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는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지후의 말을 계속 되뇌이며 설레이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빠져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매력적이라고? 내가? 그동안 그 누구도 나에게 그 어떤 격려의 말도 매력적이라는 말은 더더욱 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갑자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불을 키고 전신거울에 자신을 비쳐 보았다 '내가 어디가 매력적이라는 거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 그동안 자신이 너무 이런 자괴감에 빠져 산 건 아닐지… 지후의 말을 되뇌이며 많은 생각에 잠기는 밤이었다 '그 남자 도대체 뭘까?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내 인생에 뛰어든 그 남자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행복한 상상으로 연하는 설레이는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출근 준비를 하던 연하는 다른날보다 더 옷을 고르느라 분주했고 머리 단장을 하고 화장까지 곱게 하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가 매력적이라니 나의 매력을 보여줘야지.. 헤헤’ 한뜻 들떠서 출근한 연하는 이미 일찍 출근해 있는 다른 사원들과 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고 바로 앞 자리에 앉은 지후를 보며 한층 밝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윤대리님” 연하가 인사하자 인사를 받는 듯 마는 듯 대충 눈도 마주치지 않은 인사를 하는 지후를 보자 연하는 괜히 시큰둥해졌고 계속 지후를 힐끔거렸다 지후는 자신을 계속 힐끔거리는 연하를 보자 신경이 쓰이는지 연하를 바라보았고 지후가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연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지후가 차갑게 말했다 '뭐하는 겁니까?” '뭐.. 뭘요?” '저한테 할 말 있습니까? 왜 자꾸 힐끔거립니까?” 지후의 말에 연하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었다 '누가 힐끔거렸다 그래요? 참 이상하시네요 윤대리님! 흠흠.. 저 자료실 좀 다녀 올게요” 연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훽 나가버리자 옆 자리에 연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뭐에요? 두 사람.. 습.. 수상한데...” '연지씨 수상하긴 뭐가 수상합니까? 일이나 하세요!” 지후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연지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진짜..!”
지루한 업무시간이 계속 되고 다들 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과장이 소리쳤다 '윤대리하고 김대리 사업계획안들 짜고 있지? 거래처 관련 계약 성사도 있고 하니 좋은 아이템들 좀 짜서 올려봐.. 자 이제 점심시간이네.. 참 윤대리 같이 가서 해장국이나 먹읍시다” 김과장의 말에 지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쩌죠? 전 선약이 있습니다”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자 다들 점심 맛있게들 먹고...”
과장이 사무실을 나서자 연지가 향미에게 말했다 '오늘 뭐 먹을래?” '글쎄.. 음 요 앞에 맛있는 돈가스집 생겼데 그거나 먹으러 갈래?” '그럴까?” 연지와 향미가 웃으며 나갔고 사무실엔 어느새 지후와 연지만이 남았다 다들 밥 먹으러 가는데 의자에 자석이라도 붙은 듯 꼼짝않고 앉아 있는 연하를 보며 지후가 물었다 '밥 먹으러 안 갑니까?” '네.. 전 여기서 이거나 먹으려구요” 연하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우유를 꺼냈다 '왜 여직원들이랑 식사 같이 안 갑니까?” 지후의 말에 괜히 심통난 연하가 쌀쌀맞게 말했다 '그냥 혼자 먹고 싶어서요 됐어요? 흥! 얼른 식사나 가세요!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쌀쌀맞은 연하의 말에 지후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휙 하고 바람을 일으키며 지후까지 나가버리자 괜히 쓸쓸한 마음이 확 들어와 서러워져 눈물이 찔끔 났다 '그래 다 가라 가!!~~ 혼자 먹는 밥이 원래 맛있는 거다 뭐..쳇!” 연하가 어그적 삼각김밥을 베어 물며 말했다
그렇게 10여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지후가 어느새 연하의 뒤로 와서는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집어들며 말했다 '흠.. 이거 많으니 좀 나눠 먹읍시다 가져가도 되죠?” 놀란 연하가 지후에게 말했다 '뭐.. 뭐에요? 깜짝이야.. 소리도 없이 진짜 놀랬네... 대리님 뭐에요? 약속있으시다고 했잖아요” '그 약속 취소 됐어요... 나도 같이 먹을 사람 없고 혼자 먹을려고요 내 자리에서... 이렇게...” 그 말에 금새 기분 좋아진 연하가 기분좋은 눈흘김으로 지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뭐에요? 제 밥은 왜 가져가요 대리님?” '그렇게 많이 갔다 놓고 드시면서 저 좀 주면 안됩니까?” 지후가 일어나 만원짜리 한장을 연하 책상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됐죠? 밥값입니다” 다시 자리에 돌아가 묵묵히 밥을 먹는 지후를 보며 연하는 쳇 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점심시간 끝나기 20분 전 지후가 커피나 마셔야 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하도 그제서야 딱 붙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 커피점으로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서자 연하도 따라 섰고 엘레베이터에 같이 탑승했다 '어디갑니까?” '저도 커피 마시러요” '........... 흠흠”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연하가 성큼성큼 먼저 걸어가 커피 두잔을 주문했고 뒤 이어 주문하려는 지후 앞에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밀었다 '뭐하는 겁니까?” '제가 커피 살게요... 자 드세요!” 지후가 다시 연하에게 커피를 밀면서 말했다 '됐어요... 제가 사 먹을거에요..” '이미 두잔 시켰어요 드시라구요!” 연하가 다시 지후에게 커피를 밀었고 그 커피를 연하에게 다시 밀며 말했다 '과잉 친절은 사절입니다 그러니 두잔 다 연하씨 드세요!” 얼굴이 이내 울그락 붉그락 변한 연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커피를 지후에게 밀며 소리쳤다 '그냥 좀 드시면 안돼요?”
