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취게에 어울리는 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사 기자...취게에 쓰기에도 뭣하고 고시게에 쓰기는 더 뭣한 뭐 그런 애매함이
이 직업을 규정짓는 애매모호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뭐 어차피 언론사도 회사고 언론고시는 당근 좀 많이 오버인데다 한낱
회사 입사시험이 맞고, 기자도 일종의 월급쟁이니깐 언론사 취준 글 정도가 맞겠네요.
혹시 누군가 이상한 환상에 빠진 한 두 명이라도 글을 보고 진로를 돌리거나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할 거
같습니다.
대부분은 아랑 등 카페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겠지만, 저도 소위 기자준비가 대세인 학과 출신은 아닌데다
해보고 나니 생각했던 거와 달랐던 점도 있고 해서 마침 시간이 허락하기에 그런 마이너한 분들을 위해 글을 남깁니다.
자문자답형식으로 올립니다.
@기자 되기에 적절한 전공은?
-특별히 없습니다. 오히려 특이한 전공에다 글빨까지 갖추면 더 훌륭한 기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변을 둘러봤을 땐 정외, 사회, 신방이 꽤 많고 어문 인문이 그다음 뭐 요정도 순이었네요.
@기자 학벌 좀 보냐?
-흠 뭐 안 본다 할 순 없겠죠. 주변을 봐도 소위 문과 상위권 몇 개 학교 출신들이 대부분이고요.
학벌을 본다기보다는 글빨이나 그런 걸 더 본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우리 학교 출신은 뭐 널렸다...수준입니다.
@기자준비 보통 몇 년씩들 하는거야?
-이건 정말 케바케입니다. 전 스터디 같은 건 했는데 올인해 준비한 건 아녔고 회사 취준과 병행한 수준이라..주변엔 졸업하고도 올인해서 준비해 된 케이스도 있는 반면 그냥 재미삼아 봤다가 덜컥 붙은 케이스도 있어서..다만 뭐 몇 년씩 붙든다고 될 시험은 아니라고 봅니다. 애초에 글빨 말빨 없다면 아예 도전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어차피 이 직업은 된다고 해도 고난 시작인 직업이라..그닥..
@기자는 술 잘 먹어야 한다?
-뭐 대체로 그렇긴 합니다. 회사 문화보다 더 꼰대같은 문화도 있고 아무래도 술자리에서 취재가 잘 되기도 하고
사람만나기에 좋고...그래서 잘 먹으면 좋은 거 같긴 하네요. 저도 술을 잘 먹진 않지만 좋아는 합니다.
@기자 뭐가 그렇게 좋아?
-돈은 확실히 아닙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자기가 글을 쓰고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고 하는 점, 일반 회사보단
확실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업무 권한이랄까 그런 게 큰 건 맞는 듯 싶네요. 또 다른 조직에 크게 을질?할 일이 별로 없다는 거도 나름 장점이긴 한데 사실 이것도 웃긴 게 취재할 때는 시민 인터뷰 하나 따기 위해 온갖 을질을 해야 하는 뭐 그런 고충도 있는 직업입니다.
@기자에 어울리는 성격이 있어?
-글쎄요..언론사마다 약간 선호하는 유형이 다른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좀 기가 쎄고 활달한 편이 눈에 띄고요.
조용한 편이라 해도 좀 끈기 있고 집요한 유형의 기자도 더러 있습니다.
@원하는 부서 갈 수 있어?
-그건 확실히 '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전공이나 뭐 하던 게 들어맞는 경우가 있을 순 있는데
뭐 예컨대 중동에서 테러 이런 거면 아랍어 쓸 수 있는 사람이 차출되겠죠. 기본적으론 인력 없고 별로 인기도 없는 부서인 사회부 쪽을 기본적으로 강제로 보냅니다. 거의 초년생때는 문화부라든가 하는 조금 우아한?부서 가는 걸 아예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 같네요.
@부서 가운데 어디가 빡세?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죠. 정치부 정당 쪽 사회부 경찰 혹은 사건팀 , 그리고 법조 이렇게 3군데가 탑 3입니다.
쉽게 말해 지면으로 따지면 1면을 주로 장식하거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부서입니다.
이 부서들은 돈 두 배는 더 줘야 한다고 갠적으로 생각합니다. 평균 수명도 다른 부서 기자보단 짧을 수도 있겠네요.
