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인생 2막에 홈런 친 사람들
'인생의 종착지'는 아무도 모른다
KFC 창업주 할랜드 데이비스 샌더스는 가맹점을 따내기까지 1009번의 거절을 경험했다. /셔터스톡
전화기 수리기사였던 미국인 크리스 도너번에게는 오랜 취미가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여성용 구두 스케치를 즐겼습니다.
50세가 됐을 때 전립선암을 진단받아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4년 뒤 병이 완치됐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하자 디자인학교에 최고령 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구두 디자이너로 새 출발한 그는 61세에 패션계에서 ‘가장 참신한 슈퍼스타’로 소개됐고, 구두 브랜드 ‘크리스 도너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할랜드 데이비스 샌더스는 변호사 생활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뒤 개업한 식당마저 망했습니다. 65세에 파산하고 사회보장금과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프라이드치킨 사업에 마지막 도전장을 던졌지만 가맹점을 따내기까지 1009번의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마스코트로 삼은 KFC 프랜차이즈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상 첫 여성 편집부국장을 지낸 조앤 리프먼이 쓴 <더 넥스트>(미래의창 출간)는 실패를 극복하고 인생 2막을 여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는 말라 긴즈버그, 제인 베론, 크리스 도너번 등 ‘인생역전’을 거둔 사람들을 인터뷰한 뒤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 ‘탐색-분투-중단-해법’이라는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리프먼은 “인생행로의 변화는 정보를 수집하는 ‘탐색’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불편하고 절망적일 수 있는 ‘분투’로 접어든다. 그러다가 종종 휴식을 취하거나 강제로 ‘중단’ 당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마침내 국면 전환과 함께 ‘해법’을 끌어내면 변화가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분투를 사랑하는 것’이 핵심이랍니다.
“스스로를 새로운 모습으로 키우는 육성기간(incubation period)에 흠뻑 빠질 필요가 있다. 이런 분투의 과정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동시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자주 간과되는 단계다.”
도전하기 전에 갖고 있던 정체성을 버리지 못했고, 새로운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이겨낼 ‘비책’이 몇 가지 있답니다. 성공한 경력 대신 실패한 경험으로 채우는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 ‘힘을 더 실어볼 일’과 ‘포기할 일’을 구분하는 게 그 중 하나입니다. 분투한다고 해서 무작정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듯 일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지나친 고민은 나쁜 결정을 하게 만든다. 어떤 상황을 지나치게 분석하면 객관적으로도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세상을 바꾼 혁신가들 중에는 “일하지 않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창업한 폴 앨런은 “밤마다 기타로 록 음악을 연주한 덕분에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답니다. ‘세기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포스트잇은 초안이 ‘쓸모없다’는 평가 아래 6년 동안이나 방치됐습니다.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 탓에 영원히 상품화되지 못할 운명이었다. 3M의 과학자 아서 프라이가 예배 중에 딴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 개념을 정리하느라 골치를 앓던 중 퇴근길에 ‘멍을 때리다’ 상대성이론의 초석을 발견했습니다. 공상에 빠지는 것과 수면하는 것, 걷는 것과 목욕하는 것, 그리고 멋진 휴가를 즐기는 것. 이런 휴식 행동들이 ‘해법’ 단계를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헛수고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 헛물만 켜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당신은 실감하지 못할지라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당신의 행동에는 체계가 있는 법이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