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 댔고 커튼 틈 사이로는 아침 햇살은 커녕 어제 밤부터 내린 비가 지겹게도 내리고 있는 아침이었다 출근 때문에 얼른 일어나야 함에도 어제의 숙취 때문인지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연하 였다 알람을 억지로 끄고 훽 돌아누운 연하는 곧 다시 울리는 알람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 앉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놀란 연하가 헐레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가다가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팍 꼬꾸라져 넘어지고 말았다 '악... 뭐야... 아.. 아파” 연하가 일어나서 봤더니 양이의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것이었다 '야~아옹” 연하가 넘어지는 소리에 양이도 미안한 건지 아님 자기 장난감을 밟아서 기분 나쁘다는 건지 와서 울어댔다 '미안해.. 양이야 너 물건인지 언니가 못 봤어.. 미안” 아픈 무릎을 몇번 문질러댄 후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급하게 세수하고 준비 하기 시작했다 거울을 들여다 본 연하는 휴우 하고 한숨이 나왔다 89kg의 몸무게...아무리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는 몸무게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잦은 음주와 폭식으로 점점 더 살이찌고 있었고 외모를 가꾼다고 해도 나쁜 시력 때문에 두꺼운 뿔테 안경까지 쓴 연하는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어딜 가나 당당하지 못하고 항상 주눅들어 있어서 회사에선 과장님에게 늘 깨지기 일쑤라 매일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 나름 출근전쟁을 벌이고 있는 연하였다
'꼬르륵” 시계는 이미 8시를 향해 가고 있어서 씨리얼도 먹지 못하고 옷을 갈아 입고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기 위해 거울을 보았다 긴 머리에 리본삔 하나 찔러 올리고는 뿔테 안경을 썼다 고르고 골라 입은 원피스는 튀어 나온 아랫배 때문에 폼 나지 않았고 그걸 가리기 위해 하얀 가디건을 걸쳐 입었다 검은 구두를 신으려고 구두를 신발장에서 꺼내 발을 넣자 발이 부었는지 꽉 끼었다 '어제만 해도 잘 맞은 신발이 윽.. 왜 이래?” 신발을 신기 위해 낑낑거리며 엎드려 있자 허리가 아파 곧바로 일어났는데 숨이 차는지 헉헉 거렸다 '늦겠다 얼른 가야지...” 맞지도 않는 구두를 신고는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만원 사례인 지하철에 겨우 올라타 콩나물 시루에 콩나물처럼 낑겨서 강남역 지하철역에 내려 지하철역을 나서는데 밖에 비가오는 걸 알면서도 놓고 나온 우산 때문에 결국 비를 맞으며 회사로 뛰었다 얼마쯤 뛰었을까.. 구두가 불편한 지 발이 아파왔고 불편한 발 때문인 건지 내리는 비에 안경이 빗물에 가려져서 인지 마주 오던 자전거를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연하는 가방이 떨어져 가방안에 있는 물건들이 바닥에 흩어져 버렸고 쓰고 있던 안경 마저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앞이 보이지 않아 여기 저기 헤메고 있을 때 자전거에 타고 있던 남자가 넘어진 몸을 일으켰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이 씨.. 진짜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녀 이 여자야~ 뚱뚱하고 둔하면 앞이라도 잘 보고 다니던가 젠장.. 재수 없어서 진짜..” 연하는 그 말에 울컥 서럽게 짜증이 몰려와 눈물이 났고 앞이 보이지 않아 비 홀딱 맞고 주저 앉아 있는 자기 자신이 바보 같아 서러웠다 얼마쯤 그러고 있었을까..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게 비를 맞고 있던 그때 갑자기 머리 위로 한 우산 하나가 씌워졌다 '저기 괜찮아요?” 갑자기 씌워진 우산에 놀란 연하가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웬 잘 생긴 멋진 남자가 씌워주는 우산에 그저 하염없이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 누구세요?” '그냥 지나가다가 우산이 필요하신 거 같아서요 보시다시피 비가 마니 오잖아요”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안.. 안경이 없어 앞이 잘 안 보여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남자가 알겠다는 듯이 물건을 같이 주워 주었다 '고마워요.. 근데 지금 몇시에요?” 연하의 말에 남자가 시계를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9시가 되어 가네요 아.. 저도 첫출근이라...” '아.. 죄송해요 저도 늦어서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먼저 가 볼게요...”
연하가 먼저 가겠다고 빗속을 뚫고 가는데 넘어져서 인지 구두가 불편한 건지 절뚝거렸다 남자는 웬지 여자가 불안해 보였지만 상관 없다는 듯 돌아서려다 바닥에 떨어진 USB를 보고 집어 들고는 연하에게 다가갔지만 연하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괜찮아요 저 늦어서 그만 가 볼게요...”
