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7년도부터 총액인건비제를 전격 시행하기 위하여 관련법령 개정을 마쳤으며 2.22일에는 대통령 주재로 『총액인건비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국정과제회의를 개최하였다. 정부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총액인건비제도는 참여정부 핵심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는 총액인건비제도 를 통하여 조직, 인사, 보수 등 인적자원 관리권한을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여 지방분권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준비의 부실과 총액인건비제도와 연관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진행된 총액인건비 및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개요 및 추진방향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면,
□ 총액인건비 제도의 주요 골자는 예산당국이 각 부처별 인건비예산의 총액만을 관리하고, 각 부처는 동 인건비 한도내에서 인력의 규모와 종류의 결정, 기구의 설치 및 인건비 배분의 자율성을 보유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 제도설계의 기본 방향은
○ 조직․정원관리 측면에서 자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총정원 및 포괄적 정원관리 기준 범위 내에서 신축적인 인력 조정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 인사관리 측면에서는 부처 자율적 채용권 확대와 함께 이에 따른 각종 협의사항을 축소․폐지하고,
○ 보수관리 측면에서는 성과관리와 연계, 각 부처별 보수수준 및 보수체계의 차별화를 용인하며,
○ 예산관리 측면에서는 총액인건비 범위내 잉여인건비 사용에 대한 부처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 보수관리 측면의 자율성
내 역
향후 관리 방향
기본 항목
․봉급, 기말․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가계지원비, 가족수당, 육아휴직수당 등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종합관리
※연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통일적 기준 제시 필요
성과 항목
․성과상여금, 초과근무 수당, 특수업무 수당, 위험근무 수당 등
․부처가 자율적으로 지급 대상․요건 결정
업무수행
지원항목
․직급보조비, 월정직책급, 각종 보수성 경비와 활동비
․팀제 활성화를 위해 부처에 자율성 부여
복지 항목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연가보상비, 맞춤형 복지제도 운영 예산 등
․시범실시 후 제도 보완하여 자율권 부여
- 수당 신설, 폐지, 통합도 자율 결정
※ 시범실시 단계 : “성과향상 항목 + 업무수행지원 항목”까지 자율성 부여
본격실시 단계 : “성과향상 항목 + 업무수행지원 항목 + 복지항목”까지 자율성 부여
□ 예산관리 측면의 자율성
현 행
향후 관리 방향
잉여 인건비
․불용 처리되고 있음
․성과급 등에 자율적 활용
인센티브 인건비
․조직운영 성과를 평가하여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는 없음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하고 성과급 등에 자율적으로 활용
인건비로의 이․전용
․일반화되어 있음
․인건비 총액의 임의적 증액 방지를 위해 엄격히 제한
위의 내용처럼 총액인건비제도는 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확대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공무원에 대해서는 성과지향적 신자유주의 인사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리고 총액인건비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까지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으나 각종 보도자료나 국정회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총액인건비제도는 조직, 인사의 자율성 확대 측면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연봉제 실시, 퇴출제도 강화, 직업공무원제 폐지 등에 비중을 높이 부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22일 국정과제 회의에서 공무원의 기본급을 제외한 모든 수당과 상여금을 성과금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밝혔으며, 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추진위원회 위원)는 총액인건비제도와 공무원퇴출을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그리고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면,공노총이나 전국 시. 도지사협의회 등에서는 총액인건비제의 조기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전국공무원노조의 상당수 조합원들은 총액인건비제도의 역기능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총액인건비제도(직위분류제, 연봉제 등을 포괄)를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제도 도입의 전제조건 및 문제점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 총인인건비제도 추진의 전제조건
○ 제도도입의 목적 및 목표설정을 명확화 : 총액인건비제도는 당초 지방분권적인 측면에서 논의되었으나 점점 그 목적가 확대되고 불분명해지고 있다. 정부의 공무원노조특별법 강행에 맞선 공무원노조의 파업과정에서 볼 수 있었듯이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은 지방자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자치단체장 및 장관의 인사권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탄력적이고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준정원제로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는 지경까지 왔으므로 조직권 이양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끊임없이 불씨를 양산하고 있는 정년차별 문제나 어떠한 해법도 쉽게 나올 수 없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는5급 승진제도의 문제점 등은 계급제의 한계에 기인된 것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공무원인사에 대한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는 총액인건비제도의 최종적인 목적이 호주와 같은 총괄경상비 제도의 도입, 공무원 봉급 성과금제 지향, 직무분석을 통한 직위분류제 도입 등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기 시행되고 있는 계급제와 직업공무원제의 한계를 탈피하지 못한 상태 직위분류제나 연봉제 등의 장점만을 채택 할려는 일련의 과정은 수없이 많은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장관, 단체장들에게 기구설치, 공무원 증원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공무원 인건비 절약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으며,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면서 공무원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할려는 제도의 수립은 헌법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므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위분류제 도입, 공무원 퇴출제도, 연봉제 실시 등과 현재까지 기 시행되고 제도와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목표 설정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 제도의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공기업체에 먼저 전면실시를 하고 문제점을 치유한 뒤 행정기관으로 확대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기업식 인사제도의 갑작스런 도입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실정(계급제, 직업공무원제)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제도를 행정기관에 도입을 하는 것은 혼란을 자초할 것이다. 그러므로 행정조직과 기업체 조직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는 공기업체에 먼저 적용을 시킨 후 행정조직에 확대적용 시켜야 할 것이다.
