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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놀란 표정과 함께 “제가 사투리를 쓴다고요?”라고 묻는데, 그 말의 억양 역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다. 청각장애인 야구선수 박병우(21·고양원더스)의 이야기다.
박병우는 21년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생후 10개월째에 쇠젓가락을 전기 콘센트안에 집어넣었다. 의사는 별 문제가 없을 거라 말했으나 5살이 되자 청력이 손상되고 말았다.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별해서 들을 수 없었다. 스스로가 하는 말도 듣기 어려운 그가 자신의 말투에 사투리가 베어있는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박병우와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다. 정확한 발음을 낼 수 없는 그는, 어려운 단어의 경우 종이에 썼다. 그 중 하나가 ‘삼자범퇴’ 였다. 기록 중에 투수로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가 쓴 네 글자 였다. 삼진이나 평균자책점, 완봉승 보다 세명을 돌려세우며 간단히 이닝을 종료시키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보다 조금 먼 길을 달려온 박병우와 고양원더스 홈구장에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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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2년에 아버지께서 TV를 틀어놓으셨는데, LG와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었다. 이승엽(삼성)선배님이 이상훈(현 고양원더스 코치)코치님으로부터 3점홈런을 치는것을 보고 야구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당시의 감흥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도 ‘와’하는 함성이 내게 들리는 것 같았다.”
- 장애가 있었는데, 일반 학교(대구본리초등학교, 경기시흥소래중학교, 인천제물포고등학교)를 다녔다. 혹시 장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놀림을 받지는 않았나.
“전혀 없었다. 친구들과 관계가 매우 좋았다. 부모님께서 특수학교를 보내려고 하셨는데, 내가 일반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었다.”
- 부모님은 아들의 선수생활에 어떤 입장이신가.
“내가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아들이 야구선수인것을 자랑스러워 하시고, 적극 지원 해 주신다.”
-오른쪽 눈만 푸르다.
“‘오드아이’(홍재 이색증)라고 부른다. 시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디트로이트의 맥스 슈어저도 홍재 이색증을 가지고 있다.)
- 투수를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중학교때까지는 투수랑 외야 내야를 겸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감독님께서 투수만 하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 투수라는 보직에서 청각장애 때문에 생기는 손해는 무엇인가.
“야수에 비해 투수는 청각장애로 인한 손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번트를 대면 콜플레이를 들을 수 없어 어디로 던져야 할지 선택하는 부분에서 손해를 본다. 다만 포수가 손으로 가르켜 주는데다, 내가 내야수 경험이 있어 다른 투수들보다 수비력에 자신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청각장애 야구선수는 ‘손해’만 있는 것일까.
“집중력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소음이 없고 늘 고요해서 잡념없이 남보다 경기에 더 몰두 할 수 있다.”
- 직구 구속은 어느 정도 나오며, 변화구는 어떤 구종을 던지나.
“최고 138km 까지 나온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투심을 던진다. 커브도 가끔 던지지만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 오버핸드 투수로서 구속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닌데, 내야수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드암을 고려해 본 적은 없나.
“오버핸드를 ‘정통파’라고 하지 않나. ‘정통’이라는 말이 멋지다. 다른 폼으로 던지고 싶은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 투수로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제구력이다. 몸쪽 승부에 자신감이 있다. 경기나 훈련이 끝나면 늘 남아서 홀로 연습하고 복기하면서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 고양원더스의 코칭스태프로부터 얻은 것이 있다면.
“이상훈 코치님은 말수가 적으신 분이지만 선수들에게 늘 ‘진심’으로 대하신다. 투수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배웠다. 김성근 감독님은 조금 무서운것이 사실이지만 항상 예의바르게 인사하기 때문에 크게 혼나 본 경험은 없다. 존경하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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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에 존경하는 선배가 있나.
“삼성 안지만 선배님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던지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분은 류중일 삼성 감독님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혼자 대구구장에 삼성의 경기를 보러갔다. 6시에 경기가 시작하는데 4시에 도착해서 불펜 옆 관중석으로 갔다. 그라운드에 류중일 (당시 삼성 주루코치) 감독님이 계시길래 “저도 야구합니다. (코치님 처럼) 대구중학교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더니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해라” 라고 하셨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덕담을 해 주시는데, 경호원이 와서 나를 저지했다. 그런데 류감독님이 경호원을 향해 “내 조카다. 괜찮다”라고 거짓말을 해 주셨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 후로 한참 지나 고등학교 2학년때 잠실구장에 경기를 보러갔는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시는 감독님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드렸더니 ‘예’라고 그냥 지나치셨다. 그런데 몇 발자국 가다가 멈추셔서 (그제서야 생각난듯) 돌아보시고는 “잘 지냈나. 반갑다”라고 인사 해 주셨다. 그때 '프로선수가 되서 감독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야구선수로서 꿈이 무엇인가.
“청각장애 1호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충주성심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 선수들에게 꼭 내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1군 경기를 하면서 버는 돈으로 지원해주고 싶다.”
- 1군 경기에 나가 첫 세리머니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은 후, 더그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겠다. 나를 향한 환호를 들을 순 없겠지만 눈으로 보고 싶다.”
박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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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정말 멋지신 분이네요
야구는 청각장애라고 해서 크게 불편한 스포츠가 아니니 꼭 ㅣ군에서 볼 수 있었으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