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빈자리
부뚜막 위에 놔둔 생선 한 마리가 없어졌다.
필시 집에 있는 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판단한 주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급기야 집고양이를 죽이고 만다.
확실히 그 집고양이가 먹었다는
증거도 없이 말이다.
그러나 주인은 최소한 네가 안 먹었어도
그 다음 의심이 가는 쥐새끼들이라도
잘 지켰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울분에
집고양이를 죽이는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집 고양이를 살리려던 일부 식구들도
목청 큰 어른의 위압에 끌려
고양이를 죽이기로 합의했다.
집고양이가 억울하게 없어진 그 날부터
쥐새끼들에게는 만고에 거칠 것이 없는
신세계가 펼쳐져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날뛴다 .
부뚜막은 말할 것도 없고
찬장이고 곳간이고 심지어 다락방, 안방까지
온통 쥐새끼들 독차지가 된다 .
그것도 모자라 신나게 뛰어 다니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기저기 구멍을 내더니
드디어 집 기둥 밑둥까지 갉아내기 시작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바람이 불던 날
겨우겨우 버티던 그 초가집은
소리도 없이 폭삭하고 만다.
위의 시(詩)는 정홍기 시인의 시다.
우리가 호흡하면서 사는
이 시대를 풍자하는 싯귀들이다.
현 시국에서 국민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면
앞날이 훤히 보이지 않을까 싶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