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는실난실 날리고, 달빛은 개밥그릇이나 살강살강 부시고, 별빛은 새금새금 아삭한 맛으로 익어갑니다. 오태환은 의태어와 의성어들을 반짝반짝 하도록 닦아내어 찰랑거리는 빛 속에 가지런히 내놓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그것들을 소리 내어 읽으며 말과 말이 부딪치며 내는 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국어의 황홀경에 가 닿습니다. 때는 동지(冬至), 비는 두 손을 놓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게 아니죠. 제 잣대로 한 치 두 치 나비를 재고, 제 저울로 한 냥쭝 두 냥쭝 무게를 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다니느라 분주합니다. 간조롱히 뿌리고 새들새들 저무는 동지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날들은 꽤 괜찮은 시절이었지요. 안다미로 내리던 비 그친 저녁 노모가 달그락거리며 저녁상을 차리고 있는데요. 김 오르는 이밥에 호박전과 호박젓국, 구운 김과 가자미 구운 것을 올린 저녁상 받을 생각에 군침을 삼키던 그 시절이 호시절이 아니면 무엇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