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보아도 이병규가 두드러지는 점은 한 시즌에 10개정도의 타점을 더 올린다는 점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타점은 타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병규의 타점이 높은데는 99년과 2000년에 각각 99타점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이병규는 LG에서 클린업 트리오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 프로야구 타점 랭킹 10걸 중에 3-4-5번으로 주로 나서지 않는 선수는 안경현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 역시 시즌 중반 김동주의 부상으로 5번에 배치되곤 했다.
하지만 이종범은 프로야구 시즌 대부분을 톱타자로 보냈다. 톱타자가 상대적으로 클린업 트리오에 비해 타점을 올리기 힘들다. 두산의 톱타자 정수근이 3할2푼을 치며 활약하던 99년 그의 타점은 55점에 그쳤다. 그리고 그 기록은 그의 최고 타점기록이다. LG의 톱타자 유지현은 98년에 61타점을 기록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현대의 톱타자 전준호는 92년 롯데시절에 올린 49타점이 최고기록이다.
그런데 이종범은 한 시즌 120경기를 뛴다고 가정하면 평균(!) 68타점을 내는 선수이다. 이 기록이 이병규의 평균타점 77점보다 작다고 해서 이종범이 찬스에 약하거나 클러치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야구를 표면적으로만 보는 셈이다.
그 외에 장타율, 출루율, 홈런, 타율, 도루, 득점, 볼넷 등은 이종범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다. 많은 LG팬들은 이종범이 홈런이 많고 장타율이 높은 것이 좁은 광주구장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광주구장의 중앙펜스 길이는 114m고 좌우펜스는 98m이다. 반대로 잠실구장은 중앙펜스는 125m이고 좌우 펜스는 95m로 오히려 짧다. 다시 말해 광주구장 좌우 양쪽 관중석에 꽂히는 홈런은 잠실에서도 홈런이다. 이종범의 광주구장 홈런이 그 중앙펜스의 11m 간격 사이로만 떨어진다면, 어떤 분의 말대로 그는 홈런을 위해 태어난 교타자인셈이다. 그리고 이병규는 정말 운이 안 좋아 광주구장에서는 중월홈런성 타구가 늘 잠실구장 중앙 펜스앞에서 잡히는 불운한 선수인 셈이다. 그러나 간신히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의 행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백번 양보해 홈런 몇개 이득보았다고 해서 그것이 6푼 이상의 장타율 차이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를 지녔을 때 , 그리고 상대 투수의 볼배합을 파악할 수 있을 때 장타는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현재 sk의 에레라와 두산의 심재학은 13개와 15개의 홈런을 치고도 20개의 홈런을 친 현대의 박경완보다 장타율이 8푼 가량 높다. 이종범이 이병규보다 장타율이 높은 것은 그가 보다 정확하고 파워있는 타격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 이병규가 광주구장을 홈으로 쓴다면 이종범과 비슷한 수의 홈런을 기록할까? 여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이병규는 30홈런을 쳤던 99년부터 광주구장에서 102타수동안 단 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병규는 광주구장 펜스를 간신히 넘기는 홈런조차 거의 치지 못했다. 99년 이래로 붕괴한 타이거즈 마운드가 LG만 만나면 힘을 냈을리 없다. 반면 이종범은 지금까지 전국 구장에서 2183타수동안 108홈런을 기록했다. 결국 이리저리 돌려봐도 이병규는 장타력에 있어 이종범보다 떨어지는 선수인 것이다.
다음은 많은 팬들이 이병규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는 '안타'를 살펴보자. 보시다시피 평균기록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병규가 '안타제조기'로 이름을 날린 것은 1999년 192안타를 치면서부터다. 99년은 2위 마해영도 187개의 안타를 기록했으며, 150개 이상의 안타를 친 선수가 11명이나 될 정도로 타고투저 현상이 강했던 해이다. 그러나 이종범이 196안타를 쳤을때 최다안타 2위는 LG의 서용빈으로 이때 기록이 157개였다. 이 두 선수만 150개 이상의 안타를 쳤다. 물론 이병규는 발빠른 좌타자고, (LG팬들이 주로 얘기하는 구장효과를 생각한다면) 잠실구장의 외야는 광주구장보다 넓기 때문에 안타가 나올 확률도 많다고 그의 기록을 깎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변수는 선수 실력의 일부분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이병규는 안타를 정말 많이 때려낸 훌륭한 선수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병규의 기록을 100% 인정하더라도 그는 이종범보다 많은 안타를 치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병규의 안타제조 능력은 이종범과 비슷하면 비슷하지 뛰어넘지는 못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종범도 이병규 못지 않은 안타제조기다.
그밖에 출루율, 3푼정도 차이가 난다. 이종범의 승리다. 여기에는 구장 효과도 있을 수 없다.
도루, 이종범의 압승이다.
타율, 1푼 7리정도 이종범이 높다.
선구안, 이종범은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선수이지만 이병규는 항상 삼진이 볼넷보다 많은 평범한 선수이다.
각종 수상경력 : 이종범이 압도한다. 단 이병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다.
장황하게 살펴보았지만 이병규는 기록상으로는 분명 이종범보다 한 수 아래인 선수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이병규는 절대로 이종범을 뛰어넘지 못했다.
현재 이병규가 보여주고 있는 장점은 이종범보다 젊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