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요즘, 길을 걸으면 페트병에 담긴 맑은 물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후끈한 열기 속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을 꿀꺽 마시면 온몸이 깨어나는 것처럼 기운이 돌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듯 먹기 좋게 상품화된 물을 즐기기 시작했을까요?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손끝에 자리하고 있는 생수병들. 이처럼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는 물을 ‘생수’라고 부르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 생수 시장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장세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수가 판매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 외국 선수들이 국내 수돗물의 안전성을 믿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일시적으로 외국인에게만 생수 판매를 허용한 것이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해당 법률이 폐지되며 다시 생수의 판매는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생수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1994년 “생수 판매 금지 조치는 국민의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우리나라 생수 시장이 활짝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6220억원 규모(2015년 기준)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커다란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여먹던 시대는 저물었다고 볼 수 있죠.
‘먹는 샘물’의 근원 지금 마트에 가보면 갖가지 종류의 생수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해외의 유명한 브랜드 생수부터 꾸준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제주도의 생수, 그밖에 국내외 이곳저곳에서 취수한 생수들이 다양한 이름을 걸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생수들은 모두 다 다른 물일까요? 생수는 수원지에 따라 크게 화산암반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등으로 그 종류를 나눕니다. 빙하수는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불순물이 거의 없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며, 화산암반수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깊고 긴 지층을 천연 필터로 삼아 그곳을 여과하며 깨끗해진 물입니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미치지 않고 오염 물질도 닿지 않는 해수면 아래 200m 이하에서 채취한 차갑고 깨끗한 바닷물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크고 작은 수원지에서 취수한 다양한 생수들이 있는데요. 특히 요즘에는 저마다 개성과 상품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몇 대 광천수라는 점을 홍보하거나 프리미엄 미네랄워터라는 등의 표식어를 붙이고 백두산, 제주도 등 특정 취수원을 강조하며 얼마나 깨끗한 환경에서 취수한 물인지 어필하기도 합니다.
물맛, 그 오묘한 차이 그럼 다시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이 많은 종류의 생수들이 정말 소비자가 체감할만한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그 차이가 확연한 것은 아니지만, 목 넘김(경도, 부드럽거나 진한 느낌), 단맛, 쓴맛 등에서 보통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물의 맛, ‘물맛’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바로 물속에 함유된 미묘한 양의 무기물질, 미네랄 성분입니다. 칼슘과 칼륨은 단맛을 내고 마그네슘은 쓴맛을 내며 목 넘김의 차이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런 무기물질들은 해당 수원지의 토양 등의 환경에 의해 물속에 녹아들기 때문에 지역 마다 물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거주 지역의 물맛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주도 등지에서 취수되는 미네랄 함량이 적은 연한 경도의 부드러운 물을 선호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의 유명 빙하수와 같은 높은 경도의 물을 선호하는 식입니다. 물을 고르는 데에도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한 지금, 스스로 마시기 편한, 입에 맞는 물을 선택하면 된다고 하니 큰 고민 없이 다양한 물맛을 즐겨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돗물은 믿을 수 없다? 사실 물의 안전성으로만 따지자면 수도꼭지만 비틀면 얻을 수 있는 수돗물 역시 시판 생수에 뒤지지 않습니다. 수돗물의 경우 「먹는 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일일 6항목, 주간 7항목, 월간 59항목의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오히려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수돗물을 꺼리는 이유는 수돗물의 멸균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염소에서 메케한 소독약 냄새가 풍기기 때문일 텐데요. 염소는 휘발성이 강해 수돗물을 받아 끓여 먹거나 상온에 두었다가 쓰면 냄새를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되어 낙후된 상하수도관을 통과하며 이물질이 섞여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 역시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UN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8위에 오를 정도로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얻지 못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후시설 교체 등 보다 철저한 관리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듯합니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서 12%만 줄어들어도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5%만 줄어들어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만큼 중요한 물을 섭취하는 일에 요즘처럼 다양한 선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소비자로서 분명히 기쁘고 달가운 일입니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몸과 마음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맛있는 물을 마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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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심평원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심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