잠시 5초의 정적이 흐르고 지후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앗 뜨거워!” 놀라서 눈을 뜬 연하가 지후를 바라보자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쏟아져 지후의 와이셔츠가 커피로 물들고 말았다 '앗 뜨거워...” 지후가 얼굴이 벌개져서 소리쳤다 '도대체 뭐하는 겁니까? 서연하씨!” '어머 어머! 죄송해요 어떻해요!!” 연하가 손수건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지후의 상체를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당황한 얼굴로 지후가 어찌 할 줄 몰라하며 소리쳤다 '서 연하씨! 어딜 만집니까? 헛” '아뇨.. 커피가 묻어서 닦아 드리잖아요 죄송해요!” 지후가 연하의 두 팔을 손으로 잡았고 그 바람에 두 사람의 거리가 금새 가까워졌다 '됐다구요 서 연하씨!” 놀란 지후가 엉겁결에 잡은 연하의 두 팔을 훽 놓아 버렸고 어색한지 지후가 큼큼거렸다 지후의 행동에 놀란 연하도 괜히 새침한 척 떽떽거렸다 '그러니까 드시라고 할때 커피를 받으시면 좋았잖아요? 그랬으면 안 그랬잖아요?” '뭐라구요? 참 내 어이가 없어서.. 진짜..” '뭐요? 어이가 없어요?”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는 서로를 노려 보았다 '저는요 어제 괜히 도와준 대리님한테 좀 심하게 말한 게 걸려서 커피 한잔 사드리려고 한 것 뿐이거든요 뭐야.. 사람 성의를 무시하는 거도 아니고...” '됐으니까 그 성의 받은 걸로 칩시다 됐죠?” 지후가 커피숍을 바람을 휙 일으키며 나가버렸고 지후의 행동에 짜증이 난 연하도 따라서 성큼성큼 커피숍을 나왔다
지후는 화장실로 가서 와이셔츠에 묻은 커피얼룩을 지우려고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고 그 바람에 성질이 잔뜩 났다 깔끔하기로 소문난 자신이 이런 모습으로 사무실에 들어가야 하다니... 연하의 행동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야 저 여자..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그리고 나는 왜 저 여자가 저러는 게 계속 신경 쓰이는 거지?’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혼자 되뇌이며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지후가 그런 모습으로 사무실로 들어오자 연지와 향미가 물었다 '윤 대리님 옷이 왜 그래요? 뭔 일 있었어요?” '아니에요.. 묻지 말아요!” 그러자 향미와 연지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지후가 연하를 팍 노려 보자 연하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지후를 쏘아 보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연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두 사람.. 이상한데? 대리님 옷도 그렇고...’
첫댓글 티격태격하면서 없던감정도 생긴다는데 아마 이둘도 그럴것같은 생각이드네요 ㅎㅎ
그렇죠~ 둘 사이가 어떻게 급진전 될지 기대해 주세요~^^
재미있네요 잘봤습니다 ㅎㅎ 연하도 좋게 말하면 될것을 ㅎ
ㅎㅎ 아마도 좋아하는 마음 들킬까 더 틱틱거리는 거 아닐까요?
지후♡연하 잘되었음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