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서 의류사업… 남편에 창업 종자돈 대줘
八旬 넘어서도 자금관리, 주차장 매출까지 챙겨… 이기택 前민주당총재 누나
검찰이 소환조사하기로 한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는 태광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총괄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19일 소환해 비자금 관리의혹을 조사한 박명석(61) 대한화섬 사장은 실무총책일 뿐이며, 이 상무가 태광그룹 비자금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태광그룹의 전직 관계자는 "이선애 상무는 남편 고 이임용 회장 시절부터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 임원으로 일하면서 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직접 관리해 왔다"며 "실질적 기업지배권을 가진 핵심 인물"이라고 말했다.
- ▲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 /헤럴드경제 제공
'왕상무'로 불리는 이 상무는 그룹의 모태인 태광산업 설립부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의류사업을 해 마련한 종자돈으로 남편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1962년 태광산업 이사직을 맡은 이후엔 자금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태광그룹 주변에서는 선대 회장이 공장 관리와 경영을 맡았으며 이 상무가 회사의 자금 관리를 담당했다는 말이 나온다. 전 그룹 관계자들은 "이호진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태광산업의 차명주식 32%도 이 상무가 직접 관리해왔다"고 말한다.
지난 3월엔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에 문을 연 일주&선화갤러리 관장으로 취임하는 등 고령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상무는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서울 장충동 본사의 유료 주차장 매출까지 챙길 정도로 사내 자금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그룹 직원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 주변에서는 이 상무가 모기업인 태광산업을 장손 원준(32)에게 물려주고, 금융계열사들을 이 회장에게 넘겨주려 했는데 셋째아들인 이 회장이 태광산업 지분을 늘려 지배권을 갖게 돼 모자간 관계가 좋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이 회장 측근은 "이 회장과 이 상무 관계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기화(76) 전 태광그룹 회장과 민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73)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이 상무의 남동생들이다. 이임용 선대회장은 야당 거물이었던 이기택 당시 민주당 총재와 처남·매부지간이라는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 여러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광의 '은둔형 경영'은 이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이선애 상무는 이 선대회장과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 삼형제와 경훈(56)·재훈(54)·봉훈(52) 세자매를 뒀다. 이 상무는 지난 2006년 태광그룹이 쌍용화재(현 흥국화재)를 인수하면서 직원들 차명계좌를 동원해 쌍용화재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이 상무로 드러나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된 바 있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물은 "태광그룹은 차명주식으로 관리된 상속세 누락분 재산에 대해 이임용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이 상무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선대회장 자금이라면 증여세를 내고 자식들이 공평하게 나눠 갖게 돼 현 이호진 회장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