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캠벨·크레티앙·마틴·하퍼 전 총리 한목소리
보수·진보 초월한 호소..."역사상 유례없는 단결"
캐나다의 전직 총리 5명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조롱과 경제 제재 위협에 맞서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고 나섰다.
11일 조 클라크, 킴 캠벨, 장 크레티앙, 폴 마틴, 스티븐 하퍼 전 총리는 이례적인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
오는 15일 국기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이 서한에서 전직 총리들은 "캐나다의 자주성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합해야 할 때"라며 메이플리프 깃발 게양을 제안했다. 올해는 영국 국기가 들어간 붉은 기를 버리고 메이플리프를 국기로 채택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발적인 애국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캐나다산 제품(Made in Canada)' 그룹의 회원 수는 90만 명을 돌파했고, 주요 식품점들은 미국산 제품 불매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퍼져 주요 국경 검문소의 대기 시간이 크게 줄었다.
파스칼 생통주 문화유산부 장관은 15일 리도운하에서 특별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몬트리올에서는 시드니 크로스비 선수가 이끄는 캐나다 대표팀과 미국의 4개국 대항전이 열린다.
메이플리프 깃발의 역사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스터 피어슨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퀘벡 분리주의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캐나다만의 독자적 정체성을 보여줄 새로운 국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존 디펜베이커 전 총리 등 반대파들은 영연방 국가로서의 뿌리를 보여주는 기존 깃발을 고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치열한 논쟁 끝에 의회 특별위원회는 역사학자 조지 스탠리가 제안한 단풍잎 디자인을 채택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가를 받아 공식 국기가 된 메이플리프는 이제 캐나다인들에게 권리자유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국가 상징이 됐다.
마크 카니 자유당 당권 주자와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도 15일 오타와에서 각각 애국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결집하는 모습이다.