절뚝거리는 모습이 제대로 비 맞고 갈 수나 있을 까 걱정 돼 보였지만 내 알바 아니고 생전 누굴 도와주는 자신이 아닌데 오늘은 무슨 맘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자전거의 그 남자의 태도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매너 없는 행동인지... 그나 저나 이 USB 중요한 거 아닌가? 이런 거도 이리 흘리고 다니는 거 보면 참 천방지축인 거 같아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식 하고 흘러 나왔다
헐레벌떡 회사로 온 연하는 이미 비에 옷이 다 젖어 있었고 다리도 발도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다른 직원들도 놀라는 눈치였고 김과장님의 호통이 바로 들려 왔다 '서연하씨... 지금 도대체 몇시야? 어떻게 허구언날 지각이야?” '죄.. 죄송합니다..” 김과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리고 회사 출근하는 그 꼴이 뭐야? 어떻게 그러고 와?”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와서....” '아니 어제 밤 부터 비가 그리 왔는데 우산을 안 가지고 오는 사람이 어딨어?” 과장의 말에 직원들이 킬킬 거리며 웃었고 연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회의 해야 되니까 어제 만들라는 거래처 관련 조사자료 PPT 할거 회의자료 뽑아가지고 회의실에 깔아놔..” 연하가 네 하고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 돌아와 USB를 가방에서 막 찾고 있을때 웬 남자가 회의실에서 나왔고 과장이 다들 주목하라며 직원들을 불렀다 '자 오늘부터 여기 첫 출근 하게 된 윤지후 대리입니다 자.. 다들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자리에서 USB를 찾던 연하는 가방에서 USB가 보이지 않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방과 책상 서랍을 다 뒤지기 시작했다 '서연하씨.. 자료 다 출력했어?” 아직도 자리에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자 김과장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아직도 거기서 뭐해? 뭐하냐고? 서연하씨!”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머뭇 대답을 못하자 과장의 얼굴이 울그락 붉으락 변하기 시작했다 '저기 USB가 가방에 없어서요...” '뭐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출근하면서 잃어버렸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중요한 자료를 왜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녀?” 연하는 어찌 할 줄 몰라하며 주저주저 대답했다 '어제 다 못해서 집에 가서 하려고 가져 갔다 다 해서 가져왔는데.. 요..” '그게 변명이야? 지금? 아니 둔하면 눈치라도 있던가.. 이건 도대체 뭐 약에 쓸래도 쓸데가 없어... 그리고 중요한 회사 자료를 그리 흘리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어? 진짜 잘리고 싶어? 김연지씨!!” 김과장이 부르자 연지가 네 하고 대답했다 '김연지씨.. 거래처 조사 자료 가지고 있지?” '네..” '한 시간안에 자료 만들어서 가지고 와...”
과장의 말에 김 연지는 한심하다는 듯 연하를 바라보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에휴.. 내 일거리만 늘어 났네 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후는 아까 지하철 역 앞에서 마주친 연하가 기억났고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지후가 연하에게 다가왔고 가만히 팔을 뻗어 USB를 건네 주었다 '혹시 이거에요? 찾는 게?” 연하가 놀라며 일어났고 어리둥절해 하며 지후를 바라보았다 '뭐.. 뭐에요?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고 그 USB는 왜 당신이 가지고 있어요?” '이거 자료 출력하면 됩니까?” 능숙하게 자리에 앉아 자료를 출력해서 회의 자료를 만들어 과장에게 전달하자 김과장이 놀라며 말했다 '아니 첫 출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걸?” '그게 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연하가 지후에게 다가와 화를 내며 말했다 '윤지후 대리님! 잠깐 저랑 이야기 좀 하시죠?” 연하가 휴게실로 와서 앉았고 잠시 후에 지후가 다가와 말했다 '뭡니까? 왜 화는 냅니까? 도와 준 사람한테...” '도와줬다고요? 참 내...” 연하가 참을 수 없다는 듯 흥분하며 말했다 '대리님 때문에 제가 과장님한테 깨졌잖아요...” 어이가 없다는 듯 지후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우산 씌워 주고 도와줬더니 이러는 겁니까? USB 하나 챙기지도 못하면서...” '뭐에요?” 연하가 씩씩거리며 지후를 째려보았다 '그거 가지고 와서 자료 출력해서 줬더니 왜 화를 냅니까?” '진작에 저를 줬으면 과장님한테 혼날 일도 없잖아요...” 지후도 얼굴이 벌개져서 말했다 '이봐요.. 서연하씨” 갑자기 낮아진 그의 음성에 놀라 연하는 동그래진 눈으로 지후를 바라보았다 '네.. 왜요?” '왜 그리 주눅들어 그래요? 자신의 일도 처리 못할 만큼?” 지후의 말에 연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묵묵히 지후의 말을 들었다 '좀 당당해 져 봐요...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당신만 모르는 거 같아...”
지후의 말에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댔고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 '이 남자 뭐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이 느낌은.....’
첫댓글 두근두근 사내연애 둥근둥근대며 1화 시작합니다
잘봤습니다 ㅎㅎ 앞으로 기대되네요
두사람이 어떻게 얽힐지
감사합니다 얼른 써서 2화 올리겠습니다~^^
아 하 지후는 전부터 멀리서 연하를 지켜보고 있었단 이야기가 되는건가요 ㅎㅎ
새로운 연재 감사합니다
ㅎㅎ 그건 아니구요 처음 본 순간부터 주눅 들어 보이고 당당해 보이지 않는 연하에게 격려를 해줬다랄까요~
@미소천사후니 아 네 젊은이들의 마음은 어디로 돌진할지 모르니까요
은근히 두사람의 러브스토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것 같아서요 ㅎㅎ
@t산머루 ㅎㅎ 맞아요 전혀 끌릴 거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어떻게 얽히게 될지~ 차갑고 까칠한 지후가 순진하면서도 엉뚱발랄한 연하랑~^^
정주행시작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