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올겨울 첫 제설작업
2021년 12월 4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동짓달 초하룻날
오늘은 또다시 기온이 곤두박질을 하여 영하 7도,
뭐 그다지 낮은 온도는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가
된다. 지난해 오늘은 기온이 무려 영하 15도까지
떨어져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바람이 없고 잠잠하다는 것이다. 겨울날에는
바람만 없으면 아무리 기온이 낮다고 해도 우리의
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그리 낮지않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은 않게 된다.
어제는 올겨울 들어 처음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을
했다. 이른 아침 집부근과 아우들 집에 오르내리는
길과 엄마네 집앞까지는 혼자 치웠으나 본격적인
눈치우기는 아내와 함께 시작했다. 둘이서 빗자루
하나씩을 들고 중앙통로를 따라 내려가며 양쪽을
쓸었다. 눈이 많이 내린 건 아니지만 치우지 않고
그냥 놔두면 잘 녹지도 않을 뿐더러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기 때문에 치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드디어 겨울날의 고행이 시작된 것이라고나 할까?
우선 진입로의 눈을 치워놓아야 안심이 된다. 우린
자동차 운행을 자주 하지를 않아 눈을 치우지 않고
그냥 두어도 괜찮지만 택배기사, 우편집배원 또한
이따금씩 오는 전기검침원 같은 분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치워야만 한다. 330m에 이르는 긴
진입로는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기 때문에 눈을
치우지 않으면 통행이 너무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산중턱에 집을 짓고 사는 우리로 인해 다른분들이
애로를 느끼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조금 힘이
들어도 치우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비탈진 진입로의 눈은 넉가래로 치웠다. 이번 눈은
많이 내린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고 빗자루로 쓸긴
약간 버거운 경사가 심한 진입로와 넓은 주차장은
넉가래로 밀고 다니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가벼운
눈이라서 고생스럽지는 않았다. 어떤 원리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리 아스콘 포장된 곳이라 하더라도
건드려놓지 않으면 햇볕이 좋아도 눈이 잘 녹지를
않는다. 그래서 힘이 들더라도 다음을 위해서 눈을
치우게 된다.
거의 한 시간 반 가까이 아내와 함께 눈을 치웠다.
지난해까지는 일을 다니느라 아내가 혼자 힘들게
치웠으나 올겨울은 둘이 함께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치우는 것이 너무 좋다는 아내의
말에 마음이 너무 짠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면
이렇게 좋아할까 싶었다.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하는
것과 둘이서 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둘이서
함께하는 것, 우리 부부가 함께 일할 때 자주 쓰는
말처럼 우린 40년을 함께한 '환상의 복식조' 라서
올겨울 첫 제설작업을 수월하게 거뜬히 해치웠다.
오후에는 보건진료소에 들려서 지난 여름 아내가
참여했던 것과 비슷한 시니어 건강증진 프로젝트
교육을 받았다. 아직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사전에
기초적인 건강체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번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선정하는
것인데 보건진료소장님이 아내를 추천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거나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고
좋은 프로젝트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 것이라는
아내의 각오가 대단하다. 요즘도 매일 한 시간동안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아내를 응원한다.
오는 길 면사무소에 들려 아내의 기초연금 신청을
하고 들어왔다.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은 이제는
노인 대열에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실감이 나지않는다며 시무룩해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