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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미각
한강토를 멸시하는 말로 매도하는 잘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엽전들이 뭘 먹어서 맛을 알겠어? 푸성
귀와 초근목피로 명을 이으며 피똥이나
싸다가 죽었지."
그러면서 프렌치나 이탈리아 파스타를 즐기는 자신의 미각을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을 실제로 보았다.
나는 그에게 소고기를 몇 부위나 먹어 보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한우는 그저 꽃등심이 최고고,도가니탕, 우족탕을 즐겨 먹는다 고 했다.
우리는 예로부터 소의 부위를 수 십 가지 이상 분류해서 먹은 미식의 민족이고 비단을 몇십가지로 나누어 만들고,
베를 극세사에서 굵은 베까지 짜내는 멋의 민족이라고 했더니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베를 너무나 얇고 가늘게 짜서, 한 필이 고작 작은 그릇에
다 담겨 바리베라고 불렀고 그 고운 결은 비단을
능가했었다.
그런 야무지고 섬세한 손을 가진 민족이다. 뿐인가?
마시는 물도 열 가지 이상으로 분류했고 약물에 쓰는 물도 달리했으며,
차 달이는 물은 서른 가지 이상으로 분류한 놀라운 미각의 민족이 이 한강토인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게 풀을 요리해서 먹고,생선을 비롯한 해산물을 먹는 방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설마 그럴리가? 끓이고,굽고,지지고,볶고,찌고,말려서 오만가지로 만들고 전도 부치고...어느 나라의 조리법도 우리나라의 것을 능가하지 못 한다. 맛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다양하게 조리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한식이라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이들에게 우리 고유 음식의 진수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맛보았다면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민족 인지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침략을 당하면서,그렇게 삼족이 몰살 당하는 정쟁이 그칠 날 없었던 나라에서,
초근목피로 생 을 이어간 시간들이 더 많았으면서도 우리의 의,식은 무서울 정도로 섬세하고 고상한 문화를 이어왔다. 역사를 다각 도로 공부하고 연대기와 함께 세계사를 맞추어가면서 나는 우리의 선조들을 경외하는 마음이 되어갔다.
의,식,주 중에서 우리 민족은 주를 가장 소박하게 영위했고 의,식은 너무나 정교한 모양새를 갖추어 이어져 왔다.초가삼간 누옥에서 살아도 절기와 관혼상제의 통과의례를 지켰으며 아무리 빈한한 생활이어도 자식들의 명절빔을 챙겨 주었다. 이 한강토의 정기에 흐르는 유전자를 타고난 이 민족의 역사는 그러한 문화로 이어져왔음을 우리는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의,식의 문화는 지금,그 가치를 깨닫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미해진다. 고산 오지의 소수민족의 전례를 보러 걸음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여행객은 세련되고 화려한,어디에나 있는 같은 것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 곳만이 가진 고유의 문화야말로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간직해야 할,그 사람들만의 정수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세계여행은 그런 것을 찾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같은 맥락이라 연결 시켜보면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 자연속 오지를 찾아서 골 골, 절 절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절대세계'(시절인연)란 이름하에 지금까지 25년을 흘쩍 넘기고 있다
여행객들을 위해 고유의 문화를 계승하고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는 그 민족의 정체성이 되고 그 정체성은 소중하게 이어져야만 민족이란 것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1위의 강국이어도 그들은 영국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 그리워한다.
그들 정체성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 근본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정체성 중에서도 미각의 섬세한 분별이 한강토인만큼 발달한 민족이 없음을,
세계의 유수한 요리학교들이 증명해 준다고 한다.
뭔가 다름의 미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한국 학생들이
가장 잘 집어낸다는 것이다.
미뢰(Taste Bud, 味蕾)가 그만큼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맛에 대해 얼마나 예리했나를 알아내는 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감각이 길러지고 유전자에 이어져 올 수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맛에 대한 오랜 숙련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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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보푸라기 라는 음식이 있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느 종가의 내림 음식인데, 만드는 과정이 거의 수행에 버금가게 힘들다.
우리의 음식들이 대부분 정말 손이 많이 가고 공이 들어가는 것들인 것은, 그런 음식을 만드는 마음가짐과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입으로 들어가면 사라질 것이지만 그 순간에 느끼는 맛에 대해 진심이었던 민족의 후손들이 오늘날의 우리들이다.
재현해내지 못 하는 많은 음식들은 그만 두고라도,
선조들을 모독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음식은 바로 우리의 히스토리이며 언제까지나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다.
비록 온갖 음식이 뒤섞여 형태가 바뀔지라도 우리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 미각의 민족임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온갖 음식을 섞고 설탕을 비롯한 소스를 퍼부으면서 쉽게 음식을 만든다고 방송에서 그렇게 떠들 일은 아니다.
K-푸드를 늘 응원하며..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