▼ 공기업체 전면실시 없이 행정기관에 먼저 적용을 할 경우.
○ 제도가 시행된다면 지방분권적인 측면에서 광역과 기초의 직급차별을 없애야 할 것이며 총액인건비의 산정도 현재 직급과 인원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보다는 과학적인 조직진단을 통한 공무원 수나 행정수요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총액인건비가 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예산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총액인건비제도가 그림의 떡에 불과하므로 지방세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전국 각 지자체간 재정자립도의 차이를 10%내외로 줄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지방세 및 교부세(금)제도의 문제점이 극복되지 아니하고 제도를 시행한다면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아주 낮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및 일부 재정력이 우수한 기초자치단체는 제도 시행하는데 큰 문제점이 없겠지만 대다수 재정력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는 제도의 활용(증원이나 조직의 신설 등)이 거의 불가능 할 수도 있다.
○ 총액인건비는 제로베이스에서 산정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 부처의 경우 형식적인 조직진단으로 말미암아 힘 있는 몇몇 지원부서는 조직이 팽창되어 있으며, 나머지 부서는 공무원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단체장의 성향이나 재정력의 차이로 보정정원을 초과한 자치단체도 많고 표준정원도 채우지 못한 자치단체도 있다. 만약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인원이나 인건비 기준에서 총액인건비를 산출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 할 것이며, 균일적인 행정서비스의 제공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다.
○ 시범실시를 전 직군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현재 경력직 위주로 시범실시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특수경력직인 법관ㆍ검사ㆍ외무공무원ㆍ경찰공무원ㆍ소방공무원ㆍ교육(교수, 교사)공무원ㆍ군인ㆍ군무원 및 국가정보원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경력직 위주의 직군에서만 시범실시를 하는 것은 2007년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하는데 큰 난관에 부딪힐 수 도 있다. 예를 들자면 그동안 공무원조직에서 위계질서가 가장 분명했고 계급제가 철저히 지켜지던 검사들의 인사시스템이 단일호봉제로 전환된 지 채 1년이 경과하지도 않았는데 시범실시도 아니하고 갑작스럽게 2007년도부터 성과주의적 인사제도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 총액인건비 산정시 특별지방행정기관, 보조기관, 읍면동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 행정기관은 국가. 지방행정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직제로 인하여 다수의 공무원들이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들 행정기관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행정서비스가 향상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총액인건비를 산정한다면 대민행정은 질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 과학적이고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직진단시스템과 90만 공무원들 개개인에 대한 직무분석이 2005년도 말까지는 완료가 되어야 하며, 2006년도에는 여기에 대하여 공무원노조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종합하고 불협화음이 없는 조직진단과 직무분석, 평가시스템이 완료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임금 격차가 최대 20%까지 발생하므로 과학적인 직무분석 없이는 조직구성원들이 수용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 하위직 공무원들의 대표조직인 공무원단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현재 총액인건비제도는 혁신위원회,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중앙인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무원단체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상태이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한교조 등 이 배제되고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총액인건비제도는 엄청난 불씨를 안겨 줄 것이므로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공무원단체와의 상호협조와 토론은 필연적이다. 비록 공노총에서는 총액인건비제도의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전국공무원노조를 비롯한 대다수의 공무원집단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에 관하여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폭넓은 의견수렴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문제점
○ 파킨슨의 법칙이 현실화 될 수 있으며, 광역을 비롯한 일부 재정상황이 좋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최상의 행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공무원 수를 대폭 증원하고 기구를 신설할 가능성이 많다. 파긴슨의 법칙에 따른 문제점은 통제제도의 마련으로 최소화가 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지방의회에서도 증원을 막지 않을 것이므로 여기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이는 인건비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을 차단 할 수 없다. 평가를 통하여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준다고 하지만 부처, 지방자치단체의 평가 결과에 대하여 완전히 수긍할 확률은 매우 낮다. 또한 통제를 위한 평가제도를 너무 강화시키면 지방분권 자체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며, 이러한 제도시행은 국가 및 지방행정의 혼란과 예산낭비로 이어질수도 있다.