@어때? 기자일 해 보니 단점도 많지?
-그렇죠. 일단 업무량 최소 12시간(만 돼도 좋지만 대개 넘김)에다 주말 중 하루는 거의 풀로 일할 때 많고 갑자기 휴가 갔다가 끌려오는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일도 생기고 연휴는 뭐 잘 못 챙기는 게 다반사고..돈도 뭐 일하는 거 비해선 적게 받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대부분 언론사 조직문화가 후진 경우도 많고 체계도 안 잡힌 경우 많고 워낙 업계 자체가 비전이 있는질 몰겠네요. 게다가 뭐 이 조직 특성인지 이상한 상사도 많아서 데스킹도 이상하게 보기도 이상한 지시할 때도 많고요.
@기자의 장점은 그럼 뭐야?
-앞서 말했던 조금은 더 많은 자율성, 그리고 일 자체가 하루하루 다이나믹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고 뭐 글빨 있는 사람이
그런 걸 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라는 점? 그리고 기자가 끝이 아니라 다른 거 하기에도 유리한 점이 많다는 걸 이를테면 뭐 정당 출입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이런 쪽을 간다든가 하는 거 정도 들 수 있겠네요.
@근데 기자 세계 좁다며 왜 그런 거야?
-네 확실히 주요 일간지 방송사 등을 봤을 땐 그렇습니다. 그게 출입처라는 게 있어서 그런데 또 하나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내근 부서 제외하곤 거의 뭐 국방부 출입 국회 출입 이런 식으로 해당 부처의 기자실로 보통 출퇴근하는 구조거든요. 그러니 선배가 온갖 쌍욕을 카톡 상으로 하거나 전화상으로 해도 대면할 일이 많진 않은 그런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각설하고..그러다 보니 출입처엔 각 사에서 나온 기자들이 있죠. 쉽게 예를 들자면 삼성 현대 sk lg 이런데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어느 한 장소로 보통 출퇴근하게 되고 그러다 서로들 친해지고 뭐 그런 우리나라 대기업 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라 보면 돼요. 그래서 그들끼리 같은 시기에 입사한 기수끼리는 서로 호형호제 하며 지내고 정분도 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경찰서에서 하리꼬미라는 전근대적 생활을 하며 이전부터 친해지기도 하고요.
@사쓰마와리 하리꼬미 이거 뭐야?
-수습 기자 때 보통 겪는 뭐 경찰서 등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고 밖에서 잠을 잔다는 걸 뜻하는 일본말인데 왜 아직도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 하루 정도 빼고 경찰서에서 날밤을 새며 쪽잠 수준으로 두 세 시간 자고 거의 새벽까지 각종 전화와 카톡에 시달리며 예속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전근대적 생활을 주요 언론사의 경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합니다. 이 무렵에 이런 거지같은 직업 못해먹겠다 싶어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물론 아주 또라이같은 선배를 만나서 퇴사하는 경우도 있긴 하죠. 나간 이들로서는 대체로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 거다..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뭐 사실 이 기간 잘 버티면 그 이후 각종 쌍욕과 비합리적인 지시는 껌 수준으로 이해하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자는 제너럴리스트야 스페셜리스트야?
-전 확실히 제너럴리스트라는데 한 표 던집니다. 뭐 연차가 쌓이고 쌓여서 전문기자로 하는 경우도 보긴 했는데 1년차부터 그렇게 한 부서 출입시키는 구조 자체가 아니고 계속 돌리는 구조거든요. 이를테면 어제까지 경찰 기사를 쓰던 사람이 바로 다음날부터는 법도 모르는데 법조기자를 시킵니다. 어떤 조직 인간이든 빨리 적응하고 순발력 있게 기사쓰는 그런 적응력을 높이 치는 구조인 거 같기도 하고요.
@신입 왜 이렇게 안 뽑아?
-그렇네요. 이 쪽 업계가 하향세라 그런지 거의 안 뽑고 기존 기자 중에 경력으로 수혈하는 게 대부분. k 정도 빼고는 거의 안 뽑거나 돌려먹기 쉬운 타사 경력들 뽑는 구조가 거의 고착화되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첫댓글 읍읍읍
기자 존나하고싶은데 처우씹창이라 진짜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