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재개발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서 빠져 있지만 서울 도시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정비지구) 내 6평 미만 지분(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권리) 거래시장은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 지분 거래도 활발하고 호가도 상승세다.
서울 재개발시장은 연초부터 시작된 침체 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침체로 매수세가 크게 꺾인 데다 대부분 지역이 지분 거래 때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비지구에서 대지가 6평 이상이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해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는 매입할 수 없다. 매입후 3년 이상 전 세대원이 거주해야 한다. 세입자가 있으면 임대기간이 끝난 뒤 들어가야 한다.
급매물 팔리면서 가격도 꿈틀
하지만 재개발 구역내 6평 미만 지분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입지 여건이 좋고 사업 진행이 빠른 곳에선 매물이 나오는 즉시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데다 아파트와 달리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공인 정연식 사장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6평 미만 지분도 전반적인 시장 침체 영향으로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었으나 최근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면서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내 대지지분 5평짜리 원빌라(분할되지 않은 빌라)는 2억5000만원 이상 호가한다. 평당 5000만원이 넘는 셈이다. 6평 미만 주택의 경우 한달 전만 해도 평당 4500만원 선 매물이 나왔으나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았다.
반면 한남뉴타운내 9평짜리 다세대주택은 4억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 빠졌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선 소규모 지분에 대한 거래 활기를 최근 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집값 바닥론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남동 한남뉴타운공인 배효숙 사장은 “올 초부터 본격화한 시장 침체가 이제 서서히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집값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거래가 자유로운 6평 미만 지분을 선점하려는 투자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6평 이상 대지 지분 거래시장은 아직도 ‘겨울잠’
송파신도시 북쪽에 위치한 거여·마천뉴타운 재개발 지분값은 전반적으로 약세 장세다. 지난해 하반기 4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마천동 9평짜리 빌라는 현재 4억원 선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된 뒤부터는 문의가 확 줄면서 가격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6평 미만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팔려나간다. 거여동 참조은공인 관계자는 “6평 미만은 현재 평당 6000만∼7500만원 정도를 호가하지만 물건만 있으면 거래가 잘 이뤄진다”고 전했다.
거여동 K공인 관계자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사람들은 이미 팔고 나가 매물이 드물고 주인들도 굳이 급하게 팔 필요가 없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6평 미만 지분이 전체 물건에서 10%도 안돼 가격 상승세를 이끌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양천구 신정.신월뉴타운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인 대지 6평 이상 주택은 거래가 뚝 끊겼다. 하지만 6평 미만 지분은 요즘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신정동 M공인 관계자는 “6평 미만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평당 35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며 “투자 수요는 지난해 하반기 때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입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투자수요가 거래 제한이 없는 소규모 지분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분 값이 크게 오른 일부 지역에 지금 뛰어들 경우 수익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지분 값 뿐만 아니라 매매에 따른 각종 취득.등록세와 추가부담금을 모두 합한 비용이 과연 재개발 이후 예상되는 아파트 값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고려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