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문제〉 〈제시문 1〉 ∼ 〈제시문 5〉는 ‘세계화’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서로 다른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제시문 1〉 새로운 것에 푹 빠진 사람들은 인터넷과 같은 통신 및 운송 기술의 혁명적 변화 덕분에 말 그대로 우리는 ‘국경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에 따라 최근 20년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최근에 일어난 ‘세상을 바꾸는’ 기술 진보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런 변화에 반대하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각국 정부가 없는 국경없는 세계의 도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국경을 넘어 흘러들어오는 자본과 노동, 상품에 대해 반드시 가해야 할 규제마저 일부 철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바람직하지 않았다. 최근의 기술변화는 100년 전에 있었던 변화만큼 혁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100년 전의 세계는 1960년부터 1980년까지에 비해 통신과 운송 부분에서의 기술은 훨씬 뒤떨어졌으나 오히려 세계화는 월등히 진전된 상태였다. 1960년부터 1980년까지는 정부들, 특히 힘센 나라 정부들이 자본, 노동, 상품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이지 기술이 아니다.
〈제시문 2〉 자유무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가 채택하려고 노력해 왔던 방법은 다른 나라들과 관세 인하를 위한 상호주의적 협상을 벌이는 것이었다. 내게는 이것이 그릇된 방식으로 보인다. 첫째, 그렇게 하면 일의 진척이 매우 느려질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혼자 움직이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법이다. 둘째, 그것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조장한다. 그것은 관세가 관세부과 국가에는 도움이 되고 다른 나라에는 해가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우리가 관세를 인하하면 그것은 마치 좋은 무언가를 포기하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관세 인하라는 형태로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 상황은 그와 전혀 다르다. 우리의 관세는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롭다. 다른 나라들이 관세를 철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관세를 낮추면 우리도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혜택을 보는 데 다른 나라들의 관세 인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사적 이익은 서로 부합되는 것이고, 상충하지 않는다. 영국이 19세기에 곡물법을 폐지하였을 때 그랬듯이, 나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자유무역으로 나아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제시문 3〉 성공을 향한 중국인들의 노력의 결과 (물리적 거리와 재능의 총체적 관계가 변했듯이) ‘난소 복권(ovarianlottery)’이 바뀌었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에는 미국 뉴욕 주에 있는 인구 3만의 소도시 포킵시 같은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과 뭄바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근처에서 천재로 태어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포킵시를 선택했을 것이다. 평범한 재능이지만 거기서는 윤택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가 평평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든 사업을 시작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물리적 거리보다 재능이 더욱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지금이라면 포킵시에서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는 것보다 중국에서 천재로 태어나는 걸 택하겠다.”
〈제시문 4〉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질적인 문화들 간의 접촉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만듦으로써 한 문화가 다른 문화로부터 완전하게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우려되는 것은 이로 말미암아 서구 중심적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되는 가운데 고유한 문화가 소멸하거나 획일화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의 위기〉의 저자인 요스트 스미르스는 자유무역의 보편화,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예술이 처한 위기를 경고하였다. 그에 따르면, 문화나 예술을 경제 논리에 맡겨선 안 된다. 그럴 경우 문화적 획일화가 발생하여 지역 문화를 소멸시키고 개인의 창의성 발휘 기회를 박탈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행복 추구권과 문화적 기본권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문화의 생산과 배급, 마케팅, 소비 방식 전반이 분산되어야 하며, 지금과 같은 저작권 독점 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시문 5〉 당신이 소비할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더 이상 누군가에게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직접 옷을 만들고, 곡식을 키우고, 집을 수리하는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하면 된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자급자족 시대에 농부들이 실제로 살았던 삶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대체로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본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마이클 조던이 농사 짓고, 바느질하는 데 온통 시간을 다 바쳤다면 어땠을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가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은 주(州) 혹은 개인 간의 교역을 금지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여긴다.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교역을 금지하는 것도 무모한 짓이다.
