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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회 詩하늘 시 낭송회(10월 4일:목)-황학주 시인-편에 시를 사랑하는 사람과 회원님을 초대합니다.
1987년 시집『사람』으로 문단에 나와 『내가 드디어 하느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의 시집을 지었습니다. 제1회 서울문학대상, 제3회 서정시학작품상, 제1회 문학청춘작품상, 제9회 애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강은교 시인은 시집 표사에서
“그는 바람 같은 사나이다. 그의 바람은 존재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겹바람이다. 그의 겹바람은 안나푸르나 설산도 넘고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도 넘고 고흥바다의 섬들을 넘는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존재의 안과 밖을 깁고 깁는 겹그림이다. 한국 현대시의 울타리를 ‘가장 따뜻한 노래’로 덥히는 겹그림이다. 그렇구나, ‘허공 아닌데서 내상內傷이 어떻게 이처럼 스미리.’ 여기 와서 보라. 언어 한 자락 얹고 있는 그의 겹바람, 지평선 같은 겹그림을.”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언어의 그늘을 최대로 활용하여 새로운 영상을 창조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조금 난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적 호기심과 지적 쾌감을 동시에 안겨주리라 생각하며 황학주 시인의 시 낭송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대구 수성못 레스토랑 '케냐'
-회비: 없음, 단 장소를 2시간 임대하므로 식사 및 음료는 직접 주문하여 드셔야 합니다.
-제공: 詩하늘 가을호, 낭송시집, 시집『某月某日의 별자리』(7,000원에 할인 판매할 예정임)
-낭송할 시 콕 점찍으시기 바랍니다. 선착순입니다.
*황학주 시인 약력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세종대 영문과 졸업, 우석대 대학원 국문과에서「박목월 시 연구」로 박사학위 받음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그 밖의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
-제1회 서울문학대상, 제3회 서정시학작품상, 제1회 문학청춘작품상, 제9회 애지문학상 수상
달강
-황학주
새벽녘 강을 비추는 달빛이 내게 있어
달강이라 하고
살이 아픈 곳
같은 곳을 흐르고 스미게 한다
갈대가 흔들리면서
오늘은 자국눈 내려
나는 달강을 자작나무 밑에 오게 하련다
누군가의 눈앞을 지나간
새가 후루룩 가지에 앉으니
이 밤 우리는 달강을 함께 볼 참이고
우리는 깔린 눈 위의 달강 자국이라고도 하리라
구름의 숲이 몸을 열기 전에
은빛 발굴자인 달이 고삐를 한 번 잡아채주려니
세상에 흐르는 달강을 사랑한 우리들
어디부터 달강인가 짚어가는 마음 따라
눈 뿌려가며 갈대를 젖혀가는
바람의 걸음 중 어떤 걸음이 웃고 우는 걸
여기서도 시청한다
갑자기 눈앞에 달강이 나타나
자드락길에 선 자작나무에 걸리는 시간
