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카드를 B은행 계좌로 결제해온 회사원 이모(37)씨는 얼마 전 신용카드 대금 240만원을 하루 연체했는데도 이틀치 이자를 물었다.
결제일인 24일을 깜빡 넘긴 이씨는 연 28%의 고금리 연체이자가 걱정돼 다음날 아침 곧바로 통장에 돈을 넣었다. 그러나 결제 대금은 하루가 지난 26일에야 빠져나갔다. 이틀치 연체이자 3682원과 함께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씨가 A은행 카드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카드 발급 은행과 결제계좌가 있는 은행이 다를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체됐을 때 다른 은행에 있는 결제계좌에 대해선 이틀마다 한번씩 잔액을 조회해 대금을 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28일 은행계 카드사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은행에 결제계좌를 두지 않고 있는 고객들은 통상적인 경우보다 연체이자를 더 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고객의 타행 계좌 잔액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부담을 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부분 은행계 카드사가 금융결제원의 타행계좌 잔액조회서비스(CMS)를 통해 연체 고객의 계좌 잔액을 파악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CMS는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에 있는 고객 계좌의 잔액 확인과 대금 지급을 요청하면 금융결제원이 이를 확인해 다음날 돈을 송금해주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 이틀이 걸린다는 이유로 은행계 카드사들은 결제일이 지나면 짝수 날마다 고객 계좌의 잔액을 확인하고 있다. 연체 뒤 홀수일에 돈을 넣은 고객들은 하루치 이자를 더 물게 된다.
주말이 끼면 카드 대금을 하루 연체하고 사흘치 연체이자를 무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목요일이 결제일인데 금요일에 돈을 넣었을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엔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이유로 카드사들이 월요일에야 대금을 빼내가기 때문이다. 주말 이틀치 이자까지 고스란히 고객 부담이 된다.
신용카드 중 LG.삼성.현대.롯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은행이 직접, 또는 계열사를 통해 발행하는 은행계 카드다. 이 중 이씨처럼 타행계좌로 카드대금을 결제하는 고객은 은행별로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CMS를 이용하는 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날마다 잔액을 조회할 경우 대금이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상태에서 다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 이틀에 한번씩 조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카드사업 담당자는 "고객이 항의할 경우 추가로 부담한 이자는 되돌려주고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만으론 한계가 있어 지지부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