○ 장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계산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정략적인 차원에서 폐지하여 안정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시로 조직을 변경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통제는 결국 인사 및 조직의 자율성을 침범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 부처, 자치단체를 평가하여 절약된 인건비를 성과금으로 지원하여 부처마다 봉급이 20%까지 차이가 발생하고, 성과항목(성과상여금, 초과근무수당, 특수업무수당 등)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지급대상과 요건을 결정한다면 공무원조직 구성원들 상호간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또한 그러한 평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지와 부처(자치단체)에 따라 업무의 성격이 다른데 보수와 직결되는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의문시 된다.
○ 기관장이나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공무원 수가 엄청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균질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 총액인건비제 시행의 기본요건인 조직진단과 공무원개인별 직무분석, 평가제도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수 없다. 성과상여금제도의 실패를 이미 경험했으므로 기존의 형식적인 조직진단이나 직무분석으로는 도저히 총액인건비제도를 시행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로부터 줄곧 제기 되어온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 의한 교사나 교수집단에 의한 평가방안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일반 공무원의 경우 극히 일부 민원담당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외적인 평가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실정이므로 내부적인 평가시스템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내적인 평가는 인사권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리고 직무분석도 단순히 기업체의 잣대에 맞추어 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직무분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의 난의도, 업무량 등을 책정하여 직무에 대한 값(연봉)을 책정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민원서류 발급량으로 측정을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중앙의 핵심부서에서 보조업무를 맡는 사무관의 직무값이 지방자치단체 신규 민원담당자보다 크야한다는 근거도 없다. 일부 기업체 부서의 경우 직무값을 생산성을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있으나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에 생산성을 결부시키기는 불가능하다.
○ 사회적 비용의 발생 : 공무원노동조합은 현재까지 조합원들의 권익사항보다도 오히려 공직사회민주화 내지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총액인건비제도를 비롯한 성과주의적 인사제도가 시행된 후 각 부처, 지방자체단체별, 개인별로 봉급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공무원 단체들은 조직의 생존을 위하여 어쩔수 없이 임투에 전념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총액인건비제도가 지속하는 날까지 항상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며, 공직사회의 혼란과 사회적비용의 지출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 임금이 낮은 부처나 자치단체는 공무원 수급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부처나 자치단체에는 유능한 공무원들이, 그러나 그 반대의 부처나 자치단체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능한 공무원들이 입문하여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적국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현장 조직보다는 지원조직의 입지와 규모가 지금보다도 훨씬 강화되어 인건비예산의 팽창은 불가피하다. 또한 총액인건비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에서는 조직진단, 직무분석, 평가를 하는 부서나 계가 별도로 신설되어야 하며 중앙부처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행정자치부나 중앙인사위원회는 대대적인 조직 확장으로 인건비 예산의 팽창은 불가피할 것이다.
