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종찬·나리병원 산부인과 원장
연주자 양강석씨, 김포 병원서 임산부 위한 무료 콘서트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바닷물처럼 천천히 퍼져 나가자 모두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엔 바쁜 하루 일정도, 매일 매일 겪는 일상에 대한 걱정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감동을 나눴다.7월 27일 경기도 김포 산부인과 '나리병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무료 콘서트―나눔프로젝트'가 열렸다. 7월 공연 신청자를 받는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고 편지를 보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우리 병원에서 임산부를 위한 태교 음악회를 열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항상 병원을 찾아오는 산모(産母)를 위해 예쁜 태교 음악회 한번 열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병원 식구들과 상의해서 몇 번 음악회를 열었지만 좀 더 제대로 된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
조선일보와 스톰프뮤직이 선물한 오카리나 콘서트는 그야말로 '단비'였다. 게다가 오카리나 연주라니. 흔히들 오카리나는 가장 자연과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하지 않나.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오카리나 연주로는 가장 유명한 양강석씨가 찾아온다고 하니 마음이 부풀었다.
콘서트가 열리는 오후 2시. 병원 2층 로비를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 병원에 다니는 산모는 물론이고, 멀리 서울과 다른 지방에서 찾아왔다는 분까지 손님 120여명으로 꽉 차 있었다. 어린아이, 중년층까지 관객층도 다양했다. 3층 로비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2층에서 하는 연주가 3층에서도 들리기 때문이란다.
양강석씨가 오카리나를 입술로 가져갔다. '잘 자라 우리 아가(Wiegenlied)'. 브람스의 가곡이다. 양강석씨 곁엔 피아노, 퍼커션, 어쿠스틱기타 연주자도 있었다.
- ▲ 지난 27일 경기도 김포‘나리병원’에서 열린 태교 음악회. 산모들이 오카리나 연주자 양강석의 연주를 듣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양강석씨는 두 아이의 아빠라고 했다. 그는 임신 중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더욱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중간 중간 농담을 섞어가며 들려준 클래식과 재즈 연주는 관객이 잠시도 딴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약 40분 동안 음악만이 가득 차 출렁였던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찾아온 환자들은 내게 "음악회를 신청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런 예쁜 시간을 만들어준 '찾아가는 무료 콘서트―나눔프로젝트'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 소중한 시간을 나눠준 모든 분께 "덕분에 저도 무척 행복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공연 문의 (02)2658-3546, event@stomp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