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에 김정일 이 "우리 인민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흰 쌀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노동신문) 조선일보가 전했다.
김정일은 지난달에도 김일성의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 유훈(遺訓)을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김정일의 탄식 섞인 식량사정 실토를 안팎에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진으로 폐허가된 아이티 아이들이 진흙과자를 먹는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익의 '성호사설'엔 조선시대에도 진흙을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정선 사람들이 흙을 파다가 먹는다. 쌀가루 한 말에 흙 다섯되를 섞어 떡을 만든다."
세종실록에도 "황해도에 기근으로 백성이 흙을 먹는다"고 썼다.
▶민초들이 흰 쌀밥 상을 받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월북문인 김동석이 1946년 쓴 수필을 보면 "아내는 강냉이밥을 푸면서,
배가 고파 상(床)에 덤비는 네 살 된 놈을 보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흰 쌀밥은 꿈이자 행복이었다.
쇠고깃국 집착도 내력이 있다.
숙종실록은 "소 돌림병이 돌았는데도 소 잡기를 그치지 않는다.
우리 풍속이 쇠고기를 가장 맛있어하여 먹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처럼 여긴다"고 적고 있다.
▶아직도 생활이 곤궁한 일부 에서는 조석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어려운 가정이 없진 않지만
나라 전체적으로는 쌀이 남아돌아 쌀 막걸리로 소비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는건 사실이다.
청나라 책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에
"조선사람들은 밥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기름지다"고 했다.
▶북한의 '강냉이밥'은 우리 주변에서 건강식으로 먹는 옥수수밥과는 다르다.
옥수수 낱알을 말려 정미소에서 쌀과 비슷하게 가공한 '강냉이쌀'로 지은 밥이다.
탈북자 출신 식품학 박사 이애란씨는 강냉이쌀을 본 적이 없는 남한 학자들에게
그게 뭔지 설명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살아있을때부터 "흰 쌀밥에 고깃국 먹고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서 살려는 염원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김정일 발언과 똑같은 말을 몇십년째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도 쌀밥은 커녕 수십만이 굶어죽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올 상반기 북한에 또 한번 아사(餓死) 사태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수백만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북한 인민에게 쌀밥을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김정일이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버리는 '결단'만 하면 된다.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