모양이 나오기 직전 만물은 제 가슴을 흔드니까
달강에 뛰어들려다 보면
생각나던 것-
땅에선 달을 잃기 쉽네 달이 늘 둥글다면
달강이 내게 있다는 것을 믿지 않겠네
달강이 변하면 쓸쓸함이 되고
달강이 넘치면 死境이 되었다
그러다 공교롭게 달강이 없다는 말 또한 있으리라는 것
그렇다면 달강을 뭐라 할 것이냐
달강 깊숙이 홀로 앉아
백설이 다시 내리면
달강을 못내 잊을 수 없는 감촉이 닿는다 달강은 흐르고
흐른다 부러진 갈대 위에 찍힌
발목 꺾인 작은 새의 몫까지
종이 거울을 보는 남자
-황학주
흰 도화지를 둥글게 오려
벽에 붙였다
집 앞에 떠있는 예쁜 섬들의 이름도 외우지 않는
나는 이제 누구의 마음도 훔치고 싶지 않아
때마침 내 안의 멍울에서 우려 나오는 노을빛을 바라보는 것인데
내가 훔치고 싶은 건 허공의 내 얼굴
가볍고 낡은 악기 주자의 옷자락을 붙들고
허공을 헛디디며 내려오는 바람이 마른 붓으로 쓰다 지우는
종이로 만든 둥근 거울을
하루 한번 들여다본다
얼굴이 비치지 않는
나의 발굴은 나날이 깊어져가고
기나긴 해안선으로 흘러가는 바람을 그리듯 여전히 난항이지만
누구의 입김도 서리지 않으니
찾기만 한다면 그것은 진짜 나에 가까울 것이다
바래긴 해도 종이 거울은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삿짐 중 단 하나 가방에 넣어 직접 옮기는
흰 종이 거울
책꽂이 사이로 어둑어둑 밀물 드는 날
어떤 얼굴은 이처럼
우리 마음이 가진 몇 개의 둥근 우물의 백지로부터
소리 없이 발효되는 따뜻한 밑바닥으로부터
그리하여 몇 줄의 시로부터
지상
-황학주
여기는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웃는다
다시 올 일 있을까 싶다
나란히 신발 벗을 때는
모르지만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나간다
모텔 같다
여기는 물감냄새가 난다는 게 문제지
사랑만 필요했던
연인들이
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시간의 종업원이 똑똑똑 노크를 하거나
전화벨을 울려주기까지 하는 곳
슬픈 것은 사랑을 보는 모텔 주인의 생각이며
거기서 나온 인테리어 솜씨일 뿐
이상하고 또 이상해도
여기서 서화를 그릴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나는 가고
당신은 오는 것을 잊는다 해도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옛날 극장이었다
-황학주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옛날 극장이었다
텅 빈 극장 2층 앞줄에
한쪽으로 살짝 기운 흰 종이학처럼
만나간 하였다
어두운 불빛에 물끄러미
너무 구겨진 심장 박동이 살았다
극장에 비치된 담요를 무릎에 덮고
둥글고 얇은 아몬드 쿠키
덜 자란 달 같은 그걸 반으로 쪼개먹었다
밝아지다 어두워지다 하는 스크린 불빛에 비추면
상처는 대충 반이 되었다
젖고 얼어터진
인간 세상의 榮華
팔랑개비처럼 릴이 돌아가는 동안
사랑을 들고 뛰어다니긴 하였다
그런 길가
꿇고 앉은 무릎 위에 얹고 싶은 피 묻은 물새의 발이 떠올라
목젖을 밀고 올라오는 갈대밭을 키우기도 하였다
담요를 덮고 앉아 앞을 바라보는
두 조각이 난 얼굴
이제는 옆 사람의 무릎까지 이 담요에 감쌀 수 없는
가장 슬픈 영화를 본다는 생각마저 눈앞에 깜빡거렸다
물새가 울듯 영사기가 삐걱대고 귀가 시릴 때까지
불과 두 시간
영화를 보고 나오자
둥글고 흐릿하게 뭉쳐진 흰 종이학
떠 있었다
또 겨울밤이었다 오래된.
