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보셨나요?
이연종 라파엘 / 연세 우일치과 병원 원장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신자들은 절대로 타종교와 타종교 신자들을 비방하지 마십시오.”
이 말씀은 결혼 전
아내를 따라 처음 성당에 왔을 때, 故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하신 강론 말씀이었습니다. 그때까지 타종교 지도자들한테서는 들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그 다음 주부터 바로
일주일에 세 번, 3개월간 교리를 하고 찰고를 받은 후, 부활절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받는 날에 시골에서 어머니가 오셔서 같이 미사를 드리던 중에 몸이 불편하시다면서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세례예식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이제 절에 가서 네 이름을 떼어내야겠다. 그런데 성당예식이 절하고 비슷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서운한 기색을 보이시면서도 떠나 보내야겠다 하는 모습이셨지요.
그때 어머니는 일 년에 몇 번 정갈한 옷차림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산골의 조그마한 절에 예불하러 다니시곤 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은 후 결혼해서
수없이 이사를 하면서도 교적만은 열심히 챙겼습니다. 또 자녀를 낳고 유아세례는 각지에서 꼭 받게 했습니다.
큰딸은 서울 남가좌동 성당, 둘째 딸은 전라도 광주 월산동, 아들은 경기도 파주 광탄 전진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게 했지요.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주일을 간신히
지키거나, 가끔 주일을 궐하는 신앙생활이 확신 없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10여 년이 지나 경기도 포천 일동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힘겹게 지내고 계셨습니다. 엄동설한의 1월, 밤늦게 어머니께서는 고통으로 괴로워하시며 신부님을 모셔와 “무엇이나를 해달라”고 청하셨습니다. “너희만 성당에 나가면 되겠느냐.”하시며 간청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늦은 밤에 군종신부님께 연락하였더니, 어려운 발걸음으로 오셔서 대세와 병자성사를
주셨습니다. 그 후 2시간 정도 혼수상태로 이어지더니,
이틀 후 고향으로 이송하는 중에 제 품에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불자였던 어머니가
신부님을 청하고 하느님께 가는 길을 찾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나’가 ‘하느님께 가는 길’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나는 진실한 주님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예리코에서 눈먼 이를 고치십니다.(마르10,46-52)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가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사람들이 그를 꾸짖었지만, 재차 외칩니다. 바르티매오는 보지 못하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예수님을 직접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왜 하느님의
현존과 기적을 눈으로 확인하려고 합니까? 불자였던 어머니와 눈먼 바르티매오는 하느님의 존재를 굳게 믿었는데
과연 나는 어떠한가. 일상의 작은 일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는 믿음의 눈으로, 우리가 아닌 하느님을 보며 살게 하소서.
--2016년 1월 3일자 서울주보에서서 전재--
천안에서 연세 우일 치과 병원 원장으로 의술을 펼치고 있는 이연종의 글을 요 먀칠 사이에 두 건이나 접하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한 건은 가톨릭 다이제스트라는 잡지, 한 건은 가톨릭
서울교구에서 매주 발행하는 서울주보에 게재된 윗글입니다. 바쁜 치과의사 생활에서 어렵게 틈을 내어 러시아
변방, 한국 도서지역 등을 돌며 무료 진료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소식을 매스콤을 통해 전해 듣고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는 봉사라는 말씀을 열심히 실천하며 사는 자랑스러운 친구의 글을 이렇게 올리게 되어 기쁩니다.
올린 글이 신앙글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랑스러운 동문의 동정을 알리는 글 정도로 생각해주시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시 타종교를 믿는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형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