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김부회
한 점의 파문은 점점 밀려나 동심원의 바깥이 된다.
손끝을 떠난 돌멩이가 호수로 날아가는 포물선
찰나의 한 점은 파문의 중심에서 점점 바깥이 되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게서 나를 찾을 때마다 바람 빠지는 소릴 들었다.
허파 속
헤모글로빈의 수평을 맞추지 못하는 심장에서
헤매고 헤매다 돌아오게 되는 꿈속은, 늘 또 다른 계단
층층 밟으며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하는 인썸니아와 나는 꿈의 중심이다
중심은 또 밖으로 밀려 나간다
행성과 행성의 얽힌 궤도에서 떨어져 버린
운석 한 점에서 파생된 생명은 신을 만든 날로부터 바닥이 된다
죽음을 알아버린 인간의 두려움
우리는 우리의 절대자와 맺은 약속을 수없이 부수곤 한다
벽이 아닌 것을 벽이라 하고, 티끌 한 점을 목숨이라 우기는
그 모든 거짓에서부터
시작과 동시에 종결어미를 알처럼 품는다
그것은 궤도의 밖을 빙빙 돌기만 하는 카이퍼 벨트*의
얼음 유령들
삶이 불면이라 해도, 그 경계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작은 돌멩이 하나
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내 꿈속의 명왕성 하나가
* 인썸니아 : 불면증
*
카이퍼 벨트 :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 명왕성도 여기에 속해있다.
낚, 시詩
한때 달을 필사한 적이 있다, 그는 서역의 마니차 소릴 묻혀오거나 드물게, 쥐고 있던 야간비행의 불빛을 슬며시 건네주기도 했다
은여우와 장미를 필사한 날이면,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붙인 채 발가락을 까닥거리는 나와 나의 미래가 서로 이슥한 밤의 속살을 제 몸처럼 핥았다, 꿈의 바다 위로 ‘아나벨 리’와 밍크고래가 간밤 이야기를 뿜곤 했다
제 주인을 찾지 못한 온갖 ‘주여!’ 들이 소매 끝에 묻어온 날, ‘주여’ 의 껍질을 혀끝에 필사한 그 밤에도, 어둠을 배경으로 환생하는 달과 한 집 건너 십자가 불빛 수십 개의 구원이 두 개의 바위틈을 뚫고 다락방으로 기어들어 왔다 폐허가 된 정원이 더는 소녀를 키우지 못하고 달력이 뱀처럼 손가락을 넘어갔다
밤이 불면의 다발을 계수기처럼 토했다, 그때 나는 침묵의 띠지로 묶인 내 결계의 수면 바깥을 도모하고 있었다,
잠잠한 물, 더 잠잠한 물속, 움찔 캐미라이트
휙,
달을 챈다고 잡아챘지만 매일
낚인 것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