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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기대된다-."
테이블 위에 두 팔을 괴고 앉은 민지가 환상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말했고, 민정은 그런 민지를
보며 귀엽다는 듯 살풋이 웃어보였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기대까지... 그냥 평범해."
"말도 안돼! 언니가 나한테 남자친구 소개시켜주는 게 얼마만인데, 절대 평범 할리가 없어! 분명
히 엄청엄청 잘 생기고 매너도 좋고, 키도 크고, 몸매도 조..."
"차민지. 그만해라?"
"풋-."
잔뜩 기대에 부풀어,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황홀한 듯 혼잣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민지를 어이
없다는 듯 바라보기만 하던 란이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고, 민정은
그런 둘의 모습에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오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 아이~ 그래도 내 눈에는 우리 오빠가 제일 멋져 보이니까, 걱정마!
세상에 우리 오빠보다 멋진 남자는 없지!"
"흠. 흠."
"잘들 논다. 잘들 놀아. 넌 또 그 소리 듣고 기분이 좋니?"
"조, 좋긴 뭘..."
"빨개진 얼굴이나 가리고 거짓말 하시지?"
"빠, 빨개졌냐?"
"참나, 어이가 없어서..."
멋쩍은 듯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란을 보며 민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란의 저런 모습
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민정은 흘끗 시계를 쳐다보았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건만 정우에게선 전화 한통이 없다.
'무슨 일 있나...?'
"우와-, 저 남자 스타일 진짜 괜찮다."
"차민지! 또 딴 남자한테 한눈 팔지?"
"그게 아니라 오빠~ 봐봐, 저 남자 여자친구한테 프로포즈하러 가나봐! 멋있다."
혹시 정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민정이 민지의 말에 무
심결에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자기야, 나 안 늦었지?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이거 사가지고 나오니까 차가 좀 밀리더라고."
"자기...?"
민지와 란의 표정에 당황함이 확연히 나타났다. 바로 민지가 멋지다며 소리쳤던 그 남자가 민정
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당연하다는 듯 친근하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주말인데 그 양복 뭐며, 머리는 언제 잘랐고, 그 꽃다발은 또 뭐야? 그냥 편하게 하고
오랬잖아."
"그래도 나한테 처음으로 자기 지인 소개시켜주는 건데 어떻게 그래. 그나저나 소개 안 시켜줄
거야?"
"못 말려, 정말."
정우의 말에 민정이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화해를 하고 난 후, 줄곧 정우가 은근히
민정의 주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챈 민정이 고심 끝에 민지와 란을 소개시켜주기
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 그리 무거운 자리는 아니니 부담 느낄 것 없이 편하게 하고 오
라고 당부를 했건만 정우는 양복에, 머리도 단정히 자르고, 커다란 꽃다발까지 사들고 민정의 앞
에 나타났다.
"후-, 소개 할게. 여기는 내 동생 차민지."
"안녕하세요! 진짜 멋지시네요! 역시 우리 언니 눈 진짜 높다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차민지."
"하하. 내가 너무 흥분했나..."
민정과 란의 시선이 모두 민지에게 꽂히자 민지는 어색한 듯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시선을
옮겼고, 민정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민지에게서 시선의 거둬 란을 쳐다보았다.
"이 친군 정우씨도 전에 잠깐 봤었지? 그때 누구냐고 물었던."
"아-."
"내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민지 약혼자 하란. 그리고 이쪽은 내 남자친구 이정우씨."
"안녕하세요, 하란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이정웁니다."
"잠깐... 이정우라면 그, 소슬엔터테이먼트 사장님... 아니야?"
란과 정우가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는 찰라 민지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정에게 물었
다. 그에 민정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란 역시 민지 못지 않게 놀란 표정
으로 민정을 쳐다보았다.
"하하, 알아 주시니 영광인데요. 이건 민지씨를 위해서 제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받아주세요."
"어머, 감사합니다! 언닌 좋겠다, 이런 멋진 남자친구도 있고!"
순식간에 어색해진 분위기를 만외 해보려 정우가 가져온 꽃다발을 민지에게 건네자 민지의 얼굴
이 활짝폈다. 하지만 란은 그런 민지가 불만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민지를 노려보았다.
"일단 다들 앉아. 저녁 먹으면서 얘기 하자."
"그래, 그러자. 정우씨도 앉으세요."
***
"근데에- 우리 언니랑은 언제부터 만난 거예요?"