○ 용역예산의 팽창에 따른 예산낭비를 초래한다. 장관,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평가를 위해서는 인건비 예산을 줄이고 연구용역을 대거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경우 작년도 한해동안 공무원인사 관련 연구용역을 19건을 발주하였으며, 중앙의 다른 지원 부처들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용역발주 예산을 총액인건비에 포함시킬지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참여정부의 총액인건비제도는 당초 지방분권(인사권, 조직권 등 이양)을 위한 혁신 아이템 중의 하나로 출발하였으나 현재는 그 취지가 상당히 변질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찿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공무원제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준비과정에서 공무원, 시민사회 단체 등의 의견수렴과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과 보완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의 신분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며, 이렇게 직업공무원제도를 취한 이유는 과거 엽관주의적인 공무원 인사에서 탈피하여 어떤 정치적인 지형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신분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IMF때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수만명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거리로 내몰렸으며, 정부는 2004년도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강행처리 할 때에도 공무원들의 신분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법에 기초한 노동권을 결코 부여할 수 없다고 하여 국민들 뿐만 아니라 일부 공무원들 조차도 직업공무원제에 관하여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공무원들의 신분보장은 사실상 유명무실하지만 헌법을 개정하여 신분보장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직업공무원제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식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액인건비제도는 기존의 계급제, 직업공무원제도를 그대로 존치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성과주의적 인사제도를 지향하는 목표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또한 참여정부에서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개방직 확대, 공무원 퇴출제도 등과도 맞물려 있어 내부적으로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최적의 안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2004년도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산적한 개혁법안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무리하게 통과시켜 총액인건비제도처럼 공무원관련 정책, 법령, 인사 사항은 노동조합에서 관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나 2007년도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이 된다면 공무원노조를 포함한 공무원단체들과의 크고 작은 마찰이 공직사회를 뒤 흔들것이 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제도는 역기능과 동시에 순기능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의 실정에 어느정도 부합하도록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계급제는 대다수의 공무원 및 국민들이 구시대적인 유물이라는데 공감을 하고 있다. 물론 계급제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급제의 근본적인 한계와 제도 운영의 미숙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승진을 위한 수많은 인사 비리와 갈등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공무 집행시 정치적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외압에 쉽게 굴복하여 국민을 위한 행정을 하기 보다는 힘있는 자를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계급제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사제도의 혁신은 참여정부 못지않게 대다수의 공무원들도 염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혁신”이라는 대명제에 관해서는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공감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부패지수가 가장 낮고 국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 핀란드의 공무원제도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장관을 제외한 전 공무원은 종신고용이 보장되고 계급이 없는 직업공무원들로 구성되므로 부패와 연루되는 외압을 과감히 뿌리칠 수 있고 그 어떤 정치권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 것이 학문적으로도 입증이 되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어떤 방향으로던지 혁신은 반드시 되어야 하겠지만 제도의 이론적 기반과 목적이 아직까지도 미지수로 남아있고 검증이 전혀 안된 총액인건비제도를 2007년도부터 전 공무원들에게 적용을 시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빈대를 잡을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당수의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관리자층의 성과에 따른 연봉제도가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도 고위층을 대상으로 도입을 하여 이미 시행을 하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국민들과 공무원들은 실패한 제도로 여기고 있다. 또한 수년전 행자부에서 실시한 성과상여금제도 역시 거창한 구호에 비하여 효과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공직사회를 분열시켜 행정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혁신의 의미가 참여정부에서는 공무원조직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직업공무원제를 폐지하고 기업의 성과주의적 인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절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인사관련 부정부패를 차단할 수 있고 공무원들을 외압으로부터 보호하여 국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로 태어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의 마련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에서는 계급제의 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검사의 계급을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로 바꾸어 시민단체나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검사의 단일호봉제가 실시된지 1년도 안되어 공무원제도를 재개정하여 호봉에 의한 봉급 보다는 성과측정에 의한 봉급시스템을 도입 할려는 것을 다수의 공무원들은 이해시키기에 너무나 부족한 면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가 선진국의 1/3인 시점에서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총액인건비제도나 총괄경상비제도를 실시하여 인건비예산을 사전에 통제 할려는 것도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섣부른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무원제도의 혁신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정부패의 근원을 제거하고 부당한 외압을 차단할 수 있는 큰 틀에서 폭넓게 논의가 되어야 할 사항이다. 또한 국민이 어느 지역에 거주 하던간에 균질의 행정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지역별로 공무원들의 임금격차가 발생 한다면 균형발전과 동일한 행정서비스의 제공은 결코 있을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과 경영의 경계를 완전히 없앨려고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수가 없다. 물론 경영에서 배울점은 과감히 밴치마킹하여 국민들에게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행정의 생산성이 기업체 생산성의 1/4수준이기 때문에 성과주의적 인사제도를 즉시 시행할 수 밖에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에서는 펼치고 있는데 기업의 공익성은 행정의 공익성에 비하여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만약 기업의 공익성이 행정기관의 공익성보다 현저히 낮다면 기업의 공익성을 높이는 대책을 강구 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국의 공무원제도는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중요하며 시행이 되면 최소 수 십년은 지속하므로 공무원제도의 설계에 있어서는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에 관하여 당사자인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난제를 풀어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미완의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혼란을 자초하기 보다는 각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부서장급 이상으로 국한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6급 이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핀란드나 우리나라의 검사, 교사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단일호봉제를 먼저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도 혁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