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구속사 강해
노아와 맺은 보존의 언약
제사 제도를 통하여야 하지만 인류는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신분으로 회복되었다.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영혼의 기능이 살아난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가 자유로운 상태에 도달하자 하나님은 인류와 언약을 체결하신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침몰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창 9:11).
이 언약은 하나님께서 스스로 인류를 향해 베푸신 약속이다. 홍수 이전에는 죄 있는 인간의 강포가 심하여 더 이상 그들을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홍수 이후 하나님은 정상한 영혼의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인류를 회복시켜 주시고 그 인격을 대상으로 언약을 맺으신 것이다.
1. 노아와 맺은 언약의 내용
이 약속에 근거하여 이제부터 인류는 홍수로 인해 멸망당할 걱정을 가질 필요 없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9:1)는 말씀에 근거하여 천지창조의 목적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가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새로운 인류가 생존에 대한 염려 없이 적극적으로 새 창조를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충분한 환경과 양식(糧食)을 허락해 주셨다(창 9:1-3). 이미 세상이 강포함으로 말미암아 짐승들마저도 포악해졌을 뿐만 아니라 땅까지도 패괴하여 새 인류는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땅에서 생존에 필요한 양식을 충분히 얻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짐승들이 인류를 함부로 해하지 못하도록 짐승들을 인류의 지배 아래 두신 것이다. 그리고 땅의 소출만으로 양식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양식을 위해 육식(肉食)을 허락해 주셨다. 이처럼 하나님은 새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모든 만반의 준비를 다 해주셨던 것이다.
만일 하나님의 약속을 그들이 믿지 못한다면 자기 스스로 생존의 위협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마치 홍수 이전처럼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뿐이다(눅 17:27). 따라서 홍수 이후에도 하나님을 믿지 못한다면 자기의 생존을 위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안목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 하나님께서 더 이상 홍수로 인류를 멸하시지 않을 것을 신앙한다면 먹고사는 일에 대하여 이미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셨기 때문에(창 9:1-3) 그런 생존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걱정할 것이 아니라 죄로부터 자유함을 입은 자답게 그리고 정상한 영혼의 기능을 회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교제의 대상으로 신분이 회복된 자답게 창조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존재 이유이다. 즉 인간의 본분이다.
바로 그러한 처지에서 하나님의 적극적인 인도와 보호와 위로가 그들에게 주어졌다는 증표로 세우신 것이 무지개였다(창 9:12-13). 따라서 인간의 본분을 수행하기 위해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인류는 비 온 후 구름 사이에 떠 있는 무지개를 바라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존의 기본권을 보장하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생존의 염려는 하나님께 맡겨버리고 자신은 자기가 맡은 바 고유한 존재의 의미를 다하기 위해 항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가 생존의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아직도 죄의 권세 아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거나(육에 속한 사람, 고전 2:14) 혹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속하심으로 우리가 죄로부터 자유함을 입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옛 사람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와 같다(육신에 속한 자, 고전 3:1-3). 우리가 죄로부터 철저하게 자유함을 입었다는 것은 더 이상 죄의 권세나 영향력의 지배를 받지 아니하고 어느 때든지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본분을 추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신령한 사람, 고전 2:15-16). 이것이 죄로부터 자유함을 입은 성도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참 모습이다.
그러한 참 모습에 대하여 “방주에서 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가 몇 명뿐이니 겨우 여덟 명이라 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이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세례라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오직 선한 양심이 하나님을 향하여 찾아가는 것이라”(벧전 3:20하-21)는 베드로 사도의 해석과 같이 선한 양심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아가되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각성하고 그 일을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새 언약에 참여한 사람으로서의 삶의 자태이다.
2. 언약의 유기적 통일성
언약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인간과 맺은 피의 약정이다. 즉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바를 인간이 행하되 하나님은 그 자신이 약속하신 바를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동등한 언약의 당사자로 인정하시고 인격적인 언약을 맺으셨기 때문이다. 노아와 맺은 보존의 언약은 9:1부터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하나님은 먼저 그들에게(노아뿐만 아니라 그 후손들도 포함되고 있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창조언약에서 이미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도 사람이 양식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시되 그 피만은 먹지 말라고 하셨다. 피는 곧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에 피는 하나님께 돌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살인자에 대하여 그 피의 대가를 찾으시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살인자에 대하여 그 피를 흘릴 것이면 그 자도 역시 피를 흘려야 할 것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함부로 피를 흘리지 못하게 함으로서 생명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계획에 근거하고 있다. 그 결과 동물을 죽이더라도 오직 양식을 삼기 위한 것이며 취미로 동물을 죽여서 이 세상에서 멸절시키지 않고 보존하게 하셨다. 특히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생명을 보존하도록 하기 위하여 살인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이러한 규정 가운데서 우리는 거룩한 씨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하는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는 창세기 9:8이하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은 이 언약을 노아와 그 후손들과 나아가 모든 생물들과도 맺으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모든 생물까지도 언약 안에 포함하시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생물들이 보존되지 아니하고서는 결코 인류도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지개 약속은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걷음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니라”(창 8:22)는 말씀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보아 보존의 언약은 창조언약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으며 그 내용에 있어선 아담과 맺은 은혜의 언약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창조언약에서 하나님의 약속은 삼라만상이 변하지 않는 한 하나님의 약속도 변하지 않을 것을 보여준 것처럼 이러한 요소가 여기에서도 언급되고 있다는 것은 언약이 처음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하나님은 아담과 맺은 은혜언약에서도 거룩한 후손(씨)을 통하여 구원을 이루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노아와 맺은 보존의 언약은 바로 여기에 근거하여 거룩한 씨를 보존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가 담겨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하나님의 언약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약속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아서 모든 언약은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섭리의 결실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언약은 처음부터 한가지의 공통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인류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약속인 것이다. 그러나 점차 그 대상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기적인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가리켜 언약의 유기성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창조언약의 내용이나, 은혜언약의 내용이나, 노아와 맺은 보존의 언약이나 전혀 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창조언약에서는 영생을 약속하셨고, 은혜언약에서는 영생을 위해 여자의 후손인 거룩한 씨를 통하여 구원을 이루시겠다고 약속하셨고, 보존의 언약에서는 다시는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하여서 어떻게 그 약속을 이루어 나가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피를 결코 흘리지 못하게 하심으로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거룩한 후손이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표로서 하나님은 무지개를 세워주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언약은 갱신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의 핵심이 바뀌지 않은 갱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