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부재리의 원칙
어제 저녁 교회에 가려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서행을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습
니다.
차를 멈추고 확인을 해보니 왼쪽 뒷바퀴가 펑크가 나 있었습니다.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가자니 바퀴가 상할까봐 염려가
되었고, 걸어가자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긴 하지만 뒷 자석에 이미 노인 두 분이
타고 계셨기에 내려서 걷자고 하기도 뭐해서 아주 저속으로 교회까지 왔습니다.
걸어서 먼저 교회에 온 당신은 펑크 난 바퀴를 대번에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한 마디 하더군요.
“아니, 펑크 난 차를 여기까지 타고 오면 어떻게 해? 바퀴 다 상할 것인데 그 자리
에서 곧바로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았어야지”
당신 말이 옳았기에 난 대꾸도 못하고 우물쭈물 그 순간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속
으로 후회를 했지요.
‘그래 맞아. 지난번에 펑크가 났는데도 카센터까지 끌고 갔다가 결국 타이어를
교환하고 말았지. 또 그렇게 되면 어쩌지?’
나는 밤새 머릿속으로 타이어 값을 계산하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새벽 당신은 푹 꺼진 타이어를 요리저리 살펴보며 다시 비수 같은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타이어 다시 교체해야 되잖아. 지난번에도 그랬으면서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당신의 그 날카로운 비수는 내 속을 마구 후비는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젯밤에
도 당신은 분명 나의 잘못을 지적했고 나는 나의 과오를 시인하였으며 밤새 후회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른 새벽에 또 그 이야기를 듣게 되니 심히 괴로웠습니다.
나는 죄인인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혹시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고 알아요?”
내 말뜻을 바로 알아챈 당신은 껄껄 웃더니 말했습니다.
“푹 가라앉은 타이어를 보니 다시 화가 올라오잖아.”
“그래도 그렇지요. 법정에서도 한번 다룬 죄는 또 다시 묻지 않는데 타이어 좀 상
했다고 그러면 어떡해요? 당신 설마 타이어를 아내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나는 긴급서비스를 호출했습니다. 20분 정도 지나자 렉카
가 도착했습니다.
기사는 바퀴의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금방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바퀴에 커다란
못이 박혀 바람이 빠졌던 것입니다. 어제 공사장 근처에 혼자 사는 할머니 댁에
다녀왔는데 그때 못이 박힌 모양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런 것은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고 펑크 난 곳만 때웠다는 점입니다.
여보,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꼭 지켜주세요.”
(2007년 10월)
-황 경 연 -
|
첫댓글 작은것에서 마음이 상하죠...그래도 다행이네요.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뻠므님 오셨네요. 반가워요~~ 사모님! 자작글 고마워요~~고생 많았네요. 일사부재리 원칙 정말 잊지말아야지요~~ 잊어버려서 저도 자녀들에게 실수 하는 적이 있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샬롬*^^*
저도 며칠전 주유하다가 , 주유소 직원이 못이 박혀 있다고 알려 주었어요. 저도 씩씩하게 그날 끌고 다니다가 다음날 가서 타이어 수리했답니다. ㅎㅎ 항상 안전운전하시기를 ...ㅎㅎ 우리는 운전은 아주 잘하는데...수리는 약해요. 여자라서 그런가요? 아님 차량에 대하서 몰라서 그럴거예요.ㅎㅎ
그래도 사모님 말한마디에 금방 알아차린 목사님... 교체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더욱 감사하네요. 요즘 병원 들락 거리느라 마음이 심란해 자주 찾지 못했네요. 며칠있어야 어찌해야되는지 결정 되어지기에 자주 찾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항상 관심 가지고 들어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