저녁시간의 의자
-황학주
물이 도는 곳으로 돌아와서 좋다
혹시 몰라 복대를 한 휘고 구부러진 슬픔이
내 등에서 따뜻해지는
자기 것 같은
자기 생머리 같은 시간들
전등을 잠시만 끄고 발아래 파도소리를 맞아도
있고 없는 것이 자리를 바꾸는 것일까
마음의 못 생긴 의자에 돌아와
옷가지를 걸어놓는
주름 깊은 어둠
물기가 만져지는 이런 것들이
먼먼 바깥처럼 눈에 익는다
나는 아무도 없는 마음에 있고
또 그게 너무 많았다는
편지를 쓰며
날마다 바다 쪽으로 이사를 했다
어느 이별은 꼭 데리고 살면서 잘해주었다
바람 부는
어느 날 가출은 꽃가루처럼 복수인 구석이 있었다
이만큼 비워질 때까지 서서 지냈으니
구사일생, 그 말이 맞다
착 달라붙어 살겠다고
미친 것처럼
마음이 가던 날들을 떠올리곤
저녁시간의 의자는 목을 젖히며 까닥까닥 흔들린다
某月某日의 별자리
-황학주
알전구가 나간
찬 방 안에
파도소리 아물 때까지
별이 빛났다
한때 손이 닿던 기억들은
별자리 속에
나뭇결만 남은 것처럼
높이, 어두운 채로
반질거린다
내가 굴복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읽은 사랑들
사랑했다 하여도
떨어져서 빛나야 했을 당신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일생 속으로 울었을 어머니의 도시들
똑같이 나눌 수 없었던 밥의 슬픔들까지
오늘 저 별자리의 독거,
눈물 많이 지나가
물때자국 선명한
이 모든 某月某日
겨울 과수원에서
-황학주
겨울 과수원에서 새가
깃을 고른다
얼음을 훑어내 따뜻해진
새의 눈빛도
깃을 고른다
겨울이 오기 전 돌팔매질 당한 적 있는 새가
발을 나뭇가지에 올리면
초에 불이 붙듯 부리에 물이 돈다
단련되어야 했던 건 정신이다
날갯죽지를 치며 심장을 때리던 돌팔매
그 통증의 강도가 비상의 고도라는 걸 알았다
높은 곳에 꽂힌 새의 눈이
먹빛을 찢고나온 별처럼 반짝인다
자신이 견딘 고도에서 새가
과수원을 내려다볼 때쯤
이제야 스캔들이 된다는 듯
가지마다 꽃이 올라온다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
-황학주
하루에 두 번의 잠을 잔다
오늘은 그 중 당신의 잠 속에서 자는 잠이 일찍 왔다
눈 오는 날이라서
아무리 봐도 배꼽에서 나간 것인
당신의 하늘 반지에
손가락을 끼워보거나
검게 익은 정금 열매 굴러간 앙가슴의 길로
첫 키스를 찾아 뛰어들 수도 있다
하얀 눈 지붕 밑에 눈 뜨는 것으로도 감는 것으로도
우리 사랑할 수 있다
지친 새들이 눈밭에 쓰러진 것 같은 눈빛으로 웃는다는 게
바로 그런 것처럼
그렇다 하여도
당신 잠은 내 잠보다 먼저이다
얘기를 들어주듯 아픈 당신을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는 눈 속에
당신을 지키듯 혼자 집 지키는 사람
잠 속에서 마른 장작 모닥불이 지펴졌다
혜원
-황학주
금곡은 승마장 가는 길이 있었다 혜원의
외진 거처엔 나무가 좀 볼만했지만
나무에 묶이며 찔리며 산다는 느낌이었다
오늘처럼 눈이 펑펑 오는 날
나무에 무엇이 보이는지 유리창에 이마를 대보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혜원은 젊고 고왔으나
눈썹의 경련은 숙련된 붓이 수치를 그릴 때 쓰는 표정
일어난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렸다
濃淡으로 한 얘기가 세상 어디서는 신랄한 현실이 되어
주인집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몇 개의 그릇으로 살았다
더 젖어지지도 않는 마음에 미인도를 붙여놓은 사람은 알고 있으리
피 물감 속에 저문 숲의 조용함 다소곳함 삭임
그것이 우리의 풍속이었는지
눈 한줌 쥔 제 손등을 쓸쓸히 매만지는 인간들만의 호-호-였는지
용달차에 실려 사라지는 햇빛처럼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의 박무 또한
잠깐 사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혜원이 살던 소용돌이치는 금곡이 있는지
본능이라는 필법이 있긴 하였는지 아무도 구경할 틈이 없었다
다시 보고 싶어도
이렇게 빠른 시간의 승용마에게 명령할 생각은 못하네
그리고 나는 썼다, 다만
이런 아픔은 신혼이 아니라도 견딜 수 없을 정도라 하였다
내 생일은 눈 내리는 날
-황학주
하염없이 흰 눈 내린다
