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행사에 대항하여 열린 반대 시위로 신천지의 실체가 폭넓게 알려졌고, 교주 이만희가 지도부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할 정도로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숨겨왔던 이단의 실체가 일반 언론을 통해 명명백백 드러난 한 해였다. 그동안 이단·사이비 투쟁에 노력했던 한국 교회 이단전문가들이 이 과정에서 맹활약했다. 이러한 호기를 맞아 한국 교회는 이단 척결에 보다 강력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단과 접촉하는 목회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이단옹호 언론 배격을 통해, 교회에 혼란을 야기하는 사태를 막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무분별 유언비어 확대·재생산 책임 크다
SNS에 움직인 교회
한국 교회의 여론은 카톡과 밴드가 주도하는가. 국방부까지 나선 땅굴설, 12월 전쟁설, 동성애와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 등. 그리스도인들은 이 유언비어들을 카카오톡과 밴드 등 SNS로 공유했고, 사실인 것처럼 생각했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유언비어에 교회와 성도들이 뒤집어졌다. 교회가 SNS를 진정한 소통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또 다른 정크문화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는 SNS로 퍼지는 유언비어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학자들은 교회가 SNS의 정크문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교회가 중심을 잡고 건전한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강조, 복음주의단체 주도
기독교사회운동 판도
한국 기독교 사회운동의 주체가 바뀌는가.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의 대명사인 교회협이 주춤한 가운데, 로잔언약 이후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복음주의권 단체들이 기독교 사회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응방식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교회협은 총무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 활동에 힘든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교회협은 공공성 문제가 대두된 총무선거의 여파로 회원교단 간의 갈등마저 나타났다.
반면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이하 복교연)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윤실 성서한국 새벽이슬 등 복음주의권 단체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을 꾸려,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 및 행진 대열에 적극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복음주의권 기독교 단체들의 사회운동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셈이다. 복음주의권 단체의 연합체격인 복교연은 지난 4월 창립한 이래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되찾고자 사회선교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신생단체가 보수와 진보 교회 및 인사들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신앙이 보수적이면 사회선교에 소극적이었고, 사회선교에 적극적이면 신앙이 진보적인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복교연은 보수신앙의 바탕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의 총체적 변혁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리고 창립 원년에 이를 실천했다.
앞으로 복교연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감시하는 한편, 교회개혁 남북통일 경제 사회 생태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현안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한국 교회가 복교연의 운동으로 교집합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안 있는 반대’로 이유 있는 포용해야
동성애 논란 거세져
2014년 동성애가 한국 사회에 거대한 이슈로 자리잡았다. ‘소수자의 인권’으로 무장한 동성애 사안은 유럽과 미국을 넘어 한국 사회에 닥쳤다. 그리고 동성애에 반대하는 한국 교회와 지지하는 단체들의 충돌이 가시화됐다.
올 한해 한국 교회는 1월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수정을 이끌었고, 6월에 서울과 대구 등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반대운동을 벌였다. 또 11월 말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에도 앞장섰다. 결과만 보자면, 한국 교회는 동성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 한국 교회는 동성애자는 물론 ‘동성애=인권’이라고 인식하는 시민과 단체의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성경과 신앙에 따라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고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는 제도의 입법을 막았으니 그에 대한 비판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부 성도들이 도는 넘는 과격한 반대 행동으로 한국 교회 전체가 ‘차별적이고 편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있다.
2014년 한 해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에 ‘동성애 반대’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다원주의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 논란은 나날이 거세질 것이다. 그렇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는 이를 막아설 수 없다. 동성애를 인권이라고 믿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와 원칙, 대안을 분명히 알려나갈 필요가 더욱 커졌다. 그리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동성애자 또한 하나님 안에서 품어야 할 이웃임을 인식하고, 이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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