성균관대학교는 대입논술의 정석이라 불릴 정도의 완결된 형태의 논술 제출을 요하는 대학이다. 성균관대 논술시험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을 태웠던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 등과 함께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균관대는 논술가이드북을 통해 답안작성 시 피해야 할 오류를 강조한다. 첫째, 사족 덧붙이기를 조심해야 한다. 성균관대는 원고지가 아닌 줄글지에 답안을 작성하는데, 이때 학생들이 자수에 지나치게 집착해 분량 늘리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많은 부분 이미 언급한 내용의 단순 반복에 그치게 되는데, 학교 측은 이를 ‘사족 덧붙이기’로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전체의 논지를 흐리고, 작위적인 글쓰기의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감점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불완전한 답안의 작성이다. 성균관대 논술은 2시간에 4개의 문항을 푸는 결코 여유로운 시험이 아니다. 한 문제 한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해서 문항별 시간 안배와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총 4개의 문항이 나오므로 30분씩 시간을 배분하면 될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체 제시문을 읽어야 하는 1번 문제에 많은 시간이 할애될 수밖에 없다. 1번 문제작성에 30∼40분을 배분하고 나머지 답안작성을 잘 안분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그리고 잘못된 답안 작성이 되었을 경우 전체 답안을 새로 작성하려 하지 말고, 두 줄을 그은 뒤 서술하면 충분하다.
셋째, 글씨나 맞춤법 띄어쓰기는 고려사항은 될 수 있으나 중요한 채점요소가 아니다. 이는 성균관대 논술 이외의 모든 대입논술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많은 학생들이 띄어쓰기와 맞춤법, 글씨에 많은 집착을 하는데, 당연히 이런 부분들에서는 기본적인 성의를 보여야 하나, 이것 자체가 논술의 본질은 아니다.
논술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채점된다. 따라서 글씨는 또박또박 쓰면 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잘 준수하는 정도로만 인식하면 족하다. 성균관대 역시 이런 부분을 가이드북에서 강조하고 있다.
◆논술 문항의 구조
성균관대의 경우 4가지 문제 유형을 반복적으로 출제하고 있다. 첫째, 요약형이다. 보통 4∼6개의 제시문을 둘로 묶어 그 입장들을 요약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유형에서는 글의 내용에 자의적 해석을 개입시키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적시해서 작성해야 한다. 제시문 속의 키워드는 활용하면서 자신의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표현의 자기화’가 중요하다. 이 문항은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으므로 제시문의 분류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둘째, 평가형이다. 특정 제시문을 지지, 비판하거나 통계표나 그림을 활용해서 평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최근에는 자료와 결합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자료의 어떤 지점과 제시문의 어떤 지점이 상충되는지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비판의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변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셋째, 설명형이다. 역시 통계적 자료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제시문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설명형은 우리가 기본시간에 배웠던 1차해석(정확한 사실의 선정과 소개)과 2차해석(제시문과의 연결을 통한 의미, 이유의 제시)을 통해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넷째, 대안제시형이다. 제시문 전체 주제와 관련성 깊은 사안이나 현상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견해나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안을 제시할 때는 ‘대안논증’ 시간에서 배웠듯 단순한 인식의 전환이나 선언적,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면 안 된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근거가 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추가함으로써 대안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답안 구조와 방향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제시문들은 세계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제시문 2〉, 〈제시문 3〉, 〈제시문 5〉의 낙관론과 〈제시문 1〉, 〈제시문 4〉의 비관론으로 나뉜다. 제시문들은 모두 세계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전자는 세계화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후자의 두 제시문은 세계화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낙관론은 세계화가 효율을 극대화하며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경향이라는 입장이다. 〈제시문 2〉는 관세 철폐를 통한 세계화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설령 다른 나라의 협력이 없다 하더라도, 관세를 없애는 일은 얼마든지 정치, 경제적인 영향력을 증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제시문 3〉은 세계화가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의 범위를 넓혀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화는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더 광범위한 협력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제시문 5〉는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며, 상대적인 우위에 따라 무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비관론은 세계화가 독점이나 획일화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수반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제시문 1〉은 기술이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력이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허울 좋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4〉는 문화 측면에서의 세계화가 문화의 획일화로 흐르기 쉽다는 사실을 경계한다. 세계화를 경제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되며, 독점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제시문 4〉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