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신부는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에 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하고 있다. 그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12시간동안 휴게소 광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며 빗자루질을 한다.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에 나와 본 거예요. 난 이런 일을 해서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위 ‘빽’을 경험했다. 농공단지에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갔는데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힘을 써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었다. 그는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그만두려고 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받았는데 허리 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대
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 건 견딜 만 했다. 나이가 많은데도 천한 일을 한다고 무시당할 때가
어려웠다. ㅂ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 시간에 늦지 않게 새벽에 나오다보면 아침식사를 못할 때도 있다. 일하다 보면 배고프고 지쳐서 도저히 일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기도 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에 120만원 받았다. 이번엔 기자가 “신부님이 평범한 50대 중반 가장이라면 그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어요?”하고 물었다. 그는 “신자들은 그런데도 헌금에 교무금에 건축기금까지 낸다”며 “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들이 허리 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가 온종일 사람들 앞에서 허리 굽혀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퇴근하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식사하고 곧바로 곯아떨어진다”며 “본당에 돌아가면 그처럼 피곤하게 한 주일을 보내고 주일
미사에 온 신자들에게 평화와 휴식 같은 강론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난 오늘 여기 그만 두면 안도의 한숨을 쉬겠죠.
하지만 이곳이 생계 터전인 미화원들에 비하면 한 달 동안의 경험은 사치라며 말끝을 흐리면서 일터로 뛰어갔다. 그동안 자리를 비운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미화반장한테 한소리 들었을지도 모른다.
몸을 깊숙이 숙인 채 고속도로 휴게소를 청소하는 ㅂ신부. 그에게 빗자루질은 사제생활 27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젖어든 온실생활 같은
편안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려는 기도인지도 모른다.
<안승길 신부 / 원주교구 부론성당>
첫댓글 신부님의 선택에 머리가 숙여집니다.자신의 직접경험이 살아있는 선생님이자 주님이신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에 나와 본 거예요. 난 이런 일을 해서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이른 아침 의미있는글에 머물다갑니다 감사합니다....^^
어?! 왜 자꾸 눈물이 날까요. 고맙습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