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무역흑자 상대국이던 中, 5년만에 최대 적자국 역전
올해 1, 2월 對中 무역적자 6조원
中, 내수-서비스 자급 능력 향상
韓 중간재 수입 보완관계 약화돼
“올 무역적자 410억달러 이를수도”
2018년 한국 최대의 무역 흑자 상대국이었던 중국이 올해 들어서는 최대 무역 적자를 내는 국가로 뒤바뀌었다. 5년 만에 완전히 위상이 역전된 것이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 하락이 한국으로서는 대중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올해 연간 수출액이 전년 대비 8%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최근 수출 부진 요인 진단과 대응 방향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무역협회는 올해 1, 2월 대(對)중국 무역적자 누적액이 50억7310만 달러(약 6조595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원자재와 석유를 주로 수입하는 호주(48억1502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6억6890만 달러)를 제치고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적자는 4번째로 많은 35억2833만 달러였다.
한국은 2018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556억3600만 달러(약 72조3268억 원) 흑자를 냈다. 전 세계 국가 중 중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대중국 흑자 규모는 2019년 2위, 2020년 및 2021년 3위로 점차 떨어지더니 지난해 22위(12억1300만 달러)로 추락했다. 급기야 올해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적자를 낸 건 1992년(10억7000만 달러)이 마지막이다.
대중 수출 부진 원인으로는 단기적으론 중국 경제의 침체가 꼽힌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0%에 그쳤다.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원까지 포함한 수입 증가율은 1.1%였다. 더 큰 문제는 한중 간 수출 상관관계가 약화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중국의 수출 자급도를 분석한 결과 배터리 등이 포함된 화학제품을 포함해 플라스틱, 고무, 기계류의 자급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수입 둔화는 내수와 서비스 중심 성장, 생산 자급 능력 향상이 원인”이라며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상호 보완관계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또 지난해부터 생명과학, 광학 등 하이테크 교역에서도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만성 적자 산업이던 자동차 부문에서도 세계 2위 수출국에 오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기술 개발과 성장을 통해 한국 등 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산 이차전지 원료와 배터리 중간재 등의 수입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차전지 원료가 포함된 정밀화학원료(―18억4900만 달러)와 건전지·축전지(―13억7800만 달러)가 적자 규모 1,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무역구조 재편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 인접 국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1, 2월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12.0%, 대만과 일본은 각각 ―19.2%, ―8.2%였다. 미국과 독일의 올해 1월 수출액이 작년보다 각각 12.2%, 7.4%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 부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한 43억2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올해 1∼3월 12.8%에 그치며 2016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15% 미만에 머물고 있다.
무역협회는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최대 8.7%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472억 달러) 수준에 맞먹는 41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 등으로 수출 동력이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