한참 이것저것 얘기 하며 정우와 말도 놓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던 민지가 갑자기 눈빛을 빛
내며 정우에게 물어왔고, 정우는 그런 민지가 귀엽다는 듯 살풋이 웃으며 대답했다.
"3 달 정도."
"네? 3 달요?"
"응."
정우의 대답에 민지가 깜짝 놀란 눈으로 민정과 정우를 번갈아 보자 대충 그 이유를 알아챈 정우
는 그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민정을 바라보았다.
"우와, 그럼 언니가 두번째로 오래 사귄 남자네요?"
"두번째...?"
"네, 전에 언..."
"민지야! 이것 좀 먹어봐. 이거 맛있다."
"이거 아까 먹어봤... 아-."
민정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정우가 놀란 표정이 되어 민지에게 되묻자 금세 당황한
표정이 된 란이 얼른 민지의 말을 자르며 눈빛으로 민지를 꾸짓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알
아챈 민지는 깜짝 놀라 란이 집어준 음식을 얼른 입속에 집어 넣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두 사람 왜 그래 갑자기?"
"아, 아니에요! 하하..."
정우는 갑자기 눈에 띠게 어색해진 민지와 란의 행동에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민정을 돌아보
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설마 내가 당신 전에 만나던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나보다 오래 만난 사람이... 있었어?"
"무슨 말이 그래? 우리 그렇게 오래 만난 것도 아니잖아. 3 개월 밖에 안되는데... 그럼 우진씬 예
전에 만나던 여자들 다 3 개월 안에 끝냈어?"
"......"
"거봐. 뭘 그런 걸 가지고. 얼른 먹어."
정우는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민정의 모습에 하는 수 없이 민정에게서 시선을 돌렸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재훈에게 민정이 많은 남자들을 만났다고 듣기는 했지만 모두 2주안
에 끝냈다고 했었다. 그래서 정우는 무의식 중에 자신이 민정과 가장 오래 사귄 남자라고 생각하
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무척이나 당황하는 민지와 란을 보니 왠지 정우는 마음을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
"저녁 괜찮았어?"
막 계산을 마친 정우가 문을 나서며 묻자 민지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웃어보이며 크게 고개
를 끄덕였다.
"네. 맛있었어요. 고맙습니다."
"뭘-. 앞으로도 이런 자리 자주 만들자. 란씨도 자주 봐요."
"그래요, 앞으로 이런 자리 자주 만들어요. 요즘 바쁜지 민정이도 얼굴 자주 못 보는데..."
"정우씨."
"응?"
"나 차 안 가져 왔는데, 자기가 태워 줄 거지?"
"응, 그래야지."
"그럼 지금 가서 차 좀 빼올래?"
"어? 어. 그래. 그럼 다음에 봐요."
"네. 조심히 가세요."
민정의 말에 정우가 서둘러 주차장쪽으로 가고 나서야 민정은 민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차민지."
"어, 언니... 미안해.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앞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떤 얘기도 꺼내지 마. 벌써 3년 전 일이야."
"으응..."
민지가 한층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자 민정은 그제서야 표정을 풀며 주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안녕하세요, 하루를행복하게 입니다. ^^
저번편이 많이 늦기도 했고, 또 꽤 짧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좀 오래 쓰지 않아서 뒷내용이 쉽게쉽게 떠오르질 않아요.
아무튼 또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답글 달아 둘테니까 확인해주시구요. ^^*
그럼 다음편에서 또 뵐게요.
오늘도행복하게♣
첫댓글 민정이가 3년전에 사귄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ㅋㅋㅋㅋ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 댓글 감사합니다. 그들의 사이가 밝혀질 때까지 재밌게 지켜봐주세요.
아아아 넘 재밌어요ㅠㅠ 민정이 전 남자 때문에 정우가 신경이 쓰이나 보네요ㅋㅋ
아아아 정말 감사해요. 전 재밌다는 말을 들을 때면 항상 감동하곤 한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다음에 또 뵈요^^/
민정이랑 예전에 오래 사귄 남자와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언젠가는 밝혀지겠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그렇죠, 분명 언젠가는 밝혀질 거예요. ^^;; 19편 조금전에 올려뒀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뵈요. ^^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쎄요. 언젠가 그 남자에 대해 말이 나올 때가 있겠죠? ^^ 그럼 계속 재밌게 지켜봐주세요. 고맙습니다. ^^**
3년전??? 그남자는 누구죠?? 꺄- 또 새로운 갈등이-ㅋㅋ 너무 궁금해요~~~
이쯤에서 새로운 갈등이 등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댓글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