흐르는 눈 속으로 업혀가는 아이 바라보다 두 살쯤 된 나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혹시 내게 그때 이미 삶이란 게 대체로 애틋했을까 막 걷기 시작한 아기가 문지방에 걸려 오도가도 못한 채 문밖을 하얗게 때리며 흰 눈 오는 것을 바라볼 때 생이 저와 같다면 어떤 굴렁대로도 쉽지는 않겠네 했을까 깜짝 놀라운 그런 것이 흰 눈만은 아니었겠지 세상 모든 게 전부 새 것이니 매일매일 교외로 나가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웠겠지 그때 나는 기저귀를 차고 사마귀가 하나 없이 지구에 돋아나고 있었을 거라는 것
빈 장독 속에 앉은 듯 하염없이 내리는 눈 감감하게 올려다 보다 문득 생각한다 한줌만한 몸이 가슴을 발딱거리며 와앙! 울음을 터뜨릴 때 처음 내 몸속의 폐로 첫 눈 내리는 밤공기가 와락 쏟아져 들어올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아이구 궁금해 궁금해 아무튼 확실한 건 그때 나는 발가벗은 맨몸이었다는 것 흰 눈의 질료 같은 맨몸도 그런 맨몸은 없었을 거라 그곳에서 배꼽이 입일 정도로 얼마나 긴 잠이었으면 미래가 그렇게 어리고 보드라워졌을까 내가 아직 나이기 전 어떤 연애가 있었을 텐데 흰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첫댓글 낭송할 시는 미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시인이 직접 선정해 주신 시인데 읽어보니 낭송하기에 참 좋은 것 같더라고요.
낭송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참석할 수 있을 듯하여
某月某日의 별자리를 제가 하고싶은데요 그래도 될까요?
고맙습니다.
추석 준비로 바쁘실 테지만 외워서 낭송을 하신다면 더 좋겠지요?
머리가 우째 되었는지 외우기가 힘들어요.....함 연습해보고요.....
낭송하실 분은 미리 찜해 주세요!
1. 달강-
2. 종이거울을 보는 남자
3. 지상
4.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옛날 극장이었다
5. 저녁 시간의 의자 - 범관 김청수님
6. 某月某日의 별자리 - 솜나리 박숙경님
7. 겨울 과수원에서 - 뚜버기 박종천님
8.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 - 가우 박창기님
9. 혜원
10. 내 생일은 눈 내리는 날
저도 모처럼 시 낭송하려 합니다.
8번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로 하겠습니다.
참석 합니다.훌륭한 시인 모심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길손님도 한 편 찜하시죠? ^^
현재 감기가 심한데,그래도 겨울 과수원에서' 찜해 보렵니다.
아침은 제법 살쌀할텐데 거처는 안으로 옮기셨는지?
멋잇는 목소리 들을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_()_
황학주 시인 약력입니다.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세종대 영문과 졸업, 우석대 대학원 국문과에서「박목월 시 연구」로 박사학위 받음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그 밖의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
제1회 서울문학대상, 제3회 서정시학작품상, 제1회 문학청춘작품상, 제9회 애지문학상 수상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고 계신지요
5번 "저녁 시간의 의자" 로 하지요
황학주 시인님을 꽃피는 봄날 동대구 역에서 잠깐 만나 뵙고 某月某日의 별자리 시집 한권 선물 받고 점심 식사후 헤어졌습니다
훌륭한 시인님 모심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날 뵐께요
그러셨군요.
세상의 일 먼저 사시는 분들이 더러는 부럽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바쁜 시간 내어 오신다니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이군요... 연휴 뒤끝, 살아낼 일로 분주하여 참석은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모두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되시기 바라겠습니다.
멀리서나마 아름답고 고운 시간 되시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